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그저 악역 이미지로만 소모되긴 아까운 배우 유인영이다.
배우 유인영은 큰 키와 시원하 이목구비, 화려하면서도 새침대기 같은 외모 덕에 그동안 금수저 악녀 역을 주로 맡았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전지현)와 대립하다 죽음을 맞이한 여배우 한유라 역이 특히 그랬다. 하지만 그런 유인영이 이번엔 조금 다른 악녀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오는 2017년 1월4일 개봉하는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제작 외유내강)를 통해 연기인생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유인영이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 여겨 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를 빼앗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인영이 연기한 혜영은 그야말로 악의 없는 맑은 악역이다. 캐릭터 설명을 위해 ‘악역’이란 수식어를 붙이긴 했지만 그저 ‘악역’이라고 말하기엔 다양한 얼굴이 있는 인물이 바로 혜영이다. 날 때부터 금수저였기에 부족함을 모르고 살아온 혜영. 남들도 당연히 자신을 좋아할 것이란 믿음으로 때론 상대가 원치 않는 친절을 베푼다. 흙수저 효주 입장에선 자신의 자리를 꿰찬 금수저 혜영이 좋게 보일 리 만무하다. 때문에 효주는 혜영을 냉대하지만, 혜영은 아랑곳 않고 더 다가간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해맑은 미소와 금수저 특유의 여유로움을 지닌 채 말이다. 효주가 자신의 약점을 쥐고 흔들며 주도권을 빼앗았다고 확신한 순간, 혜영은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든든한 배경과 돈을 통해 효주의 복수를 맞받아친다. 흙수저 입장에 공감하는 이에게 혜영은 그저 악역으로 보일 수밖에.
이에 유인영은 헤럴드POP과 인터뷰서 “‘여교사’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도 그렇고, 연기를 할 때도 그렇고, 난 혜영이 나쁘단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다”며 “물론 영화를 보고 나니 혜영이 얄밉긴 하더라. 의도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순수한 마음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혜영이 효주에게 상처를 주는 부분들이 확실히 이해되긴 했다”고 털어놨다.
혜영을 단순한 악역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는 유인영은 “김태용 감독에게 ‘내가 왜 맑은 악역이야? 악역이란 말 싫어’라고 했었다. 내게 혜영은 악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특별히 악역으로 보이려고 더 신경 쓰거나 한 건 없다. 대신 극중 효주가 ‘그만 좀 징징대’라고 말하는 것처럼, 혜영이 자칫 너무 철부지로만 보여서 비호감처럼 비춰지면 어쩌나 하는 고민은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인영은 “효주와 혜영 사이의 감정선이 되게 재밌었다”며 “어떻게 보면 효주가 혜영을 먼저 한 대 때린 느낌이랄까. 혜영도 맞고 나서 ‘어우 씨!’ 이런 마음으로 효주를 한 대 때리는 거죠. 혜영 입장에선 미움을 받거나 누군가 자신이 좋아하는 걸 빼앗으려고 하는 경우는 처음이잖나. 혜영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를 한 거다. 대신 머리를 쓰는 타입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악역이 아닌, 입체적인 캐릭터로 새로운 변주를 시도한 유인영은 한 작품 속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역을 맡고 싶다고 했다. ‘화차’ 김민희나 ‘미씽: 사라진 여자’ 공효진처럼 말이다. “여자 연기자라면 누구나 욕심낼만한 캐릭터였다”며 변신에 대한 갈증을 드러낸 유인영. 그저 하나의 이미지로만 각인되기엔 너무나 아까운 배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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