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수정 기자] "예전에는 노래를 차트에 올려놓으려면 어느 정도 공식에 맞춰 써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은 어떤 한 장르에 충실히 잘 하면 인정받는 시대가 됐다고 믿는다. 지금 너무 잘하는 뮤지션들도, 예전에 될까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다. 지금처럼 계속 내 소신대로 하면 금방 되진 않겠지만, 어느 순간은 알아주지 않을까. 이미 오래 해왔다." 전자 음악이란 한 우물만 팠다. 1999년 한국 최초 일렉트로닉 앨범 'techno@kr'로 데뷔한 전자맨(노건호)은 대중과 타협없이 전자 음악이란 장르를 뚝심으로 버텼다.
전자맨은 국내 전자음악 1세대 아티스트로 일렉트로닉 듀오 로맨틱카우치와 아이유, 브아걸, 써니힐 등 여러 아티스들의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 지난 3일 작곡가가 아닌 아티스트 전자맨으로서 신곡 '공기가 뜨거워'를 발표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본격적으로 펼쳤다.
첫 음악 발표 이후 18년이 지났다. 그 사이 EDM은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고, 전자 음악에 대한 인식도 점점 변해가고 있다. 그 가운데 전자맨의 뚝심이 빛나기 시작했다. 전자맨의 음악은 1세대가 아닌 여전히 트렌드를 좇으면 현재 진행 중. 그의 음악이 조금씩 주목받을 차례다.
- 첫 싱글 ‘공기가 뜨거워’를 발표한 소감이 어떤가요? 전자맨 : 이 전에는 작곡가로서 프로듀서로도 가요 작업도 하고, 드라마 OST 작업도 했는데 전자맨이란 이름으로 곡을 낸 건 처음이에요. 로맨틱 카우치라는 혼성 듀오로도 활동했을 때에도 전자맨이란 이름을 사용했지만, 오리지날곡은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로워요.
- 오랜만에 나온 곡이라 더 특별할 거 같은데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나요? 전자맨 : 전자 음악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변화도 하고, 진화도 되고, 다른 장르와 융화도 됐어요. 전자 음악의 흐름은 계속 좇아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새로 나온 곡은 '퓨처비트' 장르인데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한 장르로, 하위 장르 중 새로 생긴 장르예요. 이미 2년 전에 만든 노래고, 녹음도 1년 전에 끝냈어요. 마르퀴즈 스콧과 같이 하면서 스케줄을 맞추다가 지금 발표하게 됐어요.
- 세계적 스트릿 댄서 마르퀴즈 스콧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어요. 어떻게 협업하게 됐나요? 전자맨 : 마르퀴즈 스콧의 바이럴 영상을 처음보고 너무 멋있어서 충격을 받았어요. 퓨처 비트 장르가 드럼 리듬감이 있는 곡이라 춤추기 좋은 곡이라 생각했어요. 그 친구에게 이 곡이 잘 어울릴 거 같아서 무작정 메일을 보냈어요. 한국에서 이런 음악을 하고 싶은데 이 곡의 뮤직비디오 출연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말 쿨하게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이메일 한통으로 내한까지 성사됐어요.
- 전자 음악이란 장르는 생소한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전자맨 : 어렸을 때는 엄마 손 붙잡고 피아노를 억지로 배웠는데 중학교 때 기타를 치기 시작했어요. 헤비메탈을 듣고 취미로 음악을 하다가 대학교 때 교양 과목으로 음악 녹음 기술에 대한 수업을 들었어요. 그 수업 교실 바로 옆에 스튜디오가 있었는데 되게 희한한 소리가 들렸어요.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소리를 연주하는 걸 듣고, 놀랐어요. 이 악기를 쓰는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공도 음악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 전자 음악 종류도 다양하지 않나요. 어떤 매력이 있나요? 전자맨 : 전자 음악은 사운드적인 것이 중요한 음악이라서 그 당시 저에게는 흥미로웠어요. 대체로 멜로디 위주의 음악이 많잖아요. 그런데 전자 음악은 리듬이나 사운드나 기존에 있는 악기에 있는 사운드를 사용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드럼 사운드든 뭐든 새로운 소리가 나올 수 있는 장르라 매력적이에요.
- 93학번이라고 하셨어요. 당시 전자 음악이 더욱 생소했을 텐데요. 전자맨 : 당시 뉴욕에 있었어요. 9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일렉트로닉이 전성기였어요. 케미칼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언더월드(Underworld), 프로디지(Prodigy) 등 지금 영향을 준 아티스트들이 정말 핫했어요.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죠.
- 한국엔 언제 왔나요? 전자맨 : 1999년도에 한국에 왔어요. 그 당시 한국 첫 일렉트로닉 레이블이 DMX 트랙스가 생겼어요. 현재 빅히트 소속사 임원, 캐스커 등 한국에서 일렉트로닉을 시작하려고 했던 분들이 모여 1999년에 ‘techno@kr(테크노앳케이알)’이라는 앨범을 발표했어요. 저는 그때 김덕수 사물놀이 샘플로 드럼 앤 베이스 장르 음악(‘Pentatone : 인공위성’)을 만들어 데뷔했어요. 그 음악도 한국에서는 비주류 중에 비주류였죠.
- 그런데 왜 이름이 '전자맨'인가요? 전자맨 : 대학교 때 생각했는데 제가 하는 음악이 제 이름에 표현이 됐으면 좋겠고, 멋있는 척하는 이름은 오글거렸어요. 외우기도 쉽고, 친근한데 음악적인 색깔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아날로그 신디사이저가 다 1950~70년대 악기로 미래스런 음악을 표현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전자맨이란 이름에 키치하고 옛날스러운 매력을 담으려고 했어요. 실제 음악은 진보적이고 퓨처한 느낌인데 그 조합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 요즘 전자 음악도 많이 대중화가 됐죠. 시대적인 변화를 느끼시나요? 전자맨 : 느끼죠. 지금은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전자 음악이 나오고 보편화됐어요. 좋은 거 같아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전자 음악이라는 게 여러 장르가 있지만, 한국에서 EDM은 강남 클럽이나 페스티벌 음악을 주로 뜻하는데 다양한 장르가 있어요. 지금 음악은 빅룸, 멜번 바운스 장르라든지 비교적 상업적인 장르로 한정돼 있어요. 제가 하는 음악은 일렉트로닉이지만 EDM은 아니에요.
- 전자맨은 전자 음악 중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전자맨 : 데뷔곡이 ‘Pentatone : 인공위성’인데 드럼 사운드를 사물놀이로 대체했어요. 킥, 드럼 대신에 북을 썼고, 스네어 대신에 징이나 꽹과리를 넣었죠. 로맨틱 카우치 2집에서는 강원도의 할머니 구전을 샘플로 해서 딥하우스 장르를 표현했어요. '할머니 디바'라는 곡이에요. 국악과 장르 접목을 많이 했죠. 다른 아티스트들이 장르를 접목하는 것을 보고 아쉬운 건, 접목만 하고, 장르의 기능적인 면은 잘 못 살려요. 접목은 쉬운데 그 장르가 가져야할 요소는 갖고 있어야 하는 게 어려워요. '할머니 디바'도 딥하우스로서 지키려고 노력을 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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