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주원, 송중기, 소지섭, 김새론, 김향기가 소신 있는 작품 선택으로 진짜 배우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발 한류가 전보다 식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일본은 국내 스타들에겐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작품은 작품일 뿐이라고, 서브컬처에 역사적 문제를 끌어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한일 역사 문제는 우리의 삶과 떼 놓을 수 없다. 때문에 대중문화도 자연스럽게 역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게 마련. 그 가운데 당장 눈앞의 인기와 돈보다 소신으로 의미 있는 작품에 기꺼이 참여한 배우들의 뜻 깊은 행보가 눈길을 끈다.

● ‘각시탈’ 주원 많은 한류스타들이 일본 눈치를 보면서 캐스팅 제안을 거절했다. 일제강점기 한국판 슈퍼히어로 각시탈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각시탈' 이야기다. 제작비 1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었으나 '각시탈' 이강토 역을 맡길만한 배우가 나타나지 않았다. 항일 드라마라는 것이 그 이유. 이에 윤성식 PD는 "많은 한류스타들이 출연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실제 30대 배우를 염두에 뒀던 '각시탈'은 캐스팅 난항으로 20대 배우 쪽으로 눈을 돌렸다. 결국 한류 대신 당당히 '각시탈' 주연을 맡은 배우 주원은 "한류도 좋지만 작품을 통해 연기 폭을 넓히는 게 좋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 결과 '각시탈'은 최고 시청률 22.9%를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각시탈'이 일본에도 방송됐다는 것. 주원은 '각시탈' 이후에도 타격 없이 일본 내 팬덤을 누리고 있다. 몸 사렸던 한류스타들만 속 쓰리게 됐다.

● ‘군함도’ 송중기, 소지섭 최근 일본 언론이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를 비난하고 나섰다. 산케이 신문은 지면 1면을 통해 영화 '군함도'의 내용이 거짓이라면서 "위안부 소녀상의 소년판"이라고 날을 세웠다.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을 당하고 죽음을 맞았던 ‘군함도’의 숨겨진 역사를 모티브로 새롭게 창조한 작품이다. 하지만 일본은 영화 개봉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군함도'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주연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

특히 배우 소지섭은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아시아 내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는 4월엔 타이페이, 자카르타, 홍콩 등지에서 아시아 투어 팬미팅을 개최할 정도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송중기 또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아시아에서 돌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 '군함도' 캐스팅 과정에서도 한류를 의식해 출연을 망설인 배우가 있었으며, 삭발 때문에 작품을 고사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소지섭, 송중기는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과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군함도'에 출연하며 힘을 보탰다. 다행인 건지 일본 언론이 '군함도'를 비난하고 있는 반면, 오히려 중국에서는 '군함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니 개봉 후 중국 내 인기는 더욱 뜨거워질 지도 모르겠다.

● ‘눈길’ 김새론, 김향기 영화 '눈길'은 앞서 KBS에서 제작해 드라마로 먼저 방송한 작품.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눈길'은 1944년 일제강점기 말, 가난하지만 씩씩한 종분과 부잣집 막내에 공부까지 잘하는 영애, 전혀 다른 두 소녀가 지옥 같은 전쟁 속에서 끔찍한 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현재진행형 역사이기 때문에 출연을 결심하는 것도, 연기를 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터. 하지만 촬영 당시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았던 15살의 동갑내기 김새론, 김향기는 용기를 내 '눈길'에 출연했다.

김향기는 "처음엔 감히 어떻게 그분들의 고통과 아픔을 잘 담아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과거의 사실들을 담고 있는 작품이고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꼭 했어야 하는 작품이라 생각해 용기 내 참여했다"고 밝혔다. 김새론도 "모두가 알아야 하는 이야기이고 누군가는 꼭 표현해야만 하는 작품이란 생각에 용기 내 출연했다. 지방에서 한겨울에 촬영해서 많이 춥고 힘들었지만, 그 분들이 떠올라 감히 힘들다는 생각도 못했다"고 전해 뭉클함을 안겼다. 누군가는 민감한 역사라며, 아픔의 역사라며 외면할 때 선뜻 용기를 낸 어린 소녀들.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에 아픔을 겪은 이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지기 위해 '눈길'에 힘을 보탠 김새론, 김향기의 용기는 본받아 마땅하다. 오는 3월1일, 3.1절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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