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다작하는 배우가 꿈이에요."
약 2개월간의 뮤지컬 '영웅' 연습기간 동안 모든 것이 새로운 배움이었다는 허민진. 노래와 연기 모두 섭렵할 수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를 꿈꾸는 그녀는 적극적으로 오디션을 찾아 직접 지원하고, 실력을 평가받고 수 없이 실패를 맛본다. 좌절하는 시간도 아깝다. 그녀는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갈구한다. 인정받는 배우 허민진이 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기회라도 찾아 무대에 서는 것이다.
허민진은 2012년 크레용팝 초아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대학에서 연기과를 전공한 배우 지망생인 그녀가 갑자기 아이돌로 데뷔한 것은 스스로에게도 놀라웠던 일. "저도 크레용팝으로 데뷔할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허민진은 어릴 적부터 많은 선배들을 보며 가수를 꿈꾸게 됐고, 드라마, 영화 등 TV에 나오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를 품었다. 우연으로 다가온 크레용팝 활동. 헬멧을 쓰고 올망졸망 모여 점프를 하는 모습은 단숨에 가요계를 열풍으로 몰고 갔지만, 강렬한 콘셉트로 사랑받았던 만큼 지루함도 빨리 찾아왔다. 연기하고 싶었던 허민진에게 콘셉돌이었던 크레용팝 활동은 어떤 의미였을까.
"어쩌다 보니 크레용팝으로 데뷔하게 된 것 같다. 내가 욕심이 많다. 연기도 하고 싶었고, 노래도 해보고 싶었다. 기획사 오디션을 보고 덜컥 합격해서 크레용팝 멤버가 됐다. 사실 뮤지컬 '덕혜옹주'를 꼭 하고 싶던 이유도 크레용팝 콘셉트 때문이다. 크레용팝의 콘셉트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고, 미움을 받기도 했는데 실력으로는 안 좋은 평을 많이 들었다. '쟤네 실력 안된다'는 말을 뒤집을 수 있는 노래를 보여드리고 싶은 갈망이 있었고, 크레용팝 음악 말고도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물론 내 안에 뮤지컬 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현재 무대에 서고 있는 '영웅' 또한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다. 밝고 사랑스러운 링링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는 허민진은 "오디션 사이트에서 발견하고 지원했다. 링링 역을 꼭 하고 싶었다. 전작 '덕혜옹주'에서는 어릴 적부터 나이 든 모습까지 다 소화했다. 링링은 나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작품도 캐릭터도 어두웠던 '덕혜옹주'보다 밝은 역할이라 팬들도 좋아해 줄 거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크레용팝에서 보여드린 모습과 크게 상반되지 않아 관객들에게도 큰 이질감 없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지원 이유를 설명했다.
첫 뮤지컬 '덕혜옹주'가 소극장 공연이었던 반면 두 번째 뮤지컬 '영웅'의 무대는 대극장이다. 거대해진 무대, 3층까지 빽빽하게 찬 관객들. 누군가에게는 꿈의 무대이기도 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선 소감을 묻자 허민진은 의외로 담담했다.
"소극장과 대극장 차이가 클 것 같았는데, 느낌이 다르지 않더라. 특히 정성화 선배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 '대극장일수록 소극장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극장이라고 잘 보일 수 있도록 크게만 하려고 하면 함정이 된다. 오히려 소극장처럼 섬세하고 정확한 연기를 해야 감정이 제대로 전달된다. 그래서 깊은 연기를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스태프분들이 이렇게 세종문화회관이 지속해서 꽉 채워지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 감사한 말을 들었다. 긴장도 되고 중압감도 더 올라갔다. 그런 환경 속에서 누가 되고 싶지 않다. 비중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아이돌이라는 선입견도 있어서 더 잘하고 싶다. 그래도 항상 즐기자는 마음이다."
