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마스터’ 이병헌은 동남아식 영어 발음을 구사했을까.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제작 영화사 집) 흥행 돌풍이 심상찮다. 지난 21일 개봉한 ‘마스터’는 첫날 39만 명을 쓸어 담으며 당당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시국도 이겨낸 ‘마스터’다. 그리고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 회장을 연기한 이병헌은 ‘내부자들’ 못잖은 애드리브에 영어 발음까지 섬세하게 신경 썼다. 자칫 지루할 쯤 되면 나타나 영화 숨통을 트이게 만든 이병헌이다.
그렇다면 이병헌은 왜 필리핀식 영어 발음을 구사했을까? 할리우드에서 영어로 연기하며 월드스타로 자리매김한 그가 말이다.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영화다.
이병헌이 연기한 원네트워크 진현필 회장은 조 단위의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3조 원이라는 돈을 챙겨 필리핀으로 도주한다. 가짜 시신으로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꾸민 진현필은 철저한 신분세탁을 통해 중국인 자선사업가로 위장한다. 그리고 필리핀 정치인에게 접근해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3조 원을 6조 원으로 부풀리는 국가적 대형 사기판을 구상한다. 이 과정에서 진회장은 필리핀 정치인과 대화를 하면서 유창한 영어발음 대신 필리핀 현지인과 똑같은 발음을 사용한다. 이는 이병헌의 의도였다. 웃기려는 의도가 아니라 실제 섬세한 관찰을 통해 만들어낸 계산된 연기였던 것.
이병헌은 헤럴드POP과 인터뷰서 “미국에서 오래 생활했고 하버드 출신인 후배가 있다. 현지인만큼 영어를 잘하는 후배인데, 사업을 위해 동남아에 갔다더라. 그리고 떠난지 2년 만에 만났는데 나조차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 동남아식 영어를 사용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병헌은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동남아 현지에선 그게 편하다고 하더라. 현지인과 일을 할 땐 상대가 알아듣기 쉽게 말해야 수월하다고 말이다”며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 사기꾼 진현필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순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라도 동남아식 영어 발음을 사용해 대화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기를 쳐야 하니 말이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병헌은 “조의석 감독이 필리핀에 배우를 캐스팅하러 갔을 때, 오디션을 보는 배우들에게 진회장 대사를 읽히고 녹음해서 보내달라고 했다. 한 세 사람 정도가 녹음을 했고, 그걸 참고해서 연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연기로는 절대 깔 수 없는 배우가 된 건 이 같은 섬세한 관찰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