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인터뷰①에 이어)

김경수는 인터뷰 진행 전 어떤 방향으로 질문이 전개되는가를 미리 물어 답변을 준비할 정도로 철저한 준비성을 보였다. 그러나 던져진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다 보면 어느새 다른 목적지에 도착해있었고, ‘질문이 뭐였죠?’라는 반복적인 물음과 함께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덕분에 인터뷰의 내용은 더욱 풍성해졌다.

사실 작품을 설명하기에 뮤지컬 ‘스모크’는 쉬운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죽음을 갈망하는 ‘초(超)’라는 캐릭터는 관객이 극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더욱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공개해도 되는지 그 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김경수 또한 이런 점을 어필했다.

“예전에 했던 작품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말할 때는 논리 정연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는 말했던 것 같다. 그런데 ‘스모크’는 애매하다. 이 캐릭터는 이렇게 하고 있고, 이런 곳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깔끔하게 말을 못 하겠다. 이상한 작품이다(웃음).”

시인 이상과 힐링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추정화 연출은 ‘스모크’를 힐링극이라고 표현했다. 이상의 시가 가사로 쓰인 넘버와 뜻을 내포한 추상적 대사를 곱씹다 보면 이 작품이 주는 위로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김경수에게 주옥같은 문장 중 어느 파트를 가장 좋아하는지 물었다.

“‘나는 죽고 싶은데 죽을 수가 없어, 내가 난데 내가 내가 아니라서, 나는 죽일 수가 없어. 지옥 불구덩이 속에서 죽지도 못하고 평생 활활 타고 있어. 기억나니 네가 나를 거기에 떠밀었잖아’라는 부분이다. 이 때 내 감정이 폭발한다. ‘초’가 ‘해(海)’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인 것 같다. 이 부분이 ‘초’의 상황을 대표하는 대사라는 생각이 든다. 저 말을 하면서 또 살고 싶어 한다. 살아있으니까.”

좌측부터 윤소호-고은성-정원영
좌측부터 윤소호-고은성-정원영

김경수가 연기하는 ‘초’라는 인물은 ‘해’의 존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스모크’에는 세 명의 ‘해’가 있다. 배우 정원영, 고은성, 윤소호다. 각기 다른 매력의 세 배우와 연기하는 것은 어떨까.

“(윤)소호와는 트라이아웃부터 같이 해서 편하다. 의지할 수 있는 배우다. 소호를 보면 정말 ‘해’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외모도 만화 캐릭터처럼 핸섬하다. 극 중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며 ‘우리 꼭 닮은 것 같다~’ 하는 부분이 있는데, 참 미안하다. 정말 다르게 생겼으니까(웃음). 소호와 (고)은성이와의 공통점이 있는데, 극 중 이상의 나이와 가장 근접한 나이다. 젊음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싱그러운 친구들이라 같이 연기할 때 대비되어 좋다.

은성이와는 뮤지컬 ‘인터뷰’(2016)를 함께 해서 역시 편하다. 그때는 같은 배역이라 같이 고민을 많이 했다. 은성이가 겉으로는 발랄하고 까불거리기도 하는데, 작품을 굉장히 철저하게 열심히 분석하는 친구다. 본능적인 친구라 자기감정이 상황과 텍스트에 맞지 않으면 멈춰버린다. 그런데 그 고비를 넘으면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게 된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배우에게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캐릭터와 작품에 녹아있느냐가 중요하니까.”

딱 작품 속 이상의 나잇대인 윤소호와 고은성의 이야기가 끝나자 웃음이 터졌다. ‘해’ 역 중 가장 연장자인 정원영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니 어리다는 것 자체가 매력이고 무기가 된 윤소호, 고은성에 대비되었기 때문. 김경수는 “그렇다고 원영이가 나이가 들어 보인 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원영이는 에너지가 너무 좋다. 많은 관객을 이해시킬 수 있는 연기력을 지녔다. 무대 위에서 원영이의 연기를 보면서 순간 ‘초’임을 잊을 때가 있다. 그만큼 원영이의 연기가 좋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연습실에서 가장 많은 감동을 받은 친구다. 철두철미하면서도 밝은 에너지로 현장을 즐겁게 만든다. ‘스모크’ 자체가 우울한 면도 있잖나. 그런데 원영이는 쉴 틈없이 재미있다. 내가 웃음이 헤픈 사람도 아닌데, 원영이가 툭툭 던지는 말이면 다 웃는다. 나이는 어리지만 존경하게 되는 배우다. 아직 원영이와 무대에 함께 선 횟수가 많지 않아서 같이 연기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연습실 에피소드를 물으니 오프 더 레코드급 이야기를 털어놨다. 웃음바다가 된 가운데 누구도 다치지 않을 이야기를 요구하자 김경수는 “에피소드 이야기를 잘못한다”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스모크’ 팀 모든 배우가 출연한 인터뷰 영상만 봐도 그의 성향이 드러난다. 김경수는 맨 뒷줄 사이드에 앉아서 조용히 웃음 짓는 모습만 보였다. 순발력 넘치는 입담으로 ‘엔딩요정’에 등극하기는 했지만, 나서서 이야기하는 스타일은 아닌 듯 보였다.

“’스모크’의 오프닝 멘트는 ‘해’의 라이브로 진행된다. (정)원영이의 아이디어였다. 떠오른 생각을 바로 전달하는 것을 잘한다. 첫 공연 때 배우들이 모여 화이팅을 하는데 ‘서먹서먹하지만 스모크 스모크’라고 아재 개그처럼 외쳤다. 나는 원영이처럼 현장에서 분위기를 캐치해 띄우는 말재주가 없다. 그래서 옆 사람에게 마이크를 넘긴다.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방송에서는 말을 잘 안 하려고 한다. 손해인 것 같다.”

(인터뷰③으로 이어짐)

(사진 제공=더플케이필름앤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