[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슬픔에 대한 위로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실재하는 재난을 다뤄 주목받은 작품들이 한 달 간격으로 관객을 찾는다. '판도라'와 '너의 이름은'이다.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 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7일 개봉한 '판도라'는 시국을 반영한 극사실주의로 호평받고 있다. 극 중에 비극의 시발점인 강진, 재난 앞에서 대책 강구보단 권력 사수에 눈이 먼 관료, 돈 없고 빽없단 이유로 죽어가는 소시민들 등은 몇 달 전 발생한 경주 지진과 최근 불거진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사태, 전 국민의 트라우마로 남은 세월호 참사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특히나 주인공들이 겪는 원전 사고는 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모티브다.
연출을 맡은 박정우 감독은 원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영화를 제작했다. '판도라'는 제작기간만 4년이 걸린 블록버스터로, 경주 지진과 비선 실세 게이트 등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시국이 '판도라'를 앞서 간 셈이다. 이에 힘입어 '판도라'는 누적 관객 수 340만 명(22일 기준)을 넘어서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초대박을 터뜨렸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너의 이름은'이다. 2017년 1월 5일 개봉을 앞둔 이 작품은 서로 몸이 뒤바뀐 도시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가 주인공이다.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기적과 사랑을 그린다. '너의 이름은'의 경우 일찍이 2016년 일본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자국에서 1,500만 관객 돌파하며 경이로운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한국에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되며 기대감을 형성했다.
표면적으로 이 작품은 시공간을 초월한 남녀의 기적 같은 인연을 다룬다. 하지만 진짜 모티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10월 부산을 찾아 이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대지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인들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라며,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너의 이름은'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 국민적 비극을 향한 추모, 자국에서 기록적인 흥행에 성공한 이유다.
두 영화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친 재앙이란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접근법은 매우 상이하다. '판도라'는 원전 사고 발생 과정과 피해를 상세하게 묘사하면서,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반면 '너의 이름'의 경우, 상상 속에서나마 비극적인 현실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을 담았다.
공통점도 있다. '판도라'와 '너의 이름은'을 모두 관통하는 건 인간애다. '판도라'는 신파 블록버스터라 불릴 만큼 후반부 감정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애를 강조하는 장치다. '너의 이름은' 역시 재난으로부터 소중한 이들을 지키고 싶다는 의지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낯설고 거대하게만 보이는 재난 역시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 장르 뿐만 아니라 비슷한 소재에 대한 접근법까지 다른 두 작품이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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