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심금을 울리는 문제작이 탄생했다. 전세계 152관왕을 휩쓸며 오스카 작품상 수상까지 노리고 있는 영화 ‘문라이트’다.

영화 ‘문라이트’(감독 배리 젠킨스/배급 CGV아트하우스)가 2월1일 서울 CGV명동역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국내 취재진에게 첫 공개됐다. 왜 아카데미가 이 영화를 후보에 올렸는지, 왜 전세계 152관왕을 휩쓸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던 111분이었다.

‘문라이트’는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흑인 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성정해가는 과정에서 겪는 사랑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년에서 성인으로. 20여년에 걸쳐 정체성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그려낸 ‘문라이트’는 ‘달빛 아래 모든 아이는 파랗다’는 말처럼, 희미한 달빛 아래 선 소년의 감정 흐름을 섬세한 터치로 보여준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소년은 샤이론이란 이름 대신 리틀(알렉스 히버트)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작은 체구와 소심한 성격 탓에 왕따를 당하는 리틀. 우연히 동네에서 약을 팔며 살아가는 청년 후안(마허샬라 알리)을 만나게 된 리틀은 그를 아버지처럼 따르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준 후안 덕에 정서적 위안을 얻은 리틀은 조금씩 변해간다.

하지만 흑인 그리고 편부모 가정의 자녀, 동성애자인 리틀의 삶은 순탄치 않다. 아이들이 놀리는 말에 상처 입고 ‘호모’가 무슨 뜻이냐고 물으며 고개 숙인 리틀에게 후안은 게이라면 몰라도 호모란 말에는 참지 말라고 조언한다.

구구절절한 설명이나 ‘그건 이상한 게 아니다’라는 틀에 박힌 조언 대신, 참지 말라는 말 한마디가 주는 힘은 상당히 강하다. 용기를 주는 건 애써 신경 써서 내던진 말들이 아니라 진심이란 것을 ‘문라이트’는 보여준다.

하지만 사춘기가 된 샤이론(애쉬튼 샌더스)의 삶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따돌림과 폭력은 여전하고, 엄마는 약에 빠져 더 이상 아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후안까지 사라지고, 샤이론이 기댈 수 있는 건 유일한 친구 케빈뿐. 케빈에게 남모를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된 샤이론은 처음 느껴보는 설렘에 어쩔 줄 몰라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함부로 입 밖에 꺼낼 수도 없는 감정을 품에 안고 어른이 된 샤이론이자 블랙(트래반트 로즈). 겉은 강해졌지만 여전히 속은 그 누구보다 유약한 블랙은 유일한 친구였던 케빈에게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에 흔들린다.

‘문라이트’는 어른이 돼서도, 겉모습이 달라졌어도 아직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서툴고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감정 과잉 없이, 침묵만으로도 풀어내는 천재적 연출로 보는 이를 빠져들게 한다. 대놓고 소수의 이야기라고 말하지도 않고, 역경을 이겨내는 소수의 투쟁을 그려내지도 않는 ‘문라이트’. 마치 달빛 아래선, 사랑 앞에선 모두가 파랗다고 이야기하는 듯 하다.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다. 오는 2월22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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