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최고의 이혼’이 그리는 이별은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애절한 사랑노래도, 눈물의 포옹도 그렇다고 쾌재를 부르는 일도 없었다. 식은 사랑을 차츰 갉아먹으며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이별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다. KBS2 새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은 예측하지 못하는 이별의 과정을 슬픔 보다 담담함으로 그려낸다. 너무나 다른 성격과 생활의 충돌로 결국 이혼을 선택하게 된 조석무(차태현 분)와 강휘루(배두나 분). 이 둘의 이별은 참으로 담담했고, 그렇기에 더 먹먹했다.
나가사키 카스테라와 문자메시지. 이혼의 계기는 큰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조석무는 자신이 하루 동안 겪은 노곤한 일상을 잊기 위해 먹으려던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먹은 강휘루에게 화가 났고, 강휘루는 무서움을 느껴 보낸 일찍 들어오라는 메시지에 그저 베란다 화분을 들여놓으라고 답하는 조석무의 무심함에 실망했다. 그렇게 둘은 이혼을 결심했다. 그렇다면 둘은 그저 그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 소위 ‘쪼잔한 인물’들이었을까. 이는 전혀 아니었다.
이미 둘의 관계는 나가사키 카스테라와 문자메시지 이전부터 지쳐가고 있었다. 그것이 사랑을 시작하고 나서부터였는지 혹은 최근의 어떠한 계기가 큰 힘으로 작용했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저 켜켜이 쌓여가는 먼지처럼 둘은 사랑했고, 이별을 준비하고 있던 것 뿐이었다. 허나 막상 이혼을 준비하다 보니 둘의 이별은 쉬운 일만이 아니었다. 이혼은 두 사람의 일이 아닌 가족과 가족의 이별이었기 때문. 조석무는 수술을 한 달 앞둔 장인어른을 걱정했고, 강휘루 또한 조석무의 아버지와 할머니의 생일을 코 앞에 두고 있다는 것에 걱정했다.
결국 둘은 당분간 이혼 사실을 비밀로 한 채, 동거를 하기로 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상황에서 둘은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갔다. 사랑할 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이별한 후에야 알게 된다니. 그렇다고 ‘최고의 이혼’의 조석무와 강휘는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며 부메랑을 던지지는 않는다. 두 사람 모두 떠나가는 사랑을 붙잡는 것은 결국 다시 부딪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별은 더욱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랑들이 자신들이 이별하는 이유를 찾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이별은 어떠한 한 순간에 찾아오는 계기가 아닌 과정이다. 자신은 첫사랑 진유영(이엘 분)과 좋은 추억만이 가득하다고 생각했던 조석무처럼, 누군가에게는 그 과정의 기억이 왜곡된 채로 남는다. 결국 이별을 선택한 사람만이 그 과정을 돌아본다. 반면에 이별을 통보받은 이는 계속해서 계기를 찾으려 한다. 행복했던 과정만 남기려 애쓰고 과정에서 왜곡된 추억들만 바라본다. 그렇다면 도통 이별의 이유는 알 수 없는 법이다.
사랑과 이별, 결혼과 이혼. 이 중 어떠한 것도 한 순간 찰나에 찾아오는 것들이 아니다. 사랑하기 위해 애썼던 과정들, 결혼하기 위해 거쳤던 과정들만큼이나 이별과 이혼 또한 과정을 거치는 감정과 상황들이다. ‘최고의 이혼’은 이러한 과정들을 그려내며 절대로 과잉된 감정을 표현해내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담담하게 담아낸다. 하지만 날카롭게 찔린 상처보다 서서히 베어가는 상처가 더 고통스럽고 큰 흉터를 남기는 것처럼 ‘최고의 이혼’은 담담해서 더 슬프고, 현실적이어서 더 마음 아프게 표현해낸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최고의 이혼’이 그려내는 현실적인 이별의 이야기는 그간 사랑하며 돌아보지 못했던 ‘이별의 과정’을 돌아볼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큰 흉터 속에 새겨진 기록들을 되새긴다. 그 기억 또한 왜곡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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