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120분의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김찬호의 의심할 여지 없는 가창력부터 완벽한 쇼맨십, 그리고 실력과 반전되는 순수 토크 센스까지. 그곳에 더해진 ‘10년 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은 봄바람 보다 설레는 두근거림을 선사했다.
22일 서울 중구 이해랑예술극장에서는 뮤지컬 배우 김찬호가 호스트로 나선 11회 ‘송포유(Song For You) - UPTOWN FUNK(업타운펑크)’ 무대가 펼쳐졌다. ‘송포유’는 뮤지컬 배우 송용진이 고정 MC로 출연하며 한 명의 배우가 호스트로 나서서 공연을 이끌어가는 형태의 콘서트다.
이날 김찬호가 선택한 첫 곡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넘버 ‘너의 꿈속에'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순식간에 공연장을 따뜻한 분위기로 채운 그는 노래의 여운이 채 가기 전에 반전 매력을 드러냈다. 김찬호는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러분”이라는 인사 후 안절부절못하며 “저 다음 어떻게 해야 하죠? 처음이라서”라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용진이 형~”을 부르는 그의 안타까운 목소리에 MC 송용진은 깜짝 놀라 무대에 오르며 “제가 아까 다 말씀을 드렸는데.. 사상 초유다. 게스트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인사 후 두 곡을 더 부르면 된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긴장감 탓에 곡 소개도 실패한 김찬호는 '베르테르' 넘버 ‘발길을 뗄 수 없으면’과 '번지점프를 하다' 넘버 '그대인가요'로 봄날에 어울리는 감성을 선보였다. 이어진 토크 타임에서 송용진은 김찬호에게 “전에 성두섭 호스트 편에서 게스트로 출연했다. 그때 호스트 제안했을 때는 절대 안 한다고 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찬호는 “부담이 됐다. 이렇게 연속으로 노래를 불러 본 적이 없다. 보통 무대에 서면 중간중간 다른 사람이 부르지 않나. 이번에 출연한 것은 도전 의식을 발휘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설레는 마음에 공연 당일 오전 6시 30분에 기상을 했다는 김찬호. 그의 별명은 ‘낫닝겐(NOT+인간)’이다 사람이 아닌 역할을 많이 해서, 그리고 비현실적으로 잘 생긴 외모 덕분에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송용진은 이에 대해 “참 잘생겼다. 연습할 때 찬호 씨 옆 모습을 봤는데 굉장히 멋있더라. 보고 있으면 참 잘났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찬호는 “나는 백지장처럼 생긴 얼굴을 좋아한다.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한 것을 좋아하는데, 나는 다 큼직큼직하게 생겼다. 부모님 감사합니다(?)”고 답해 훈훈한 미소를 짓게 했다.
송용진은 김찬호에 대해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텅 빈 공연장에서 리허설하는데 표정도 다양하게 만들고, 손짓도 하며 적극적으로 연습에 임했던 것. 그런데 막상 본공연이 시작되자 긴장해서 아무것도 안 하더라고 폭로한 송용진은 “오늘은 무대 뒤쪽으로 안 들어가고 옆에 앉아 지켜보겠다”면서 후배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송포유’ 사상 가장 버라이어티한 세트 리스트”라고 말한 송용진의 말처럼 이어진 노래는 가요였다. 김광석의 '그대가 처음 울던 날'을 열창한 김찬호는 “이 노래를 좋아한다. 김광석 씨의 감성이 느껴진다. 비트는 밝은데 가사는 슬프다”며 선곡 이유를 밝혔다. 다음 곡은 강타의 ‘그해 여름.’ 김찬호는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청명한 소년의 목소리를 뽐낸 그는 “아시는 분들은 같이 따라 불러도 된다”면서 중간에 마이크를 넘겼으나 반응이 미미해 웃음을 자아냈다.
MC타임에는 김찬호의 또 다른 수식어 ‘프로 나눔러’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인형 뽑기로 뽑은 인형을 팬들과 나눈 것으로 ‘프로 나눔러’에 등극한 김찬호는 “나눔을 하려고 인형을 뽑았던 것은 아니다”라고 고백했다. 뽑은 인형이 많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팬들과 나누게 되었다는 것. 인형 뽑기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 보니 그곳에는 그가 20대에 경험했던 일본 생활이 있었다. 김찬호는 “기획사 제안이 있어서 일본에 갔다. 히라가나, 가타카나도 모르고 갔는데, 기획사에서 1년 일본어 공부를 하자고 하더라.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당시 한국 선배들이 많았던 극단 사계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고, 오디션을 보고 운 좋게 들어갔다. 거기서부터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다”며 장난스럽게 시작한 인형 뽑기 일본 유학 이야기에서 뮤지컬 배우가 된 계기까지 설명을 이어갔다.
