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장민혜 기자]'아가씨'와 박찬욱 감독에 대해 '방구석1열'이 분석했다.
26일 오후 방송된 JTBC '방구석1열'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박찬욱 감독 특집 두 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다룬 영화는 '아가씨'였다. 변영주 감독은 "'아가씨'도 '핑거스미스'라는 원작이 있다. 빅토리아 시대 삼부작 중 하나다. BBC에서 제작한 삼부작 드라마로 유명했다. '아가씨' 1부가 원작과 비슷한 상태고, 2부와 3부는 완전히 재창조했다"라고 말했다. 정서경 작가는 "6년 전 원작 소설을 감독님이 보내주셨다. 이 소설을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못 하겠다고 했다. 재미가 없었으면 할 일이 많으니 재미있었을 텐데 재미있으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2년 후 감독님이 제안을 했다. 결말을 다르게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 다시 생각을 해 보니 재미를 느끼는 건 1부고 흡족한 복수를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하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일제강점기를 택한 데 대해 정서경 작가는 "원작 빅토리아 시대는 갈등과 도약의 시대다. 우리나라는 산업혁명에 해당하는 시기가 없었기에 어떤 시기로 해야 가진 에너지를 살릴 수 있을지 생각했다. 신분제도가 존재하고 식민지라는 특수성 때문에 일제강점기를 택했다. 신분 이동이 가능해야 하고 가짜 신분이 중요했다"라고 밝혔다.
장성규는 "두 여배우가 나왔던 장면을 보면 숙희가 히데코를 다룰 때 아기 다루듯 하지 않냐"라고 물었다. 정서경 작가는 "'아가씨' 시나리오를 쓸 때쯤 둘째 아이가 걸어 다닐쯤이었다. 그때쯤 사랑이 뭔지 이제 알 거 같다는 시기였다. 사랑이라는 건 누군가를 아기로 삼고 엄마를 찾는 것이라는 믿음 속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여지껏 내 손으로 씻기고 입힌 것들 중에 이만큼 이쁜 것이 있었나?'라는 대사가 나왔다. 제가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더라면 그런 대사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골무로 이를 갈아주는 장면에 대해 정서경 작가는 "많은 관객이 좋아한다. 오감이 한 장면 안에 들어가 있다. 조용한 방 안에 숨소리, 물소리, 나직한 목소리, 좋은 냄새, 꽃잎도 넣고, 아가씨는 옷을 안 입고 있고 물이 따뜻해서 체온이 높아졌을 때 이를 갈아주지 않나. 이를 갈면 미세한 느낌이 있지 않나. 감각들이 농축돼 있어서 사람들을 긴장하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임필성 감독은 "'아가씨'는 한계 상황에 있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성별, 신분, 국적 등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금기를 넘는 이야기마저도 이상한 보편성을 획득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변영주 감독은 "영화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죄의식이 없다. 박찬욱의 세계관이 당대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한 거 같다. 저항하는 퀴어 영화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영화 속 김민희의 1인극 연기에 대해 변영주 감독은 "'김민희라는 배우가 훨훨 날아다닌다고 느끼는 건 그 장면은 혼자 해내야 하는 영화이지 않나. '화차'에서는 분량이 많지 않지만 반짝이는 순간이 있었다. '연애의 온도'에서는 한 편의 영화를 끌고 갈 수 있는 배우가 됐다. '아가씨'에서 낭독 장면은 못 하는 게 없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를 낭독하는데 힘을 가졌다. 어느 날 민희 씨가 전화 와서 '아가씨'를 하게 됐다고 전화가 왔었다. 그때 그녀의 목소리에서 상기된 느낌이어서 축하해 줬고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예측을 벗어날 정도였다"라고 털어놨다. 정서경 작가는 "그 장면은 도전이었다. 원작에서는 음란한 서적을 신사들 앞에서 읽는다고만 나온다. 이 장면을 쓰기 위해 수많은 음란한 서적을 봤다. 현대물도 아니고 고전적인 음란 서적을 가지고 쓰는데 김민희 배우가 이걸 과연 어떻게 할까. 김민희가 연기를 하면서 음란한 이야기를 당당하게 읽어 신사들을 노리개로 만든다"라고 전했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시네마스코프 촬영이 결정되면 미술 작업 수정이 들어간다. 육안이 넓어야 된다. 일반 렌즈로 찍은 것보다 좌우로 넓어진 만큼 소품이 많이 보인다. 기존 세트보다 크고 넓게 제작했다. 1.5배 정도 크게 만들어서 지저분하지 않게 잡혔다. 코우즈키의 서재는 복합적인 공간이라서 부담이 많았다. 서구적인 디자인과 일본적인 디자인이 섞는 건 일찍 합의가 됐다. 책장과 다다미는 계단으로 연결돼 있다. 도코노마에 여성이 마치 꽃처럼 앉아 있다. 거기까지는 콘셉트를 잡았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던 와중에 일본 헌팅을 갔는데 일본 정원을 봤다. 일본 정원은 한국 정원과 다르다. 