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초경량, 초근접 밀착 여행을 지향하는 '배틀트립'이 1주년을 맞았다. 정글생활부터 먹방투어까지, 여행 예능은 지금 춘추전국 시대다. 수많은 프로그램이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이는 시도하기에는 좋지만 차별화를 두거나 장기간으로 끌고 가기엔 힘든 소재란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배틀트립'은 지난해 4월 16일 첫 방송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떠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N가지 꿀팁"에 충실한, 접근성 높은 구성이 비결이다. 뚝심 있게 '배틀트립'을 이끌어온 연출자 손지원 PD에게 지나온 1년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들었다.
-어느덧 방송 1주년이 됐다. 파일럿 편성 당시에는 다른 여행 프로그램과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라. 결국은 살아남았다.
나도 1년을 갈 수 있을지는 예상 못했다.(웃음) 기존 여행 예능은 연예인들의 대리만족형이 강했다. '배틀트립'은 직장인들이나 대학생이 갈 수 있는 눈높이로 끌어내렸다. 호텔을 협찬받는, 부럽기만 한 여행은 아니었다. 덕분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생겼다는 게 이유가 아닐까. '나도 저 돈이면 갈 수 있겠다'는 게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사실 우리는 해당 여행지를 다녀온 분들이 SNS에서 밝힌 노하우를 그대로 따라 하는 거다. 기존 여행 프로와는 순서가 바뀐 셈이다. 그런 것들이 요즘 트렌드와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접근성이 높은 여행은 '배틀트립'의 정체성이다. 하지만 여행지 선정 면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그건 우리가 끌어안아야 하는 부분이다. 사실 '배틀트립'은 제작비나 출연자들의 스케줄 때문에 여행지가 아시아 지역에 한정돼 있는 경향이 있다. 유럽이나 미주에 비해 비용이나 시간을 짜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결국은 누가 누구랑 가느냐의 문제다. 우리 입장에서는 같은 지역을 가도 다른 경우의 수가 있다는 거다. 여름에 가는 홋카이도와 겨울에 가는 홋카이도가 다르다. 또한 출연자의 성별과 결혼 유무, 취향, 나이대에 따라서도 여행 루트가 달라진다. 때문에 결국에는 지역이 아니라 사람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할 것 같다.
다행히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된 여행지에서 우리에게 제보를 주는 경우도 있다. 1년 전 김옥빈 김현숙 갔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가 대표적이다. 그전에는 한국에서 여행지로 잘 고려되지 않는 지역이었다. 제작진이 검색을 하다가 블로그 귀퉁에서 발견한 한 문구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2시간 반만에 60여만 원으로 갈 수 있다고 하더라. 생각보다 가까운 여행지였다. 나중에 기사를 봤는데 전년도 동기간 대비 블라디보스톡 검색량 자체가 늘었다고 하더라. 그런 곳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인 거다. 요즘은 다들 자유여행에 익숙하시지 않나. 검색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시기를 잘 만난 프로그램이란 뜻인가.
맞다. 특히 장비 부분이 그렇다. 우리는 고프로나 DSLR로 촬영을 한다. 그건 시청자들도 갖고 다니는 장비다. 작년을 기점으로 경량화된 장비들이 유행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배틀트립'을 기획할 수 없었을 거다. 제작비를 감당할 수가 없다. 또한 드론의 최대 수혜 프로그램이 우리다. 예전에는 지미집 조립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렸다. 제작비가 감당이 안 된다. 하지만 요즘은 드론만 구입하면 감독님들이 쉽게 촬영할 수 있다. 여러모로 첨단 장비 대중화로 우리도 도움을 크게 받았다. 시청자들도 해당 장비에 관심이 많다.
-1주년 특집 여행지는 제주도다. MC 성시경과 이휘재가 하루 10만원으로 제주도 여행하기에 도전했다던데. 이게 가능한 예산이던가.
2,200명에게 한 달 반 동안 조사를 했다. 평균 금액을 산출했는데 1일 경비 기준으로 10만 원을 잡으시더라. 물론 항공이나 숙박처럼 개별의 경제 차이를 제외한 금액이긴 하다. 우리도 (녹화 당시)소형차를 빌리고, 비행기 표 등 기본 경비는 뺐다. 먹고 즐기는 경비가 10만 원이다. 하루 두 끼 식사와 간식, 액티비티 등이다. 제일 많이 쓴 사람이 10만 원에 사비를 약간 보탠 경우다, 대부분 다 남겨왔다. 김숙이 대표적이다. 당일 여행이어서 가능했다. 푸드 트럭도 가고 600원짜리 빵을 사 먹었다. 제일 비싼 게 1만 3천 원짜리 스파게티였다. 액티비티도 서핑 강습은 반나절에 6만 원이었다. 박물관 등도 코스에 집어넣었더니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진 않더라. 금액대를 잘 섞어서 했다. 아껴야 된다는 조건이 있으니 스스로 저렴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시더라. 시청자들도 우리가 시도한 아이템들을 잘 섞으시면 비용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은 아이템과의 싸움이다. 1년을 기점으로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고민이 뭔가.
'배틀트립'은 평생 갈 일이 없을 것 같은 곳을 소개해드리지 않는다. 실현 가능성과 지금 접촉 가능한, 여태까지 가지 않았던 시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끼리는 예능판 '한국인의 밥상'과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만들어보자고 이야기 하곤 한다.(웃음) 예를 들어 일본 도쿄를 가더라도 2~3년 전과 지금이 다르지 않나. 또한 신규 노선이 취항해서 한국 사람들에게 뜨는 여행지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의 관심사를 계속 알고 있어야 한다.
다른 여행 프로그램은 고정 출연자를 확보해서 버라이어티성으로 흘러가는 게 많다. 시즌제 여행 프로그램의 문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주 출연자와 나라와, 도시가 바뀐다. 호흡이 훨씬 빠르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출연자가 나오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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