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힘쎈여자 도봉순’이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박보영-박형식의 로맨스는 더없이 설레었고, 극 중 ‘서브 남주’ 포지션을 맡았던 지수 역시 마지막까지 캐릭터의 매력을 잃지 않았다. 다른 캐릭터들 역시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며 극을 꽉 채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남았다.
JTBC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연출 이형민/극본 백미경)이 15일 방영된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선천적으로 어마어마한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박보영 분)이 소위 ‘똘끼’ 충만한 안민혁(박형식 분)과 정의감에 불타는 경찰 인국두(지수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힘겨루기 로맨스를 다룬 작품이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대놓고 B급을 지향한 코믹 요소들, 박보영과 박형식의 달달한 로맨스, 여성은 물리적인 힘이 강한 남성에게 보호 받아야 한다는 성 고정관념을 깨는 스토리 전개로 첫 방송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에 화제성은 물론,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10회 방송에서 시청률 9.66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JTBC 역대 드라마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최종회 역시 8.957%라는 높은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 같은 성과를 올린 ‘힘쎈여자 도봉순’ 팀은 20일 발리로의 포상휴가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지금, 아쉬움도 남았다. 극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불분명해진 것이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성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와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다.
‘힘쎈여자 도봉순’이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가냘프게 보이는 여성이 약한 이들을 괴롭히는 건달들을 혼내주고 남성을 보호한다는 ‘유쾌한 비틀기’에 있다. 도봉순이 맨손으로 건달들을 물리치고 여성만을 노리는 ‘여성혐오 범죄’의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여성 히어로물의 탄생’이라고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하지만 극이 전개되면서 결국 여타 로맨틱코미디의 클리셰를 따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남자 주인공인 안민혁은 재벌 2세에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를 갖고 있으나, 여자 주인공인 도봉순은 극 초반 특별할 것 없는 ‘스펙’을 가진 취업 준비생으로 등장했다. 두 주인공의 사회·경제적인 차이는 지루할 정도로 익숙한 구도다.
또한 여성 히어로물을 그리려 했다고 하기에는, 결국 여성이 남성의 도움을 받는 장면이 다수 등장해 ‘힘쎈여자 도봉순’만이 가진 매력을 반감시켰다. 도봉순이 힘을 잃고 납치당했을 때, 안민혁과 인국두가 동시에 달려와 도봉순을 구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결국 판타지적인 ‘괴력’이 없으면 여성은 남성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당연히 현실 속 여성들은 도봉순과 같은 괴력을 갖고 있지 않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소수자’를 그리는 데 있어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도봉순은 자신의 힘, 남들과 다른 점을 감추고 싶어 했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알리지 않으려 했다. 적어도 극에서라도 소수자가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은 대목이다.
성 소수자에 대한 묘사는 가장 많이 비판을 받은 부분 중 하나다. 극 중 성 소수자로 등장한 김원해의 모습은 ‘게이’에서 떠올릴 수 있는 선입견을 모두 갖춘 듯했다. 성 소수자를 희화화 하고 가볍게 다룰 뿐, 그들의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없다. 오해였다고는 하나, 도봉순이 안민혁을 게이로 오해하고 그 사실을 본인의 동의 없이 주변인들에게 알리는 모습들도 문제로 지적됐다. ‘아웃팅’이 하나의 ‘폭력’이 되는 실제 성 소수자들의 현실과 괴리가 있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가볍고 유쾌한 웃음을 전하면서도 설렘과 달달함을 충족시켜줬다.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로서는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극의 기획의도였던 여성 히어로, 약자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졌다. 때문일까. 사랑스러운 '멍뭉커플'의 해피엔딩에도 어쩐지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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