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전 예술감독/ 사진=연희단거리패 제공, 조민기 / 본사DB
이윤택 전 예술감독/ 사진=연희단거리패 제공, 조민기 / 본사DB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문화계가 성추행과 성폭력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지난 19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며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이 전한 말이다. 고개를 숙이고, ‘사죄한다’는 말을 했으니 사과는 한 것일까. 아니 그러지 않았다. 이윤택 전 예술 감독의 사과는 짜여진 각본과 리허설을 거친 연기였다 즉, 거짓말이었다. 배우 오동식은 이와 관련된 폭로글에서 이윤택 전 예술 감독이 “사과문은 노래 가사나 시를 쓰듯이 작성했다”고 말하는가하면 당시 극단 대표가 이윤택에게 불쌍한 표정을 지을 것을 연출하기도 했다고.

이윤택 전 예술 감독은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해야 할 기자회견장에서 한바탕 ‘연극’을 벌인 것이었다. 이 역시 배우 오동식의 폭로가 없었다면 아무도 눈치 못 챘을 완벽함이었다. 하지만 #MeToo(미투) 캠페인에서 드러났듯이 은폐되는 완벽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 저질렀던 일은 반드시 본인에게 돌아왔다. 이윤택 전 예술 감독이 그러했고, 고은 시인이 그러했고, 최근 지목된 배우 조민기 역시 그러했다. 그들을 향한 폭로들이 나날이 쏟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이윤택 전 예술 감독의 경우에는 기자회견이 ‘연극’이었음이 밝혀지자 완벽하게 입을 닫았다.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 폭로를 했으나 돌아오는 건 사과가 아닌 침묵이었다. 조민기 역시 사건이 제기된 초반 “명백한 루머”라고 강경하게 부인하다 입을 굳게 닫았다. 조민기는 또한 JTBC ‘뉴스룸’과의 전화통화에서 청주대 연극학과 학생들의 증언에 대해 “격려 차원”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민기의 반응은 즉각 논란을 키우는 불씨가 됐다.

조근현 감독 / 본사DB
조근현 감독 / 본사DB

배우 송하늘은 “조민기 교수가 성추행한 것은 사실”이라며 실명을 밝히며 폭로했고, 그 이후에도 조민기에 대한 폭로 증언들이 쏟아졌다. 이에 조민기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만 입장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 지난 22일 청주대학교는 2017년 12월 28일 학교법인 청석학원 이사회에서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조민기의 징계의결요구안을 결의했다. 조민기의 성추행 논란과 관련 조사한 결과 내용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민기는 이후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에도 폭로는 멈추지 않고 있다. 몇몇 영화제작자, 배우, 감독들이 가해자 선상에 올랐다. 조근현 감독은 과거 뮤직비디오 촬영 오디션 중 신인 여배우에게 던졌던 성희롱 발언이 문제가 됐다. 신인 여배우가 용기를 내 자신의 SNS를 통해 당시 조근현 감독이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자신에게 서슴지 않았다고 폭로한 것. 이후 조근현 감독은 피해자에게 문자를 보내 사과를 했다. 현재까지 유일한 사과였다.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미투’ 캠페인. 하지만 양날의 검도 존재한다. 폭로가 사실이 아닐 경우에 올 수 있는 후폭풍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미투’ 캠페인은 숨겨져 있던 사회의 권력구조 속 발생되는 성적인 폭력에 대해 경종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그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후속으로 따라오는 사과와 자정의 노력에 있다. 폭로는 늘어가지만 사과는 늘어가지 않는다. 단순히 입을 닫고 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억울한 부분에서는 억울하다고, 잘못한 부분에서는 사과를 해야 한다. 꾸며진 연극과 답답한 무언극은 이제 끝이 나야 한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