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초능력도 없고, 돈도 없고, 빽도 없다. 그래도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용기는 있다. 남궁민과 손현주, 서민형 히어로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사로잡았다.
KBS 2TV '김과장'(극본 박재범/연출 이재훈, 최윤석)이 승승장구 중이다. 돈에 대한 천부적인 촉을 가진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이 더 큰 한탕을 위해 TQ그룹에 필사적으로 입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정과 불합리와 싸우며,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리는 오피스 코미디 드라마다.
지난해 1월 25일 첫 방송된 '김과장'은 1회 7.8%로 시작해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15일 방송된 15회는 18.4%까지 치솟았다. 20%대 고지가 멀지 않았다. 이쯤 되면 2017년 상반기 대박 드라마라 할만하다.
'김과장'은 덴마크 이민만 꿈꿨던 김성룡이 TQ그룹의 부조리를 포착하고는 정의 구현에 맞선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는 학벌도 별로고 타고난 재산도 없다. 그저 마음 편히 살고 싶었던 회사원이다. 그런데 평범한 사람 그 자체인 김성룡이 부패한 기득권층을 향해 날리는 펀치가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실개천에서 난 서민형 히어로라니. 공교롭게도 스크린에도 비슷한 유형의 캐릭터가 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보통 사람'(감독 김봉한/제작 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 속 주인공 성진(손현주)이다. '보통 사람'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성진은 베테랑 형사다. 월남전 용사로 3대 1 격투는 물론, 범인의 동선까지 예측하면서 수사를 하는 노련함까지 지녔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힘이 들어가 있던 어깨는 급격히 처진다. 그는 말 못 하는 아내와 다리가 아픈 아들을 부양해야하는 가장이다. 덕분에 몸은 고되고 힘든데 벌이는 시원찮은 직업에 대한 회의감까지 느낀다.
이는 성진이 독재정권 치하의 대한민국을 모른 척하는 이유다. 그 역시 현실이 부당하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수술비 마련과 2층 양옥집으로 이사하는 게 그에겐 더 중요하다. 퇴근할 때 아들에게 줄 바나나 하나라도 손에 들고 귀가할 수 있는 삶을 꿈꾼다. 그러다 성진은 예상치 못한 달콤한 유혹을 받게 되고, 사회의 부조리에 눈뜨게 된다.
바야흐로 서민형 히어로 전성시대다. 김성룡과 성진은 출발점이 같다. 둘 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추구하던 인물이었다. 특별한 능력도 없다. 드라마나 영화에 넘쳐나는 게 초인형 인간이거나 재벌 2세인데, 이들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바쁘다. 그럼에도 부당함을 인지한 뒤로는 맨몸으로 뛰고 구르면서 이에 맞선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연대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
그렇다면 왜 드라마와 영화는 보통 사람을 주목하기 시작했을까. '보통 사람'에 출연한 김상호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독재정권 치하 강직한 기자를 연기한 그는 '보통 사람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가 생각하는 보통 사람은 소위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 직업군에서 할 수 있는 말은 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상식과 정의의 실천이 판타지가 된 세상이 평범한 이들을 히어로로 만드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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