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경쟁이 지나간 자리에는 우정이 남았다.
지난해 ‘크로스오버’ 장르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던 본격 시청자 귀 호강 프로그램 JTBC ‘팬텀싱어’에 출연했던 우정훈 ·류지광 ·박요셉 ·최용호. 환상적인 목소리로 폭발적 가창력을 뽐낸 네 사람이지만 시청자들을 오래 만나지 못하고 안타깝게 탈락했다. 1·2·3등 세 손가락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여전하다. 아니, 조금 더 따뜻해졌다.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베어홀에서는 ‘팬텀보이스’의 첫 콘서트가 열렸다. ‘팬텀보이스’의 멤버는 우정훈 ·류지광 ·박요셉 ·최용호 ‘팬텀싱어’에 얼굴을 비쳤던 네 사람이다. 경쟁이 끝난 뒤 우정으로 뭉친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연습 분위기 또한 화기애애했다.
다시 만난 반가운 네 사람에게 늦었지만 ‘팬텀싱어’를 마친 소감을 물었다. 우정훈은 “아쉬웠지만, 지나고 보니 32명 안에 속했던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 발 뒤에서 보니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좋은 하모니를 만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준 감사한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류지광은 “사실 나는 성악에 생소했는데, 많이 배웠다. 지금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은 못하지만 계속 지도를 받았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팬텀싱어’ 이후 노래하는 일도 계속하고 있고, 사랑도 많이 받고 있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막내인 박요셉은 “다른 분야에서 노래하는 사람을 만나 얘기하는 것 자체로도 도움이 많이 됐다. 함께 노래하면서 다른 이의 장점이나 나의 부족한 부분을 찾게 됐다. 특히 클래식을 하면서 ‘팬’이 생긴다는 것은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생겼다는 것에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최용호는 “나는 성악만 하던 사람이라 다른 장르에는 솔직히 관심이 없었다. 그저 성악가로서 한정되고 제한된 기회 속에서 대중 앞에 어떻게 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왔다. 그런 무대에 대한 목마름을 ‘팬텀싱어’가 풀어준 것 같다. 음악에도 락, 뮤지컬, 국악 등 다양한 장르가 있잖나. 그런 음악들 사이에서 클래식 또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메뉴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긴장감이 맴돌던 ‘팬텀싱어’ 연습시간과 달리 ‘팬텀보이스’ 네 멤버의 연습시간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노래하다가 눈이 맞으면 춤도 추고, 마음껏 소리쳐 노래하기도 한다. 장난스러운 분위기지만 최고의 무대를 위한 노력이 빠진 것은 아니다. 틀리면 ‘다시 해보자’고 누군가 이끌고,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팬텀싱어’ 32명의 출연자 중 4명이 모이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원래 친했던 것이냐고 물으니 네 사람은 입을 모아 “절대 그렇지 않았다”고 답한다. 네 사람이 본격적으로 친해진 것은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마지막 결승 무대가 펼쳐진 날이다. 스페셜 팀으로 시청자들에게 모습을 보였던 그들은 긴장감 대신 짜릿한 기쁨을 준 그 무대에서 서로 급격하게 친해졌다고.
