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재영 / 민은경 기자
배우 한재영 / 민은경 기자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관객을 사로잡는 신 스틸러.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진 않는다. 그 뒤에는 당신이 모르는 어마어마한 시간들이 있다. 배우 한재영(39)이 그러하듯이.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제작 이디오플랜)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가 다시 한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재진행형 휴먼 드라마다.

극 중 한재영은 형사 백철기 역을 맡았다. 현우에게 누명을 씌우는 악역이다. 어찌나 악랄한지 역대급 '분노 유발자'로 사랑(?)받고 있다.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그가 '검사외전'(2016) 장현석, '강남 1970'(2015) 박창배와 동일인물이란 걸 알 테다. 그간 맡아왔던 다소 센 역할과는 달리, 실제로 마주한 그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해 말할 때는 한없이 진지했다. 배우란 직업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엿보였다.

요즘 그는 때아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 15일 개봉한 '재심' 덕분이다. 200만 고지를 바라보고 있는 영화다. 입소문의 힘으로 흥행 중이다. 늘어나는 관객의 숫자에 비례해 백철기의 만행 역시 질타 아닌 질타를 받을 터. 한재영은 "그래도 그건 연기이지 않나"라며 씩 웃었다.

"사실 '재심'이 이렇게 사랑받을 거란 기대는 내심 했었다. 시나리오도 좋았고 찍을 때 워낙 재밌었다. 서로 믿음도 강했다. 제작비가 큰 영화는 아니지만 해볼만하단 생각이 들더라. 예상한 정도로 가고 있는 것 같다. 300만 명이 넘었으면 좋겠는데."

배우 한재영 / 민은경 기자
배우 한재영 / 민은경 기자

"대차게 욕을 먹을까 봐 무대인사를 못 가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한재영. 그런데 속 사정은 따로 있다. 최근까지 그는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를 촬영했다. 김희선과 김선아가 함께하는 캐스팅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대립군'에도 출연한다. 지난해 5월부터 쭉 달려왔다. 잠시 쉬어가고 싶다지만, 빡빡한 스케줄이 싫지만은 않은 그다. 이런 날이 오길 바라며 15년 넘게 한 우물만 팠으니 그럴 수밖에.

"행복한 일이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2주 정도 놀면 몸이 근질거리더라. 연극할 때도 그랬다. 스물다섯에 서울에 올라와서 시작한 게 연기다. 진짜 힘든데 일주일만 쉬어도 '난 뭘 해야 하나' 싶더라. 죽어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어쩔 수 없는 팔자인가 보다.(웃음)"

그의 말처럼 한재영의 출발점은 연극이다. 지난해까지도 무대에 섰다. 쉴 틈 없이 일하는 그의 뒤에는 남들은 다 퇴근한 연습실에서 남아서 연습을 해왔던 10여 년이 있다. 지금의 그를 만든 원동력이다. 돌아보니 어느새 신 스틸러라지만, 그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무작정 상경해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문이 열려있지 않나. 청소라도 하면 연기를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접근성이 높았다. 물론 '난 연극만 할래'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드라마는 예술이 아니라고 보는 거다. 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단지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연극이나 드라마, 영화를 할 때 다 똑같더라."

배우 한재영 / 민은경 기자
배우 한재영 / 민은경 기자

한재영은 "연기는 하다 보면 갈증이 난다. 끊임없이 개발을 계속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그 탈출구가 연극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새벽에 극단 사무실에서 연습을 하면 아이디어가 딱 떠오른다"라고 했다. 요즘도 가끔 연기학원을 하는 후배의 연습실을 찾는다고. 참 치열하다.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는 "그게 내 스타일에 맞는 방식일 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완벽주의자인 이유다.

"나는 아직도 내가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연기하는 사람이다. '넌 아직 배우가 되려면 멀었다'는 말을 연극을 하면서 선생님들에게 하도 많이 들었다. 지금도 내 이름 앞에는 배우가 아닌 극 중 역할이 붙는다. 최종적으로는 송강호 선배처럼 살아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어떻게 그렇게 편하게 연기를 할 수가 있을까'란 말이 듣고 싶다. 그게 내 목표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