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방송가의 ‘상품권 페이’ 논란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19일 한국PD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상품권 임금’의 부조리한 관행은 당장 근절해야 한다”며 “상품권을 일부 출연자나 도움을 준 분들에게 ‘선물’로 드리는 것과 작가 · 스태프의 임금으로 전용하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얘기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최근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웃찾사’, KBS2 ‘개그콘서트’ 등 일부 지상파 프로그램들이 외주 제작사 스태프들이나 소위 ‘바람잡이’ 코미디언들을 상대로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했다는 논란이 커진 것에 대한 입장이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SBS ‘동상이몽-괜찮아 괜찮아’ 제작에 참여한 프리랜서 촬영 감독이 6개월치 임금 약 900만 원을 상품권으로 지급받았다.

SBS는 해당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선을 다해 준 협력업체와 프리랜서들에게 용역비나 근로 대가의 일부가 상품권으로 지급된 데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라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진행된 조사결과를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 성실하게 실천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동상이몽 시즌1처럼 협력업체에 지급된 것 외에,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하여 (상품권이) 부적절하게 사용된 사례들이 확인됐다”며 ‘이는 제작 PD 한 두명의 문제가 아니라 SBS 전체가 자성하고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KBS 또한 해당 사안에 대해 규정 위반 사례가 있는 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러한 사항에 대해 SBS는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존 계약이 종료되는 2018년 3월 1일 이후 상품권 협찬을 전면 폐지함과 동시에 이미 지급된 상품권 처리에 대해서는 당사자와 협의하여 현금으로 바꾸어 지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를 시정 요구하는 제보자에 대해 일체의 차별과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할 것이며 이를 위반하는 임직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시스템의 전면적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의지다.

SBS, KBS 제공
SBS, KBS 제공

‘상품권 페이’는 비단 최근에만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이미 암암리에 방송가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관행들이었다. 하지만 결국 고름이 터졌고, 그간 피해자들의 피해 사항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이에 PD연합회는 “잘못된 관행을 감시하고 시정하지 못한 데 대해 우리 PD들은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라며 “‘상품권 임금’이 잘못된 관랭이라는 걸 모르는 PD는 없다. ‘관행’이라는 핑계로 잘못된 행동을 합리화하고 묵인해 왔다면 이제는 버려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태가 비단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쉬쉬되어왔고, 그동안 많은 외주 제작사 스태프들이 피해를 입어왔다. 또한 방송사의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공채 개그맨들에게 ‘바람잡이’ 활동을 시키며 상품권을 지급해왔다.

을에 대한 확실한 방송사의 갑질 행위였다. 만성적인 제작비 부족과 불합리한 제작환경. 그러한 상황 속에서 결국 ‘상품권 페이’라는 종양이 생겼고, 피해자들이 생겨났다. 상층부에서부터의 문제가 결국 직접적인 제작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에 PD연합회는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일선 PD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당한 일이겠지만, 복합적인 원인이 쌓여서 나타난 부조리한 관행의 고리를 끊는 일에 지금이라도 우리 PD들이 앞장서야 한다”며 사과와 함께 문제 해결에 앞장 설 것을 공고히 했다. 을에 대한 갑질을 벗어나 더욱 공정한 제작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방송 콘텐츠의 발전으로 글로벌한 규모로 커지고 있는 한국 방송 시장. 하지만 여전히 방송가는 관행이라는 악습을 반복하며 그 발전에 발맞춘 내적 성장을 이루는 것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해당 악습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이 이루어진다면 방송가의 오랜 잘못된 관행들이 해결될 여지가 마련되지 않을까. ‘상품권 페이’ 문제가 더 선진화된 방송 문화를 이룩하는 데에 있어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는 더 성숙해진 방송가의 개선 의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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