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황수연 기자]그야말로 미친 연기력이었다. 극한으로 치닫는 각자의 처절함 속에서 선과 악으로 대표된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는 매 회 짜릿한 반전과 소름을 선사했다. 이 조합 다시 볼 수 있을까. 두 사람의 열연에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행복했다.

SBS 수목 드라마 '피고인'(극본 최수진/연출 조영광)이 지난밤 18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지성(박정우 역)은 엄기준(차민호 역)의 범죄를 밝혀내며 단죄했다. 절대악 엄기준은 정신 이상자 행세를 하며 마지막까지 발악했지만, 그 역시 아버지였기에 연인 엄현경(나연희 역)의 진심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후의 피고인이 된 엄기준은 빨간 명찰을 단 사형수가 됐다. 완벽한 권선징악이었다.

'피고인' 흥행 일등 공신은 지성과 엄기준이었다. 유능한 검사가 다음 날 잠에서 깨보니 모든 기억을 잃고 교도소에서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범이 돼 있다는 파격적인 스토리는 흥미로웠고, 투톱 주연 지성과 엄기준의 숨 막히는 연기 대결은 극의 몰입을 높이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비록 중후반까지 마치 고구마를 먹은 듯한 답답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들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의 연기엔 연일 찬사가 쏟아졌다.

지성의 인생 캐릭터 모음집에 '피고인' 박정우도 추가됐다. 기억을 잃고 아내의 살인 누명을 쓴 박정우였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핏발 서린 눈에는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회 인형 속 아내의 목소리에 무너지며 눈물을 쏟아내고, 그 조차 행복해 애써 웃음을 짓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또한 '잡지 말라는 사람만 잡으면 된다'는 뼈 있는 메시지를 전하며 통쾌함을 줬다.

엄기준의 진가가 드러난 작품이기도 했다. 첫 회 이성적이고 차분한 후계자 쌍둥이 형 차선호와 아버지의 학대로 비뚤어진 쌍둥이 동생 차민호의 1인 2역을 완벽하게 구분 지으며 놀라움을 주더니, 마지막 회에서는 정신 이상자 행세를 하다가 엄현경의 진심 어린 고백과 아들 은수의 이야기에 급격히 흔들리며 눈물을 흘리는 소름 끼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독방에서 '핸드폰 좀 쓰자'며 발악하는 모습까지 절대 악인 차민호 다웠다.

연말 공동 대상을 기대해봐도 될까. 두 사람 중 한 명의 우위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했던 맞대결이었다. 연기 신들이 따로 있나, '갓'지성 '갓'기준, 두 사람의 존재만으로 '피고인'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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