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장민혜 기자]아이돌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28일 밤 방송된 SBS 'SBS스페셜'에서는 '아이돌이 사는 세상-무대가 끝나고'에서는 자신의 꿈을 좇아 또래와 다른 삶을 사는 아이돌들의 인간적인 고민과 아이돌 활동을 마친 후 겪게 되는 현실적인 고민을 심도 있게 들여다봤다.
이날 달샤벳으로 활동했던 수빈의 모습도 공개됐다. 수빈은 올해가 돼서야 처음으로 버스를 제대로 타 봤다고. 수빈은 "거의 못 탔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쉬운 대중교통이 있는데도 예전에는 어려운 일로 생각했다. 매니저한테 전화해야 하고 스케줄 짜야 한다. 지금은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수빈은 카메라 앞에서 설렌 모습을 보였다. 계약 기간이 끝난 다음 심경에 대해 묻자 수빈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는 뭔가 슬픈데 '그래도 잘했어 대견했어' 그런 기분들이 좋았다. 무의식적으로 항상 이 끝을 그리기는 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아이돌 이후의 삶을 생각해 봤냐는 질문에 수빈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하루에 100번은 생각했다. 고민을 많이 했던 건 대중이 생각하는 저, 그리고 진짜 저. 대중이 저를 생각하는 부분은 예능적이고 밝은 모습이지만 사실 실제로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차이가 커서 내가 과연 진짜 저를 보여준다고 해서 설득이 될까 고민을 많이 했던 거 같다"라고 털어놨다. 수빈은 "전쟁터 같은 아이돌 생활 속에서 눈에 띄기 위해 예능을 많이 했다. 사투리로 어필했다. 예능을 많이 하다 보니 연기의 기회가 없었다. 이제는 전공했던 연기에 좀 더 힘을 써도 되겠다 싶어서 전념하고 있다"라며 "걱정이 많이 된다. 일단 활동 마무리를 한 아이돌에 대한 편견들이 있다. '이제 할 거 없으니까 연기 하네'라든지"라고 말했다.
수빈은 "친구가 없는 거. 저희 때는 무조건 숙소에만 있어야 됐다. 절대 나가면 안 된다는 게 있어서 항상 혼자였다. 또래 친구들과 추억과 취미가 없었고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싫어하는 게 뭔지 기준이 없었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만큼 누리는 게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라고 전했다. 그는 "요새 들어서 많은 분 만나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이야기하다 보면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예를 들면 워크숍 같은 걸 가자고 하면 저는 살면서 워크숍을 가본 적 없다. 제 동생은 건강한 어떤 대학생이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보면 저보다 똑똑한 거 같더라. 학교 플랜을 짜고 자기 미래에 대해서 확실한 플랜이 있고 플랜 속에서도 동기들과 대화하고 그런 과정들이 저한테는 없었으니까"라며 털어놨다.
엠블랙 출신 천둥의 홀로서기도 공개됐다. 천둥은 엠블랙 계약 종료 이후 매니저 없이 홀로 활동 중이었다. 천둥은 "혼자 여행을 가려고 티켓팅을 할 때도 생소했다. 저희가 해외 공연을 간다고 하면 티켓이 다 준비됐다. 스케줄 차에 타면 매니저 형이 나눠주는 시스템이었는데 모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은 하는데 아무래도 아쉬웠다. 주변 친구들한테 물어봤을 때는 '너 바보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 주니까"라고 털어놨다.
애프터스쿨 정아는 "어디를 가도 매니저가 함께였다. 매니저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라며 "(애프터스쿨 전에는) 연습생 9년, 10년 했다. 여기서 나가서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춤추고 노래하는 거밖에 없다. 회사를 들어갈 거냐, 어떤 전문적인 일을 할 거냐, 어떻게 하냐. 답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아이돌이란 거에 정아가 쏟아부은 시간은 17년이었다. 정아는 "정신적으로 엄청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제가 약해진 거 같다. 애프터스쿨이라는 팀은 사람들이 알고 그랬는데 지금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있구나 못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막막하더라"라고 밝혔다.
허영지는 "중간에 낌새가 느껴지지 않나. 두렵다기 보다 '어떻게 해야 되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언니들하고 있으면 보호받는 느낌이 들었고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내가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엄청 슬펐다"라고 카라 해체 이후 소감을 털어놨다. 허영지는 "카라가 끝나고 잠깐의 기간에 멘붕이 와서 진짜 폭식증에 걸렸다. 정말 많이 먹었다. 배가 안 차더라. 제가 어떻게 했냐면 숙소 생활을 했다. 계속 뭔가를 먹어야 했고 먹으면 혼나니까 현관문 소리 안 나게 건전지 빼서 몰래 나와서 비 오는데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들키면 안 되니까 입에서 녹여먹었다. 그렇게 해서 막 울면서 먹었다. 팀이 없어졌는데 당연히 속상했다. 그 마음을 그때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다"라고 밝혔다.