인형 뽑기에 7만 원 정도 투자한다는 김찬호는 “뽑은 인형을 나눠드릴 때 희열과 기쁨이 있다. 선물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행복해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하다. 카타르시트가 있다. 또 기회가 있으면 다른 것도 나누겠다. 더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나눔의 기쁨을 아는 예쁜 ‘프로 나눔러’의 자세를 보였다.
쉽지 않지만 꼭 들려드리고 싶었던 곡이라고 설명한 '데스노트' 넘버 ‘Death Note’에서는 김찬호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공연장을 압도했다. 그는 표정 하나까지 소홀히 하지 않으며 뮤지컬 무대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 열정을 불살랐다. 깜짝 이벤트가 준비됐었던 ‘겨울왕국’의 ‘다 잊어(Let it go)’에서는 연극배우 권동호가 울라프로 변신해 서프라이즈로 무대 위에 올랐다. 그러나 스프레이 눈이 수명을 다하는 대참사가 벌어져 폭소를 자아냈다.
깜짝 이벤트로 모습을 드러낸 게스트 권동호에 이어 김찬호와 일본 극단 사계 시절을 함께 한 뮤지컬 배우 조상웅이 배턴을 이어받아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정말 좋아하는 친구의 콘서트에 오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다”는 소감과 함께 현재 출연 중인 뮤지컬 ‘빨래’의 넘버 ‘안녕’과 ‘참 예뻐요’를 열창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특별했다. 조상웅은 극단에서 김찬호의 선배였다. 한국에서 ‘라이온 킹’ 무대에 올랐던 조상웅은 일본에서도 ‘라이온 킹’ 심바 역을 맡았다. 김찬호에게 심바 스터디 기회가 주어졌고, 조상웅은 김찬호를 가르치며 함께 연습했다. 추억이 담긴 ‘라이온 킹’ 심바 넘버 ‘Endless Night’의 무대가 더욱 특별했던 것은 한글과 일본어 버전을 섞어 불렀기 때문이다. 김찬호는 “나는 이 곡을 일본어로만 공부했다”면서 유려한 일본어 실력을 뽐냈다.
게스트와 함께한 토크 타임에서 송용진은 “이번 공연을 보면 김찬호의 인간관계를 알 수 있다. 역대급 게스트다”라며 김찬호의 인맥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김찬호는 “다들 공연 날짜만 안 겹치면 무조건 해준다고 흔쾌히 응해줬다”면서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연극 ‘베헤모스’ 당시 처음 만나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권동호는 ‘뮤지컬 꿈나무’로서 버스커버스커의 ‘사랑이란 말이 어울리는 사람’으로 가창력을 뽐냈다. 그는 귓가를 울리는 중저음과 미끄러지듯 올라가는 고음, 그리고 특유의 보이스 컬러가 가진 자체 매력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장기자랑 마크 론슨(Mark Ronson)의 ‘UPTOWN FUNK’ 댄스 타임을 준비한 김찬호는 음악이 주는 흥겨움에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열띤 댄스를 춤을 선보였다. 운동신경이 좋아 몸을 잘 쓰는 배우로 불리는 김찬호는 백 텀블링을 하고, 탄탄한 복근을 공개하며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포인트를 제외한 모든 안무를 함께 무대에 선 친구들과 함께 구상했다는 김찬호는 “4주간 연습했다”면서 좋은 무대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을 드러냈다.
김찬호는 닳아 오른 열기를 '스프링 어웨이크닝' 넘버 ‘Don't do sadness’와 '더데빌' 넘버 ‘매드그레첸’으로 이어갔다. 특히 ‘매드그레첸’은 공연 전 세트 리스트가 공개될 때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곡이다. 뮤지컬 ‘더 데빌’에서 여자캐릭터인 그레첸이 광기 어린 모습으로 부르는 곡이기 때문. 김찬호가 숨을 고르며 마음에 준비를 하는 동안 무대에 불쑥 오른 송용진은 “정말 궁금했다, 왜 이 곡을 선택했느냐”고 물었고, 김찬호는 “공연을 재미있게 봤다. 음악도 좋았다. 후크 송처럼 이 음악이 맴돌더라”면서 “아직 아무도 이 곡을 콘서트 같은 곳에서 부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도전의식 가득한 선곡 이유를 공개했다.
