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김지운 감독/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놈놈놈’ 때 두려움·기대감이 떠올랐다”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 ‘밀정’ 등 매번 다른 장르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온 김지운 감독이 이번에는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인랑’을 실사화했다. 이 작품은 원작에 대한 오마주에 김지운 감독의 해석이 공존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김지운 감독은 여느 때처럼 한국에서 없던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다면서 ‘놈놈놈’이 많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에 없던,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려고 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인랑’을 찍으면서 ‘놈놈놈’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당시 무모한 시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또 어떤 기대감 그게 엄청 났었는데, ‘인랑’도 딱 그렇더라.”

이어 “예전부터 ‘공각기동대’ 같은 걸 하고 싶었다. 할리우드에서 제안 받은 적이 있었는데, 프로젝트가 쉽게 진전되지 않더라. 한국에서 SF 장르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인랑’ 실사화를 통해 한국형 SF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화복 입은 어두운 캐릭터가 벌이는 박력 넘치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인랑' 포스터
영화 '인랑' 포스터

‘인랑’은 SF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1999년판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가운데 실사화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지운 감독은 원작을 오마주하되 자신만의 색깔을 부여하고자 신경 썼다.

“오마주와 내 해석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원작의 강화복, MG42, ‘빨간 망토’ 이야기, 지하수로 등 상징적인 것들은 최대한 반영시켰다. 또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예전 내 인터뷰를 보니 야만의 시대에 사랑에 대한 질문이 가능할 것인지,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라. ‘인랑’ 세계관에 이런 주제를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인랑’은 2029년 근미래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드는 한반도를 배경으로, 통일을 바라지 않는 세력들, 통일 조성에 반기를 든 권력 핵심의 정보기관인 공안부, 새로운 권력집단인 특기대 간의 암투를 통해 원작 특유의 심오한 세계관은 살렸다. 더욱이 시나리오를 쓸 당시와 현 한국 상황이 많이 달라져 흥미롭다.

“권력기관 사이 암투는 원작의 중요한 모티브라 통일 이슈와 접목하면 자연스럽게 끌고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통일 조성 분위기는 시나리오 쓸 때는 SF만큼 먼 미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편집할 때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북한이 미국 대통령도 만나고 놀랐다. 공안부의 플랜은 영화의 극적 장치로 썼는데, 현실은 못따라가는구나 싶었다. SF보다 빠른 현실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하.”

그러면서 “‘임중경’(강동원) 캐릭터와 밀접한 부류가 뭐가 있을지 생각해보니 5.18 공수부대나 평화 집회 폭력적으로 진압한 백골단이 떠올랐다. 그들이 부당한 임무를 수행했을 때 트라우마가 생각났고,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시스템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개인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그를 무엇으로 치유할 것인가 생각에서 ‘이윤희’(한효주)라는 인물을 넣은 거다”고 강조했다.

김지운 감독/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김지운 감독/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무엇보다 김지운 감독은 지하수로 액션, 강화복 액션 등을 통해 액션의 신세계를 열었다. 각양각색 총기 열전으로 근미래의 리얼함을 높이기도 했다. 강화복 제작에 있어서는 ‘아이언맨’ 수트 제작자 에디 양이 참여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한국에서 구현되지 않은, 박력 넘치고 긴장감 넘치고 스펙터클한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강화복 입고 나오는 지하수로 세트는 엄청난 위압감이 있길 바랐다. 강화복은 가장 큰 핵심 이미지니 공을 들였다. 원작보다 더 강력하게 보이는 느낌이 필요했다. ‘아이언맨’ 수트를 만들었던 회사와 운이 좋게 성사돼 영화 안에 소개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인랑’은 강동원, 한효주 캐릭터의 멜로와 원작과는 다른 결말로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김지운 감독은 자신이 ‘인랑’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바를 설명했다.

“원작 팬들이 염세적인 세계관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는 걸 안다. 대중적인 접점을 찾으려는 것도 있었지만, 모호한 느낌보다 인물들의 입장과 방향성을 명확하게 만들고 싶었다. 시스템과 개인의 충돌, 그리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거니 선명한 답을 해야 한다 생각했다. ‘임중경’이 ‘이윤희’를 개인화된 감정으로 만나면서 자각하게 되니 멜로로 읽을 수밖에 없는 거다. ‘임중경’이 극복하는 벽을 통한 메타포를 무수히 많이 넣었다.”

“과정이든 결과든 엄청난 시련이 올 수도 있는 프로젝트임을 알면서도 도전했다.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화복 액션을 스펙터클하게 느낄 수 있다. 연기의 멋이 느껴지는, 섹시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눈호강 역시 할 수 있다. 새로운 종류의 세계관을 현재 직무들이 느껴지게끔 다뤘으니 현실적 박진감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만끽하셨으면 좋겠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