한국은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하는 반면 일본은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코우즈키는 일본인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일본 정원을 안으로 들여오자. 코우즈키는 낭독회 전에 다다미를 일본 정원처럼 만드는 거다. 코우즈키를 만들 수 있고, 그게 또 물이더라. 히데코의 피부처럼 아름다운 다다미 아래에는 피가 흐르듯 물이 흐르고 있다. 코우즈키의 음흉함을 들춰내듯 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의 요구사항 중에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 류성희 감독은 "그런 게 몇 페이지마다 있다. 하정우 씨가 복숭아를 깨무는 순간 과즙이 터진다. 시나리오만 보면 그 정도로 추악해 보일지 몰랐다. 아름답게 묘사가 돼 있는데 거기서는 조금 더 터진다. 복숭아 그림에서는 물이 흐를 정도로 복숭아를 표현하라고 하더라. 하정우를 고문하는 에로틱한 기계도 고충이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정서경 작가는 "매번 똑같은 고통을 줄 순 없다. 어떤 고통을 줘야 할까.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문스러워야 한다. 고문 도구를 보니 아이언 메이든이 있더라. 에로틱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그걸 응용해서 묘사했는데 와닿지 않았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류성희 감독은 "여러 번 작업을 하다 보니 이 사람이 여기서 얼마나 신나게 썼는지 느껴지더라. 감독님의 요구는 남자들의 유희도구였던 침대가 고문기계로 변신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감독님께 정말 나오냐고 하니까 나온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주성철 편집장은 "'올드보이' 이후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박찬욱 감독이 보여준 건 한국 영화계 젠더 감수성의 변화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정서경 작가는 "'친절한 금자씨'를 듣고 이 캐릭터를 너무 쓰고 싶었다. 말하기 전에 행동하는 여성 캐릭터를 본 적 있던가. 이후에 나온 캐릭터도 비슷하다. '박쥐' 태주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변영주 감독은 "'아가씨'에서 잠깐 나오는 이모조차도 잊지 않게 된다. 그런 게 이 영화의 훌륭한 점인 거 같다"라고 전했다.
임필성 감독은 "박 감독님의 내면은 잘 모르겠지만 생각해 보면 '감독은 마초나 사나이들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초기에도 힘들어했다. 그런 부분들이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넘어갔던 거 같다. 좋은 창작자는 그가 가진 젠더를 초월한다고 생각한다. 성별, 나이든 상관없이 할 수 있다는 거. 류성희 감독이나 정서경 작가 같은 유능한 사람들의 재능을 끌어내는 것도 그렇다. 저는 '아가씨' 보고 코우즈키랑 감독님이랑 똑같다고 했다. 감독님이 머쓱해하더라. 그런 모습부터 김태리 모습까지 다 가진 감독이다"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의 세계관에 대해 정서경 작가는 "일관된 태도가 있는 거 같다. 주인공이 쉽게 행복해질 수 있지만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태도, 품위 있는 태도가 있는 거 같다"라고 털어놨다. 주성철 편집장은 "박찬욱 감독 속 영화 인물들은 모두 죄가 있는 인물들인 거 같다. 박찬욱 감독이 죄의식을 그리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면 '그로테스꽝'이다. 그로테스크 하면서도 우스꽝스럽다. 웃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웃게 한다. '올드보이'에서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변영주 감독은 "박찬욱 감독은 '박쥐'라는 영화로 그로테스크하고 파격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영화가 있나 싶었다"라고 전했다. 정서경 작가는 "'박쥐'는 감독님이 살면서 품어왔던 수많은 질문을 품어왔던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님이 허탈해했다. '내가 이제 뭘 찍어야 하지?'라고 하더라. 그런 작품을 함께한 게 영광이었다"라고 밝혔다.
다음 행보에 대해 임필성 감독은 "'리틀 드러머 걸'을 얼른 보고 싶다. 영국 가기 전 어느 술자리에서 감독님이 영국 가기 싫다고 했다. 고생길을 택했냐고 물으니 '원작이 너무 좋아서 다른 감독이 만든다면 가슴이 아플 거 같다'라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류성희 감독은 "감독님이 SF소설에도 관심이 많다. 미국에서 만든 SF영화, 한국에서 만든 SF영화 어떻게 만들지 기대가 된다"라고 전했다.
정서경 작가는 "감독님이 영국에서 치정 멜로 이야기를 보내왔더라. 안 된다고 했다. '감독님도 멜로 못 쓰고, 저도 못 쓰는데 뭐가 되냐'라고 했다. 감독님이 자긴 된다고 하더라. 메일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시놉시스가 완성돼 가더라. 정통 멜로다. 배우들의 힘으로 끌고 가는 감정에 충실한 영화다. 고문 장면이 있을 수도 있을 거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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