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웃기고, 로맨틱하다는 반응 있으면 기쁠듯”
영화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등으로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며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찬사를 이끌어낸 바 있는 거장 박찬욱 감독이 ‘리틀 드러머 걸’을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영국 BBC, 미국 AMC에서 방송됐던 ‘리틀 드러머 걸’을 이번에는 감독판으로 선보이며 방송 심의 기준과 상영시간 제한에 따라 제외된 다수의 장면을 포함시켰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은 ‘리틀 드러머 걸’이 첩보 스릴러물이지만, 로맨틱하고 재밌는 부분까지 시청자들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리틀 드러머 걸’은 첩보 스릴러 장르임에도 불구 남녀의 사랑 역시 로맨틱하게 다룬다. 박찬욱 감독 역시 원작에서 이 점에 마음이 끌렸다. “원작에서 훌륭한 점이 첩보와 로맨스 장르가 분리되지 않고, 한 몸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찰리’라는 인물이 자기 인생과 상관없는 분쟁에 뛰어드는 게 사랑 때문이다. ‘베커’의 입장에서는 ‘찰리’가 이 분쟁과 아무 관계없기에 선택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건데 끌어들이고 난 후 진짜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시리즈 전체에 걸려서 첩보 스릴러와 로맨스의 측면이 분리될 수 없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이야기다.”
더욱이 박찬욱 감독은 ‘박쥐’,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등에서 여성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다뤄왔다. ‘리틀 드러머 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찰리’를 원작자인 존 르 카레 선생의 여동생을 모델로 창조했다고 비화를 공개했다.
“‘찰리’는 용감한 사람이다. 르 카레 선생의 여동생을 모델로 창조된 캐릭터다. 그분이 모든 일을 겪었다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유명한 배우면서 좌파 활동가이면서 페미니스트였다. 그분께 ‘찰리’가 위험한 임무를 안 해도 되는데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했더니 ‘배우니깐 호기심 많고, 모험심이 강하지 않나. 용감하게 뛰어들어 새로운 사람들과 뭔가 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거다’고 답하더라.”
총 6부작으로 구성된 ‘리틀 드러머 걸’은 1, 2부까지만 해도 무슨 내용인지 윤곽이 정확히 잡히지 않는다. 이에 헷갈림을 초래하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은 오히려 그걸 의도한 것이며, 차츰 차츰 알아가는 게 첩보물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원래 첩보물이라는 게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헷갈린다. 차츰 차츰 알아가는 과정이 있는데, 난 그게 첩보물의 매력, 맛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찰리’가 전혀 뭐가 뭔지 모르게 끌려가 엉뚱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조종당하니 혼란이 1, 2부의 내용 그 자체다. 주인공은 그렇게 가는데, 시청자들은 요원들의 회의, 테러리스트의 행동 등 전체를 들여다봐야 한다. 파편들이 나열돼있으니 하나의 거대한 그림을 어떻게 그려갈지 지켜보는 맛이 있는 거다.”
이어 “처음 2부 정도는 혼란스러운 것이 맞다. 의도적인 것이다. 거기서 나가떨어지지 말고, 끝까지 보면 퍼즐이 맞춰져서 벽화가 완성되는 참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뿐만 아니라 ‘리틀 드러머 걸’의 배경을 1970년대 후반으로 설정하면서 색감 활용이 아주 놀랍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서 돋보이는 아름다운 미장센이 ‘리틀 드러머 걸’에서도 빛을 발한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나와 미술감독은 그때가 산업디자인, 건축 측면에서는 지금보다 우월했다 생각했다. 자동차, 전화기, 녹음기, 카메라 등의 여러 가지 소품들, 건축물들 그런 게 훨씬 더 다양하고, 색도 풍부하고, 세련됐다고 말이다. 그런 재미를 충분히 누리려고 공을 들였다. 지나가는 엑스트라 자동차조차 힘들게 골랐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엔딩을 통해 다음 편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엔딩이 중요하다. 쫄깃한 엔딩을 선사하는 드라마를 두고 ‘엔딩 맛집’이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 박찬욱 감독은 ‘리틀 드러머 걸’이 첫 드라마인 만큼 엔딩에 대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만 하긴 했지만, 내가 보는 사람으로서 드라마에서 느끼는 흥분감이라는 건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좌우되더라. 우선 각 에피소드가 다음 회를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하고, 다음 회를 보고 싶게 만드는 결정적 순간에 너무 교활하게 감칠맛 나게 끊어버리는 건 싸구려 기법일 수도 있지 않나. 다음 회를 보고 싶게 만드는 아슬아슬함을 유지하면서도 싸구려가 되지 않는 방법을 찾는다고 찾은 거다. ‘찰리’가 성숙해지는 여정에서 고비가 몇 개 있는데, 모든 에피소드가 새로운 존재와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무엇과의 만남으로 끝나게 구성하려고 신경 썼다.”
“원작을 봐서도 그렇고, 겉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안 그런데 생각보다 웃기다는 평을 들으면 좋겠다. 또 로맨스가 로맨틱하다는 반응이 있으면 기쁠 것 같다. 다른 감독들은 모르겠는데, 난 웃을 때 웃는 게 제일 반갑고 고맙더라. 내 작품들이 코미디는 아니지만, 살짝 웃긴 걸 애써 넣는다. 원작은 웃을 때가 거의 없기에 그런 게 원작과 제일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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