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극 중반부를 넘어가며 전개가 느슨해지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있었다. 기우였다. '역적'이 후반부에도 여전히 흥미로운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연출 김진만, 진창규/극본 황진영/이하 역적)은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다룬 작품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소설 속 주인공 홍길동이 아닌 실제 역사 속 기록된 홍길동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있다.
'역적' 속 홍길동은 양반가 서자가 아닌 씨종의 자식으로, 축지법 등을 쓰는 도인이 아닌 역사(力士)로 그려진다. '역적'은 민초들을 핍박하는 기득권층과 기득권층이 내세우는 '강상의 도'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고발한다. 즉, 능상(凌上) 척결을 외치는 시대에 정면으로 맞서 싸운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극 초반은 '씨종' 아모개(김상중 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됐다. 아모개는 평생 조참봉(손종학 분)을 주인으로 모시며 산 인물로, 그는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 수 있도록 외거노비가 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하지만 조참봉과 참봉부인 박 씨(서이숙 분)의 농간으로 아내 금옥(신은정 분)을 잃곤 직접 조참봉의 목을 베며 '역적'이 보여줄 '반란'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아모개는 잠무(밀무역)로 큰 부와 명성을 축적하며 그 힘으로 제 자식들은 자신과 다른 세상에서 살게 해주려 했고, 길동(윤균상 분)은 아버지 아모개가 '건달' 일을 그만 두길 바랐다.
여기에 연산군(김지석 분), 충원군 이정(김정태 분), 허태학(김준배 분)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좀 더 복잡해진다. 허태학과 충원군, 그리고 박 씨 부인은 결국 아모개가 이룬 것들과 그의 몸을 망가뜨렸다. 길동이 '역사'로서 자신의 힘을 각성한 것은 아모개를 풍비박산 낸 이들에 대한 복수심이 계기였다. 길동은 지략과 초인적인 힘을 이용해 충원군과 허태학에게 복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본 후 아모개는 아들 길동의 곁에서 눈을 감았다.
이처럼 극의 중심을 잡아줬던 김상중이 하차하고, 갈등구조가 복잡해지며 극적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김상중이 극에서 퇴장한 후 시청률이 두 자리 수에서 8%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연출을 맡고 있는 김진만 PD가 직접 생방송 급으로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해, 후반부 스토리에 대한 걱정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적'은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스토리의 힘으로 이런 우려를 날렸다. 아모개와 조참봉, 아모개와 박 씨 부인의 대립에서 시작한 스토리는 길동과 충원군, 길동과 연산군, 길동과 또 다른 역사 모리(김정현 분)의 대립으로 확대됐다. 길동과 가령(채수빈 분)의 애틋하고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 장녹수(이하늬 분)와 연산군의 이야기도 독자적으로 혹은 다른 이야기와 얽히며 스토리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무오사화, 갑자사화 등 역사적 사실도 극적으로 각색돼 흥미롭게 전개됐다.
현재 '역적'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축은 길동과 연산군의 대립이다. 여기에 더해 '역적'은 길동의 동생 어리니의 정체를 고의적으로 감추어,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며 한층 흥미로운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아역 정수인이 연기하던 어리니 역은 극 중 시간이 흐르며 다른 연기자에게 배턴이 넘어간 상황. 유력 후보는 옥란(정다빈 분)과 상화(이수민 분)로,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둘 중 누가 진짜 어리니일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어리니는 어린 시절 기억을 잃은 듯 길동을 알아보지 못했고, 길동만 동생을 알아봤으나 둘 중 누가 어리니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아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처럼 '역적'은 그 안에서 조금씩 스토리를 확대해 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큰 줄기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런 '역적'의 영리한 스토리 전개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극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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