허영지는 "내가 외롭고 슬프고 이런 감정을 이분들한테 보여줄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제가 선택한 직업이다. 내가 '아니요'라고 하는 건 진짜 아닌 타이밍도 있었고 '내가 조금 불편하면 남이 편해'라고 배웠다. 저 하나만 불편하면 남들이 편해지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 부모님이 저희 언니한테 영지가 너무 어른스럽고 너무 성숙해져서 마음이 아프다고 그러는 거다. 엄마 아빠가. 그게 마음이 아픈지 이해를 못 했는데 그냥 힘들면 힘들다고 어리광 부릴 줄 알고 약간 그랬으면 좋겠었나 봐요 제가"라고 전했다. 남규리는 "노래하는 맛, 무대하는 맛, 사랑받는 맛, 그게 약간 중독과 같다. 그때만 숨을 쉬고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돌들은 아이돌이 되면 잠깐 행복하다. 그 순간이 5년? 7년? 길어야 5년이지 않냐. 그게 지나면"이라고 말했다.
아이돌 지망생과의 인터뷰도 공개됐다. 지망생은 "연습시간은 많지만 공부하는 시간 줄다 보니 공부 중요성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걸 먼저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시험도 있다 보니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고민이 되더라"라고 털어놨다. 아이돌 지망생 부모는 "많은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공부를 포기하는 게 과연 정답인가 싶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학원에 다녀야 하고 소속사 들어가야 하고 들어가서 데뷔해야 한다. 데뷔하기도 힘들고 반짝할 수도 있는 거고 얘가 놓칠 수 있는 게 많다 보니 고민이 됐다"라고 털어놨다.
배윤정은 "무조건 싶은 친구들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급하게 나가도 될까 싶은 불안한 친구들이 잘되는 경우도 있어서 정의를 못 내리겠다"라고 말했다. 배윤정은 "그 나이대 아이들하고 있으면서 배우는 게 있다. 일찍부터 사회에 뛰어들면 아이들이 기계가 되는 느낌이다. 아무것도 안 되는 시점에 가면 거기에서 절망을 더 하더라. 배운 건 춤, 노래밖에 없는데 가자니 너무 무모하고 그만두자니 여태껏 해 온 게 아까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애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매니지먼트 20년 차인 한 매니저는 "한 달에 나오는 팀이 80~100팀이 나온다. 방송사 페이스 타임이 있다. 음악 프로를 나가기 위해 담당 PD를 만나는 거다. 페이스 타임에 가면 100팀, 120팀 쫙 써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일본서 활동 중인 데뷔 1년 차 아이돌 원포유의 모습도 공개됐다. 원포유는 한국서 데뷔하고 일본으로 건너가서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한국에 재투자 하는 방식으로 활동하는 것. 원포유는 "저희는 운전도 안 한다. 안 좋은 일 당할까 봐 안 한다. 지금 다들 SNS 활동도 안 하고 있다. 휴대폰 없으니까 친구들이 뭐하고 지내는지 모른다. 불편한 건 사실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 하나쯤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님도 저희가 1위를 하면 휴대폰을 주겠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배윤정은 "아이들의 앞날을 짚어줄만한 사람은 없다. 본인들이 선택한 거다. 본인이 선택해서 들어와서 안 된 걸 상의할 사람이 딱히 없다"라고 현실에 대해 말했다. 토니안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노력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운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가수 실력도 중요하고 회사 기획력도 중요하고 거기에 운도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 많던 아이돌들은 어디로 갔을까. 전 아이돌 출신인 장성민은 "인터뷰를 할까 고민했다. 인터뷰를 하고 싶었던 건 내가 엄청나게 많은 끼가 있고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운도 따라야 하고 회사 힘도 있어야 하고 모든 게 다 갖춰졌다고 해도 될까 말까 한 직업이라고 말하고 싶다"라며 "데뷔 하면 공중파에 나가는 게 꿈이고 한 단계 한 단계가 있는 그 한 단계가 놓을 수가 없다. 실낱 같은 구멍이 작은데 조금만 하면 들어가질 거 같다. 데뷔하기 전에 복권 긁기 전처럼 희망을 가진다. 결과적으로는 쉽지 않는다. 우리가 TV에서 보는 사람들은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라고 본다. 희박한 확률에 우리는 희망을 걸고 기대를 한다. 저도 그랬다"라고 털어놨다.