뮤지컬 '영웅'에서 허민진이 연기하는 링링은 오빠를 잃는다. 큰 무대라 배우의 눈물은 객석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그녀는 언제나 온 마음을 다해 울고 있다. 허민진은 "사실 연습 때부터 울었다. 오빠인 왕웨이 역의 배우 황의건이 정말 감정 표현을 잘한다. 왕웨이가 안중근을 보내고 홀로 남는 장면이 있다. '잘 가게 중근이' 부분부터 이미 무대 위에서 눈물이 난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가족이라는 존재를 다시 한번 느낀다. 서로 목숨을 걸고 지켜주는 관계. 나도 실제로 오빠가 있어서 가끔 생각나기도 한다"며 '영웅'에서 느낀 가족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함께 크레용팝 멤버인 쌍둥이 동생 웨이 또한 허민진에게는 특별하다. 얼굴이 똑같아서 지난 12일 열린 소율♥문희준의 결혼식에서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탄생됐다. 공연 때문에 허민진은 부득이하게 결혼식에 불참하게 됐는데, 그날 포토월에서 찍힌 웨이의 사진에 허민진(초아)의 이름이 적혀 있던 것. 사진 기자도 감쪽같이 속이는(?) 두 사람은 누구보다 가깝고도 힘이 되는 존재다.
"웨이가 공연을 보러 와줬다. 웨이가 양준모 선배 공연만 두 번 봤는데, 계속 멋있다고 말한다. 집에서는 '영웅' 넘버 '누가 죄인인가'를 매일 듣고 잇있다. 웨이가 내 연기를 보고 신랄하게 피드백을 해준다. 딱히 떠올리려고 하니 생각나는 건 없지만, 안중근에게 달려가서 안길 때, 더 전력으로 안기라고 조언해 줬다. 그 부분이 웃음을 자아내는 포인트이기도 한데, 내가 너무 빨리 떨어지니까 관객들이 웃으려다가 만다고 객석 반응을 대신 전해줬다. 그 외에는 응원이다. '잘하고 있다, 자신감을 갖고 하라'고 언제나 뒤에서 힘이 되어준다."
지금 허민진이 배우로서 느끼는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링링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다. 밝고 사랑스러운 역할이기에 자칫하면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링링 역의 중심을 잡는 것은 쉽지 않다. 조언도 듣고, 시행착오도 겪으며 매일매일 성장해가고 있다.
"연출가의 '표현 더 해도 된다. 과하면 누르면 되니까 모자란 것보다 낫다'는 조언에 따라 조금씩 얹혀서 하다 보니 최근 '과하다'는 말을 들었다. 넘버 연습을 할 때도 음악 감독님이 '첫 넘버에서 방방 뛰어야 죽을 때 더 슬프다'고 말씀을 주셨다. 그래서 호흡도 더 띄우고 활기차게 부른다. 사실 호흡 띄워 부르는 것이 쉽지 않다. '이것이 첫사랑일까요' 넘버를 부를 때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은 적응했다. 과하다는 평가도 내가 하려고 하는 목표가 통했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제는 과한 표현보다 자연스럽게 링링을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이다."
배우로서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캐릭터를 묻자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장나라가 맡았던 역할을 꼽았다. 허민진을 떠올리면 금방 상상할 수 있는 이 그림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어렸을 적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기도 하지만, 나도 어렸을 적 부유하게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다른 역할보다 감정 이입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연기하면서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돌이 '뮤지컬의 불청객' 같은 느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뮤지컬을 정말 사랑하고 하고 싶어 하는 배우로 봐주시면 좋겠다. 열심히 하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허민진. 그녀는 계속해서 오디션에 도전 중이다. "현재 모집 중인 오디션이 별로 없다"면서도 "다음 주에 또 오디션을 보러 갈 예정"이라 밝히는 그녀에게 배우로서의 포부를 물었다.
"배우로서의 포부... 아직은 없는 것 같다. 그럴 단계는 아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임할 것이다. 여러 가지 꿈을 꾸고 있지만 지금은 뮤지컬에 집중하고 싶다. 이거 조금, 저거 조금 해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허민진을 처음 봐주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팬들 외에도 뮤지컬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인정받고 싶다. 실력을 쌓기 위해 역할을 가리지 않고 다작(多作)해보고 싶다. 다작 배우가 꿈이다."
(사진 제공=에이콤, 본사DB)
[팝인터뷰①]허민진 "4인4색 안중근 오빠들, 모두 좋아해요" [팝인터뷰②]크레용팝 초아 아닌 허민진 "다작 배우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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