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놓쳐서는 안 되는 뮤지컬이 있다. 발칙하고 관능적이지만 사회 치부를 제대로 꼬집는 뮤지컬 '시카고' 내한 공연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5월 27일부터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오는 7월 23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의 공포가 한국을 덮쳤을 때도 총 61회 공연 만에 약 8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참을 수 없는 기대감을 선사한 '시카고'는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한층 강력해진 에너지로 무대를 압도했다.

영화와 뮤지컬로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유흥과 환락이 넘쳐나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거리낌 없는 살인자들로 만연한 시카고 거리. 무대의 배경이 되는 시카고 쿡카운티 교도소에는 자극적인 범죄와 살인을 저지른 여죄수들이 가득하다. 그 중 보드빌 배우였던 벨마 켈리는 남편과 여동생을 살인하고, 교도소 간수인 마마 모튼의 도움을 받아 언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교도소 최고의 스타이자 여죄수다. 그러나 스타의 인기를 유지하기란 교도소 내에서도 쉽지 않았다.

곧 코러스걸 록시 하트가 정부 프레드 케이슬리 살해죄로 교도소에 입소하고, 악명 높은 벨마 켈리의 인기를 빼앗아간다. 뛰어난 언변과 돈을 좇는 변호사 빌리 플린 또한 벨마가 아닌 록시 하트를 돕는다. 벨마는 자기 혼자서는 유명세, 인기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록시 하트와 손을 잡고 인기를 되찾을 궁리를 한다.

1975년 뮤지컬계 신화적 존재인 밥 파시(Bob Fossee)에 의해 처음 무대화된 뮤지컬 '시카고'는 이후 1996년 연출가 월터 바비(Walter Bobbie)와 안무가 앤 레인킹(Ann Reinking)에 의해 리바이벌됐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20여 년간 꾸준히 공연을 펼치고 있는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롱런하고 있는 뮤지컬로 기록되고 있다.

뮤지컬 '시카고'가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에는 여러 요소가 있다. 우선 뮤지컬의 일반적 공식을 따르지 않은 콘셉트 뮤지컬이다. 기승전결의 플롯 구조가 아닌 비사실적이고 양식적인 방법으로 주제를 부각한 이 작품은 이야기 전개보다 양식적인 방법으로 주제를 드러낸다. 또한 극 중 인물인 벨마(Velma)가 사회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관객의 몰입을 제한하고 '이 상황이 웃기지 않습니까?'라는 설명을 덧붙여 주제를 부각시키는 서사극 형태다. 여기에 미국의 1920년대 시대를 대표하는 보드빌(Vaudeville) 형식의 무대와 재즈풍의 음악은 밥 파시의 안무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시카고' 만의 독특한 형식을 완성 시켰다.

화려한 관능의 몸짓 속에 숨겨진 통렬한 사회 풍자도 빼놓을 수 없는 '시카고' 만의 매력이다. 당시 미국 사회의 치부에 대한 비판의식이 과감하게 묘사되어 있는 이 작품은 선전 문구부터도 '살인, 욕망, 부패, 폭력, 착취, 간통, 배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남다른 대담함을 어필했다. 이른바 'Penny Paper(1전 신문)'이라 불리며 언론을 주도하던 극도의 선정주의적이면서도 통속적인 싸구려 저널리즘에 대한 시니컬한 묘사와 풍자, 그리고 형법 제도의 모순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또한 남성 중심의 도덕관과 황금만능주의, 진실보다 화려함을 중시하는 외형주의의 편향된 시각에도 일침을 가하며 통쾌함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시카고'의 매력을 배가시켜주는 재즈풍의 음악은 이 작품을 매혹적이면서도 중독성 강한 공연으로 완성시킨다. 작품 메인 테마부터 'All that Jazz'인 '시카고'는 그 시대 시카고 지역의 대중가요였던 재즈를 그대로 무대 위로 옮겨왔다. '시카고' 밴드는 튜바, 트럼펫 등 미국적 사운드를 표현하는 악기들로 편성되어 있어 지역적 특색까지 감각적으로 나타냈다. 다른 공연과 달리 무대 정중앙 계단 형 피트에 위치한 '시카고' 밴드는 제2의 배우로서 극에 참여한다. 특히 지휘자가 익실맞게 배우들과 대사와 모션을 주고받는 모습과 막간에 연주되는 신나는 밴드 애드리브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이번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에는 팜므파탈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한 벨마 켈리 역의 TERRA C. MACLEOD, 섹시함과 사랑스러움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록시 하트 역의 DYLIS CROMAN, 묵직한 존재감으로 무대를 지키는 베테랑 배우, 마마 모튼 역의 ROZ RYAN 그리고 압도적인 에너지로 미국 뮤지컬의 자존심을 지킨 16명의 앙상블과 14인조 빅밴드가 함께 한다. 7월 23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

(사진 제공=신시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