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누가 여자의 적은 여자라 했나. 적어도 '불야성'에선 아니다.
2일 오후 방송되는 MBC 월화드라마 '불야성'(연출 이재동/극본 한지훈)에서는 위기에 처한 S 갤러리 대표 서이경(이요원)의 모습이 그려진다.
일본 관서지역 최고의 금융회사를 일궈낸 재일교포 서봉수(최일화)의 딸 서이경은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 인물이다. 그는 과거 자신의 아버지를 배신했던 무진그룹 회장 박무일(정한용)과 백송재단 장태준(정동환)을 쥐락펴락하며 부는 물론 권력까지 틀어쥐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이세진(유이)은 이런 서이경의 야망을 동경해 그의 페르소나가 됐다. 찢어지게 가난해 온갖 알바를 하며 생활하는 모태 '흙수저'인 그는 서이경이 자신의 운명을 바꿔줄 키임을 알고, 그의 밑으로 들어갔다.
그렇지만 욕망 덩어리가 되기엔 지나치게 인정에 약했던 이세진과, 사랑받는 대신 두려움을 주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서이경은 자주 대립했다. 결국 이세진은 서이경이 파멸에 이를 것이라 보고, 박건우(진구)와 힘을 합쳐 그를 저지하기로 했다.
이렇게만 보면 서이경과 이세진의 관계는 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미묘한 우정이 흐르고 있다. 서이경은 이세진이 자신의 뒤를 쫓는 걸 알면서도 방관한다. 이세진은 서이경에게 반기를 든 건 그를 아끼고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참으로 이상한 관계다.
게다가 서이경은 "이 난장판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티켓"이라며 이세진에게 10억원짜리 수표를 건넸다. 이세진을 자신의 페르소나로 키우려다가 실패하긴 했지만, 혹여 모든 일이 잘못되더라도 이세진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랐던 것.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그이지만, 자신을 걱정하는 이세진의 진심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두 여자 사이에 흐르는 '워맨스(Womance)'는 '불야성'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극 중 남녀의 사랑을 떠나 여자들 간의 진한 우정을 보여주는 설정이 많은 이유다. 자연스럽게 기존 드라마의 클리셰를 비트는 장면도 등장했다. 이세진이 자신의 페르소나가 될 것임을 안 서이경이 백화점에서 그에게 쇼핑을 시켜준다던지, 경호원을 시켜 남몰래 이세진을 경호하는 에피소드 등이 대표적이다. 여타 드라마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쓰인 설정들이다.
이는 '불야성'이 저조한 시청률에도 마니아층을 형성한 비결이다. 특히 서이경 역을 연기한 이요원에게는 '이경 오빠'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사랑받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탁월한 사업능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기에 등장한 애칭이다. 뻔하지 않은, 신선한 캐릭터에 대한 반가움이 담긴 것.
20부작 불야성은 이제 중반부로 들어섰다. 권력의 핵심에 들어가려는 서이경과, 그를 저지하기 위해 연합한 장태준 이하의 수구세력들의 다툼이 본격화된다. 죽어있는 삶은 1분 1초도 살고 싶지 않기에 인생을 건 도박을 택한 서이경, 그리고 그를 지키고 싶은 이세진. 이들이 펼치는 '워맨스'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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