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고, 현실보다 현실감이 넘친다.

지난 2014년 3월 방영됐던 KBS 드라마 스페셜로 방송됐던 '괴물'이 괴물보다 한층 더 끔찍하고 미지의 존재인 '베헤모스'가 되어 무대에 올랐다. '괴물'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베헤모스'(연출 김태형)는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해?"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속물근성과 추악함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작품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돈과 성공만을 위해 살아간다. 돈으로 권력을 쌓은 기업인 창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철없는 소년 태석, 가난이 지긋지긋한 탐욕적인 이변(이현수 변호사), 그리고 정의를 구현해보고자 했던 오검(오진욱 검사)까지.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관계는 태석의 "아빠, 나 사람을 죽인 것 같아"라는 말 한마디로 시작된다. 태석의 아빠인 창훈은 태석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이변에게 전화를 건다. "10억이면 되겠느냐"고 묻는 창훈에게 한 술 더 떠 "착수금으로 괜찮은 금액"이라 답하는 이변. 이변은 태석의 일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이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오검이 태석의 담당 검사가 되고,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치며 파워게임을 펼친다.

이변과 오검은 극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캐릭터인 동시에 메시지를 품고 있는 인물이다. 이변의 캐릭터 성질은 날카롭다. 오검이 극에서 "이변을 '베헤모스'라고 불렀다"고 설명하듯, 그는 존재 자체로 '베헤모스'를 나타낸다. 사치스러운 취미인 요트 중독자에, 돈을 위해서라면 일을 가리지 않고 수행하는 변호사인 그는 "세상일의 대부분은 돈 때문"이라고 말하며 이기기 위해서는 반칙, 속임수를 넘어 살인하는 것까지 거리낌이 없다. 세상에 찌들 때로 찌든 이변과 반대의 성향을 가진 오검은 '정의'를 위해 일하는 인물이다. 고지식한 성품을 지닌 오검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별할 줄 알던 사람이다. 그런 그는 결국 정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힘을 얻으며 변하게 된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의 변화는 '베헤모스'에서 던지는 "너는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하느냐?"는 메시지 그 자체가 된다.

약 60분짜리 드라마가 110분 러닝타임 연극으로 탈바꿈하면서 스토리가 더욱 탄탄해졌다. 무대의 장점인 실제적 표현과 더불어 각 캐릭터의 이야기가 개연성있게 이어지며, 인물이 가진 속성과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탄생했다. '베헤모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무대 연출이다. '한정된 공간'이란 한계를 영리하게 극복한 공간 활용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극의 재미를 선사한다. 관객 시선에서 볼 때 무대 좌측에 검사, 센터에 취조실, 우측에 변호사가 자리한다. 배우들은 넓게 펼쳐진 무대를 비워두지 않는다. 어둑해진 조명 아래서도 끊임없이 연기를 이어가며 분위기를 굳힌다. 뒤편으로는 호텔 방이 배치되어 있다. 특히 호텔은 그 자체로 대형 스크린으로 변하며 관객에게 'TV 브라운관'로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장치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베헤모스'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는 느낌을 준다.

사회적 문제를 담은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가볍지 않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을 회전문 관람으로 이끈 요소는 더블 캐스팅이다. 배우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 인물들은 어떤 조합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특히 이변 역의 감찬호와 최대훈은 캐릭터 설정부터 달랐다. 김찬호가 지방에서 상경해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젊고 세련된 변호사를 그려냈다면, 최대훈은 거친 사투리를 사용하는 마초적 성격이 강한 변호사를 탄생시켰다. 성공에 대한 의지를 보이며 소름 끼치는 행각을 벌인 것은 같지만 기질이 다른 캐릭터의 성격은 극의 결을 바꾸며 한 번 이상 보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신선함을 선사했다.

'베헤모스'의 뒷맛은 씁쓸하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하고, 나 자신 또한 거울에 비춰보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멀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고스란히 무대로 옮겨놓은 모양새기 때문이다. 2014년에 방영된 원작 드라마 '괴물'이 무대화되고, 2017년의 우리는 또다시 공감한다. 결국,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연극 '베헤모스'에는 오검 역 정원조·김도현, 이변 역 최대훈·김찬호, 재벌 아들 태석 역 문성일·이창엽, 태석의 아버지이자 재벌 정치인 창훈 역 권동호, 민아 역 김히어라가 출연한다. 4월 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사진 제공=(주)PMC 프러덕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