우정훈은 “스페셜 팀은 지정을 받은 것이 아니다. 32명 중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던 참가자에게 시간이 되면 참석해 달라고 요청이 온 거다(웃음). 그때는 경쟁자가 아니라 형-동생으로 만난 거라 리허설을 하면서도 분위기가 좋았다. 무대에 설 때도 놀면서 했다. 그 시기에 팀을 짜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하면서 슬쩍 박요셉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는 “요셉이는 비주얼로 데려온 거다. (요셉에게)너 노래 잘해서 데려온 거 아니야. 얼굴과 귀여움 담당이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바쁘게 돌아갔던 경쟁 프로그램 속에서 말 한마디도 쉽게 나누지 못했던 그들이지만, 마음이 잘 맞았다. 수단이 아닌 인연으로 만난 네 사람은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형성된 네 사람의 팀워크는 ‘팬텀보이스’ 콘서트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안정된 진행 솜씨로 관객을 아우를 줄 아는 우정훈은 스타트와 함께 “오늘 시간이 많다. 1시간 2시간 3시간 함께 하시게 될 것이다. 따로 인터미션이 없으니 자유롭게 화장실 다녀오시면 된다”는 말로 공연장 분위기를 단숨에 훈훈하게 만들었다. 실력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 없는 폭풍 가창력을 선사한 우정훈 ·류지광 ·박요셉 ·최용호는 콘서트 중간중간 관객을 위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소원 들어주기, 애장품 선물 등 그들은 관객과 한층 가까이 다가가며 클래식 자체에 대한 인식의 벽도 허물었다.
이날 특별한 손님이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팬텀싱어’에 출연했던 임광현과 최치봉이 놀러 온 것이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노래하는 회사원' 임광현은 박요셉과 함께 ‘이제 그만’을 열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선 임광현은 떨리는 모습을 그대로 보이기도 했다. 박요셉은 “임광현 형을 만나기 쉽지 않다. 연락하면 아이랑 놀아줘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임광현은 웃으며 “지금 똑같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 ‘팬텀싱어’ 후 변화가 있다면 이렇게 친구들의 무대를 보러 놀러 오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 이렇게 노래할 기회도 주니 정말 삶의 큰 낙이다. 감사하다”고 근황 토크 및 무대에 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두 번째 깜짝 손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류지광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사람은 최치봉. 관객의 큰 환호를 받은 최치봉은 특유의 방글 웃음으로 따뜻한 성원에 인사를 건넸다. 최치봉은 “앨범을 준비 중이다. 곧 음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반가운 근황을 공개했다. 류지광은 “이름을 검색하면 서로의 이름이 연관 검색어에 뜬다. 이 자리를 빌려 꼭 말하고 싶은데, 우리는 둘 다 여자를 좋아한다(웃음). 지금까지 우정 변치 않고 이어져 오는 것에 감사하다. 치봉이가 참 예쁜 동생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최치봉은 류지광을 가리키며 “예쁜 형이에요”라고 순발력 넘치는 입담을 자랑해 폭소케 했다. 두 사람은 ‘널 사랑하지 않아’로 환상의 하모니를 선사했다.
'팬텀보이스'의 약 120분 공연은 다채로웠다. CM송 등으로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You raise me up'을 시작으로, 영화 '미녀와 야수' 삽입곡 'Evermore', 스페인어 버전의 'Heroe' 등 우정훈 ·류지광 ·박요셉 ·최용호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곡들이 선곡됐다. 더불어 그들을 이어준 '팬텀싱어' 특별팀 공연에서 들려준 'Seasons of Love'와 함께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하는 트로트 '누이'와 국민가요 '사랑으로' '우정의 노래'까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노래를 곁들이며 한층 더 풍성한 시간을 만들었다.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세트리스트 또한 네 사람이 합심해 만들었다. 그들은 이 세트리스트가 '팬텀보이스'로서 '팀으로 보여주고 싶은 음악'이라 말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대중들에게 선물같은 시간이 되도록 무대를 만드는 것. 그것이 네 사람이 만들고 싶은 공연이다.
지금은 함께 활동하고 있지만, 네 사람이 그리는 목표 또한 소중하게 마음 속에 담겨있다. 우정훈은 앞으로 대중과 만나는 무대에 많이 설 계획이다. 연기자 출신인 류지광은 노래라는 특별한 무기를 얻었으니 앞으로는 본업인 배우로서의 모습을 더욱 보여줄 예정이다. 아직 대학원생인 막내 박요셉은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드러냈다. 더불어 성악을 계속 열심히 해 오페라 무대에 서며 성악가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최용호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성악가를 꿈에 그린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우정훈·류지광·박요셉·최용호 '팬텀보이스'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