'살리에르'의 넘버 ‘우린 이미 오랜 친구’를 부른 뒤 다시 찾아온 MC 타임에 송용진은 “’살리에르’에서 젤라스 역으로 초연-재연 무대에 섰다. 캐릭터의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김찬호는 “초연 때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어두운 부분을 더 부각했었다. 재연 때는 질투의 화신처럼 표현하고자 집착하고 질척거리는 부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송용진(프랑크퍼터 역)-김찬호(리프라프 역)가 함께 출연하는 오는 5월 26일 개막작 ‘록키호러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김찬호는 “‘록키호러쇼’를 준비하면서 정말 재미있다.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이 너무 잘한다. 라이선스지만 약간 창작 느낌도 있다. 어떻게 만들어질지 기대가 크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송용진은 “우리끼리 ‘리프라프는 김찬호꺼'라는 말을 한다. 곱추 연기를 위해 밥 먹을 때도 기우뚱하고 먹는다”며 캐릭터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김찬호를 극찬했다. 이에 김찬호는 “어렸을 적부터 샤우팅을 좋아했다. 이번 역할이 소리치는 부분이 많다. 내 옷 입은 것 같은 느낌이라 기분 좋다. 오랜만에 춤도 추고 몸도 많이 쓴다. 곱추 연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해 작품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켰다.
120분 공연의 끝이 다가오자 김찬호는 “아쉽다. 매년 하고 싶다. 또 하고 싶다”면서 관객보다 앞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소풍 가는 마음으로 공연장에 왔다. 노래 들으시고 기분 좋아지고 추억도 떠올리시면 좋겠다"면서 "공연 하기 전에는 정말 두려웠는데, 하고 나니 목표 달성한 느낌이다. 관객 여러분이 함께 호흡해주고 성원을 주시니까 더 자주 하고 싶다는 생각”이라며 콘서트 분위기에 흠뻑 반한 모습을 보였다.
'더 맨 인더 홀' 넘버 ‘달빛의 정령’과 '살리에르' 넘버 ‘오! 모차르트’로 즐거운 분위기에 정점을 찍은 김찬호는 마지막 곡 앞두고 관객과 약속을 했다. 그는 “오늘 ‘송포유’를 찾아준 관객에게 나는 약속한다. 오늘부터 정확히 10년 후, 2027년 4월 22일 4시 22분에 이곳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여러분이 10년 후 다시 와주신다면 나눔러로서 낮 공연에는 후라이드, 밤 공연에는 양념 치킨을 쏘겠다. 아무나 오신다고 드리는 게 아니다. 티켓과 함께 넣어드린 작은 티켓이 있다. 여기 함께 있었다는 증거다. 그것을 가지고 오시면 된다. 부지런히 돈을 벌겠다”고 말해 웃음과 환호를 자아냈다. 관객과 또 다른 추억을 약속하던 김찬호는 스탠딩 마이크 높이를 조절해주기 위해 나온 송용진에게 “뭐 하나 해달라”고 귀엽게 요청했고, 송용진은 “10년 후 맥주를 사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작별을 앞두고 '오디션' 넘버 ‘회기동’으로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든 김찬호는 앙코르 곡을 앞두고 또 한 번 순수한 매력을 드러냈다. 공식적으로 마지막 곡이었으니 무대 뒤로 들어가야 하는데, 무대에 서서 “앙코르 한 곡이 남았다. 슥- 들어갔다가 나올까 했는데 거짓말을 못 하겠다”면서 '몬테크리스토' 넘버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노래야말로 지옥 같은 노래다. 삶이 쉽지 않은 시대인데, 지옥 같은 세상에 지옥을 선사하는 노래지만, 삶은 지옥 같지만 다 같이 천국에서 만날 것을 기도한다(?)”는 아무말 대잔치 후 열정적인 무대로 콘서트의 마지막 열기를 불태웠다.
무대가 끝난 뒤에도 김찬호는 무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안녕히 돌아가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면서도 “끝난 건가? 아 힘들다”라고 말하며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인사로 밴드를 먼저 퇴장시켜 웃음을 자아냈다. 결국, 보다 못한 송용진이 다시 무대에 올라 김찬호의 손을 잡고 “차렷, 경례”를 시킨 후 함께 퇴장했다.
김찬호의 ‘송포유’는 그의 말처럼 소풍 같은 무대였다. 그의 숨김없는 감정 표현과 순수함에 따뜻했고, 열정적인 무대와 의심할 여지 없는 가창력은 흥을 돋우는 동시에 즐거움을 선사했다. 더불어 팬과 나눈 10년 후 다시 같은 장소에서 만나자는 약속은 다른 어떤 선물보다도 가슴 깊은 설렘과 행복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김찬호가 호스트로 나선 11회 ‘송포유(Song For You) - UPTOWN FUNK(업타운펑크)’에는 낮 공연 게스트로 배우 조상웅·권동호가 출연, 밤 공연에는 배우 김성철·김히어라가 함께 했다.
(사진=송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