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천윤혜기자]배우 김남길이 '열혈사제'로 얻은 또 한 번의 전성기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또 하나의 대작 드라마였다. 이명우PD와 박재범 작가의 조합도 반가웠지만 김남길, 이하늬, 김성균 등 영화에서나 볼 법한 배우들로 구성된 라인업은 '열혈사제'의 시작 전부터 대박 기운을 물씬 풍겼다. 아니나 다를까. '열혈사제'는 지난 20일 종영하며 22%(닐슨코리아 기준, 전국)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마의 고지라고 하는 20% 시청률을 여러 번 넘으며 올 한 해 가장 사랑받는 드라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김남길은 '열혈사제'를 통해 또 한번의 전성기를 누렸다. '선덕여왕', '나쁜남자', '명불허전' 등의 드라마는 물론 '해적', '무뢰한', '살인자의 기억법' 등 스크린에서도 독보적으로 활약해오던 그는 자신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김해일이라는 옷을 입고 세상 둘도 없는 사제를 만들어냈다.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김남길은 '열혈사제'의 성공에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기쁜 이유는 자신이 주목받아서가 아니었다. '열혈사제'를 통해 좋은 배우들을 만나 기뻤으며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조연 배우들이 주목을 받아 뿌듯했다.
"드라마 반응이 좋아서 가장 좋은 건 조연들이 주목 받은 거다. 연기하면 다 프로인데 신인상이라는 타이틀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조연들이 주목받고 화제성을 많이 가지고 간 부분이 드라마가 잘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게 가장 기분이 좋다. 앞으로 지향해야 하는 작품이 이런 것이라라고 생각한다. 제가 신인 때 느꼈는데 주연보다 경험 없는 친구들에게 더 대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용기나 희망을 얻고 좌절에 빠져서 꿈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저는 다행히 좋은 선배님들이 많았다. 그런 것들을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모든 배우들이 잘 나왔고 많이 인정 받고 얼굴 알렸다는 게 좋다. 이 부분은 저도 포함이다. 이 작품 때문에 저를 처음 본 친구도 있다. '선덕여왕'이 잘 나왔다고 해도 사극 싫으면 안 본 분들도 있다. 이 작품으로 저를 처음 보시는 분들도 많고 여러 배우들이 재조명받고 좋은 반응 일으켜서 좋다"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조연 배우들이 잘 돼서 좋았다고 밝혔지만 김남길은 액션 촬영 중 갈비뼈와 손목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방송 결방 대신 이른 복귀를 택했다. 결국 드라마는 순조롭게 방송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김남길은 고통 속 열연을 펼쳐야 했다.
"그 시점이 9, 10, 11부를 찍을 때였는데 시청률이나 반응을 올릴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 이전까지가 관계 진전 없이 반복되는 상황으로 답보한 상태여서 고민이었는데 편집이 잘 돼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그러다보니 '그럼 '9, 10, 11부에 더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문석이나 쏭삭, 요한이에 대한 반응이 좋을 때였어서 드라마 흐름도 흐름이지만 눈에 익을 때 몰아쳐줘야 좋았다. 그래서 몸을 가누는 정도가 되면 나가겠다고 했다. 퇴원해서 나갈 때까지가 마지노선이었다 그걸 넘으면 결방이었는데 그 직전에 퇴원해서 결방을 막을 수 있었다."
부상투혼의 열연 속 고결한 신부와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지점 사이의 간극을 완벽하게 메워낸 김남길. 또한 방송 후반부에는 흑화된 모습으로 또 한차례 변신을 거듭하며 한 작품 내에서 수없이 연기변신을 이뤄내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극과 극의 상황에 맞게 변화를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온순하고 분노하고 흑화된 느낌이었는데 한 인물이 화가 날 때도 있고 성향이 다 다르지 않나. 그 간격 자체를 과하게 두지 말자는 중심이 잡혔다. 어릴 때에는 많이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게 많았으면 지금은 흐름에 내던지면 상황이 그러니까 그렇게 보인다는 걸 알게 됐다. 예전에는 강력하게 보여야겠다는 마음에 연기하면서도 차이나 불편함이 느껴졌다. 지금은 상황에 맞춰서 흘러가는 대로 두는 편이다"며 "그래서 방송 후반부에 흑화된 장면은 이 신부님에 이어 또 신부님이 그렇게 되고 더 이상은 내가 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의 노력은 결국 배신하지 않았다. 공중파 방송 중에서는 유일하게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최우수연기상 후보에 오른 것. 김남길은 수상 기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조금도 기대 없다. 어릴 때에는 상을 받아야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수보다 누가 무슨 상을 받았고 인정 받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상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떨 때에는 작품성이 좋아도 관객수가 많이 없어서 또 관객수는 많은데 작품성이 안 돼서 노미네이트가 안 됐다. 지금은 상을 받는다기보다는 축제에 참여하고 박수 쳐주는 게 좋다. 마음이 편하다. 또 인생 드라마다 하는 작품을 연기한 선배들도 같이 계시고 함께 할 수 있어서 편하게 즐기다 오려 한다."
김남길은 마지막까지 삶, 그리고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 확고했다. "어릴 때는 일 년, 한 달 단위로 계획을 짜는 편이었다. 그런데 내가 마음 먹은 대로 되지도 않고 세상도 그렇게 안 흘러가더라. 지금은 하루하루를 내일이 없는 것처럼 열심히 성실히 사는 걸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촬영이 없을 때에는 사람들의 삶 안에 들어가 있어야 연기를 할 수 있다. 자꾸 숨어버리면 안 된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마스크를 벗어봤는데 아무도 안 돌아본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야 그게 연기할 때 도움이 된다. 내가 특별한 직업군을 연기하지 않고서는 항상 추구하는 게 동네 사람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명배우다운 김남길의 독보적인 연기 철학. 지금까지 그가 해온 노력들이 있었기에 '열혈사제' 속 김해일 신부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날 수 있었다. 김남길이 또 어떤 작품으로 새롭게 변신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갈지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씨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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