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아름 기자]"편성이 잘못했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던 겹치기 출연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기존엔 겹치기 출연이라 하면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지금의 겹치기 출연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이전에 비해 너그러워진 편이다. 편성이 유동적인 사전제작 드라마가 눈에 띄게 많아진 탓도 있겠지만 예능과 드라마를 병행하는 것처럼 각 작품 캐릭터에 맞게 맛깔나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의 팔색조 같은 연기력도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누그러뜨리는데 한 몫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배우 이광수다. 이광수는 지난 달 동 시간대 방송되는 두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KBS 2TV 시트콤 '마음의 소리'가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10분 전파를 타면서 의도치않게 금, 토요일 오후 11시 tvN을 통해 방영되던 '안투라지'와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 아무리 둘 다 사전제작 드라마라지만 같은 시기 방영되는 것도 꺼림직한데 동 시간대 방송이라니, 충분히 논란이 일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렇다 할 논란은 없었다. 이광수는 이같은 겹치기 출연과 관련, '마음의 소리' 기자간담회에서 "둘 다 사전제작이라 작품을 결정하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편성에 대해 몰랐던 부분이다"며 "사실 시간대까지 겹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해주셨는데 이렇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이광수는 "근데 난 일단 두 작품 다 너무 하고 싶었던, 애정이 많은 작품이다. 촬영 때도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촬영했다. 어쨌든 두 작품 다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후 '안투라지'는 종영했지만, 이광수는 지난 달 19일 첫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화랑' 초반부에 카메오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마음의 소리'와 또 한 번 출연을 병행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화랑' 역시 100% 사전제작 드라마. 비록 방송일은 달랐지만 코믹한 모습을 주로 보여주는 '마음의 소리'와 밝고 유쾌한 성격을 지녔지만 그토록 그리던 아버지 앞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슬픈 장면을 연기해야 하는 '화랑'을 겸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랐을 터. 하지만 이광수는 둘 다 무리없이 소화해냈다는 평이다. 아니 극찬을 받았다. '마음의 소리'로는 시트콤 최적화 배우로 호평받았고, '화랑'을 통해선 특별출연의 새 역사를 썼다는 극찬을 이끌어냈다.
성동일 역시 두 작품 안에서 조연으로서 중대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월화수목 안방극장에서 서로 다른 인물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는 그는 지난 11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에선 특유의 카리스마로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나왔다 하면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케하고 있지만, 12월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KBS 2TV 월화드라마 '화랑'에선 화랑의 스승이자, 1대 풍월주인 위화랑으로 분해 위엄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위화랑은 겉보기에 자유분방한 풍류가객이지만 남다른 통찰력을 지닌 인물로, '화랑'을 유쾌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캐릭터다. '푸른바다의 전설' 속 소름끼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화랑'에서 화타도 울고 갈 명의이자 아로(고아라 역) 아버지인 안지공 역을 맡아 열연중인 최원영 역시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과 이중출연중이다. 토일월화 연달아 그를 볼 수 있다. '화랑'에서 복수심과 연민을 담은 복잡한 심경을 디테일한 연기로 그려내며 매회 극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그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는 전설의 로커에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성태평 역을 맡아 극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극 초반엔 '가죽잠바'라 불리며 코믹함을 담당, '화랑' 속 안지공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이들 외에도 안방극장에서 이중생활할 배우들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화랑'에서 '서브남주'로 박서준, 고아라와 함께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미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박형식은 내년 2월 첫 방송될 JTBC 새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박보영과 주연 호흡을 맞출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비록 방송일은 다르지만 '힘쎈여자 도봉순' 초반과 '화랑' 후반부가 겹치게 된다. 두 작품 속 캐릭터 모두 '츤데레'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사극과 현대극이란 차이점이 있고, 얼굴없는 비운의 왕 삼맥종을 연기해야 하는 '화랑' 쪽이 좀 더 무게감 있는 캐릭터라 볼 수 있다.
16일 첫 방송될 tvN 새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 주연을 꿰찬 신예 박혜수도 오는 25일 SBS 새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사임당, 빛의 일기'는 사전제작 드라마로 이미 지난 해 일찌감치 촬영을 마쳤지만, 편성이 늦어지면서 '내성적인 보스'와 같은 시기 방영하게 됐다. 그는 '사임당, 빛의 일기'에선 이영애 아역으로 등장하며, '내성적인 보스'에서는 넘치는 에너지로 활력을 발산하는 신입사원으로 변신해 연우진과 풋풋한 로맨스를 그려갈 예정이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촬영 및 편성이 연기되면서 동시에 의도치않게 두 가지 캐릭터를 안방극장 대중들에 선보이게 된 배우들. 하지만 이들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기보단 내공있는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이를 커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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