장성민은 "다른 걸 하겠다는 생각은 그때는 못했다. 그때까지 아르바이트도 안 해 봤다. 뮤지컬 잠깐 하다가 은행에서 청원 경찰을 했었다. 평일에.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다. 청원 경찰도 여기에 이름표가 있다. 부모님이 그걸 찍어서 SNS에 올려놓으셨다. 어떻게 다시 (아이돌하겠다고) 하겠냐"라고 말했다. 그는 "무대에서 활동할 때 행복했고 잊고 싶지 않다. 저는 잘 안 됐다. 5분 10분 무대에서 행복했던 기억보다 저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스트레스 받고 힘들었던 시간이 더 크다. 포기한 걸요? 절대요. 후회하는 건 더 일찍 포기하지 않았던 걸 후회한다"라고 답했다.
걸그룹 스텔라로 활동했던 가영의 현재 근황도 공개됐다. 가영은 현재 이태원 카페에서 일하고 있었다. 가영은 "스텔라라는 이름이 소중했다. 7년 동안 활동을 한다면 다른 그룹은 정상을 찍었든가 아니면 사라졌든가 둘 중 하나인데 저희가 애매하게, 남들이 볼 땐 잘 안 된 아이돌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스텔라라는 이름을 떠난다는 게 슬펐다"라고 털어놨다.
아이돌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자 남규리는 "무대에 있는 3분 몇 초가 꿈꾸는 거 같았다", 원포유는 "무대에 올라갔을 때 사람들이 나를 주목해주는 시선", 리지는 "사람들의 박수가 터져 나오고 환호가 터져 나오면 짜릿함이 표현이 안 된다", 토니안은 "행복했던 건 무대에 있던 순간인 거 같다.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라고 물었다.
하지만 스텔라 출신 가영만은 대답이 달랐다. 멤버들과 함께했던 순간이 행복했다고 말한 것. 가영은 "3분 정도 무대만 보고 평가를 하지 않나. 앞뒤까지도 생각이 드니까 '저 친구들도 고생 많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한 달에 생기는 팀이 100팀이라는 말 있지 않나. 저희가 아는 팀은 극히 몇 팀 안 되고 음악방송에 설 수 있는 팀이 열 몇 팀 정도다. 대형기획사가 먼저 설 수 있고 직접 서보면 그 자리가 얼마나 치열한지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스텔라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선정성 논란 때문이었다.
가영은 "섹시 콘셉트로 많이 알려졌지만 멤버들이 못 믿겠지만 순수했다. 그래서 다 회사에서 시키는 건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서 그룹 이름을 알려서 우리 음악을 알려보자고 다른 콘셉트를 했는데 반응이 없더라. 자극적인 곡이 나오니까 반응이 오더라. 거기서 슬펐다. 우리는 계속 좋은 노래도 내고 했는데 결국 사람들은 여기에만 반응을 하는구나"라며 "나느 그런 사람이 아닌데 한 번도 그런 이미지로 비춰졌던 적이 없었느데 노래 하나도 나는 그런 사람이 됐구나 그런 게 힘들었다. 살면서 절대 들어볼 일 없었던 심한 욕들도 많이 있었다. 살면서 절대 들어보지 못한 말인데 사람들이 이야기하니까 내가 이런 말을 듣기도 하는구나"라며 눈물을 보였다.
가영은 "3년의 무명이 있었고 '마리오네트' 때문에 이름을 알렸다. 그게 좋으면서도 스텔라 하면 따라다니는 선정성 논란 그런 사진들, 그로 인해 확실히 너무나 스케줄이 많이 생겼고 많은 사람이 알아봐 주고 그래서 어려운 거 같다.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라며 "제가 바라는 대로 그룹은 알려졌으면 좋겠지만 선정성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도 안 되지 않나"라고 털어놨다.
다시 태어나도 아이돌을 할 거냐는 질문에 가영은 "저는 20살로 돌아가서 평범한 삶을 사는 게 어떨까. 최근 다른 일을 하고 그냥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이것도 소소하게 행복하더라. 사회생활을 일찍 경험해서인지 아이돌을 해서인지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과연 그게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나이에 겪지 않아도 될 것들을 너무 빨리 겪은 건 아닐까 싶다. 저도 다른 친구들처럼 그렇게 살아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라고 답했다.
수빈은 "저는 다시 태어나도 아이돌을 무조건 할 거 같다. 제가 좋아하는 걸 하고 있었다는 게 너무 중요한 점", 천둥은 "저는 할 거 같다. 힘든 일도 너무나도 많지만 좋은 추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거랑 맞바꿀 수 있는 추억이 또 있을까 싶다", 토니안은 "이 질문 많이 받았는데 무조건 다시 한다. 자유가 없기도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무대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체가 좋다"라고 말했다.
아이돌 지망생들에게 가영은 "자기 자신을 항상 먼저 생각하고 원하는 게 뭔지, 원하는 방향이 뭔지 생각하고 했으면 좋겠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돌뿐만 아니라 다른 세상도 넓게 바라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남규리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네'는 아니면 좋겠다. 유명해지는 건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유명해지는 대신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은 훨씬 많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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