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 거리는 튼튼하니 이제 안심이다” 영화 ‘버티고’의 주인공 ‘서영’(천우희)이 늘 그랬던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하루를 애쓰며 보내고 내뱉는 말이다. ‘서영’ 캐릭터에는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즉 현대인의 모습이 투영됐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이 창 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무비. ‘삼거리 극장’, ‘러브픽션’을 통해 독보적인 세계관을 선보인 전계수 감독의 신작이다.
현기증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영어 단어 ‘Vertigo’를 그대로 옮긴 ‘버티고’라는 제목은 말 그대로 버틴다는 의미도 있다. 생리적인 증상의 어지러움도 있지만, 내가 딛고 있는 기반이 안정적이지 않고 흔들리면 쓰러질 것 같은 상황에서 버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며 문제 해결이 아닌 버팀을 찬양한다.
무엇보다 해당 영화는 서사에 기대기보다 ‘서영’의 감정의 흐름에 따라 극이 전개된다는 점이 굉장히 색다르게 느껴진다. 이에 대사보다는 미장센, 사운드를 활용해 감각의 리듬대로 영화를 만들려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스타일만큼은 참신하지만 전계수 감독의 실제 직장생활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구상한 만큼 ‘서영’의 외로움, 불안 등의 감정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다. ‘서영’ 캐릭터를 천우희가 연기하면서 설득력을 더욱 높인다.
천우희는 전작들에서 감정을 분출했던 것과 달리 ‘버티고’에서는 감정을 응축시켰다. 더욱이 코믹 연기로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며 호평을 받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30대 여성을 그리되 결은 완전히 달라 흥미롭다. 많은 클로즈업 촬영과 천우희의 섬세한 감정선이 더해지며 관객들은 ‘서영’이 느끼고 있는 감정에 깊게 들어갈 수 있다.
그동안 선 굵은 캐릭터들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여온 유태오는 자신이 평소 지향하는 멜로를 통해 지적이면서 섹시한 면모를 담아내며 여심을 뒤흔든다면, 독립 영화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신예 정재광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버티고’의 핵심 포인트인 ‘힐링’의 시너지를 낸다.
하지만 상황을 너무 극한으로 몰고가다 보니 딥한 분위기에 심장이 조이며 답답하다. 단순히 따뜻해지는 치유를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스스로 상처를 딛고 또 살아갈 수 있는 위안은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천우희가 출연을 결심하게끔 사로잡은 엔딩신에서 무언가가 뜨겁게 치솟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본 적 없는 독특한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출을 맡은 전계수 감독은 “‘서영’이 갇혀있던 프레임 바깥의 세상으로 한발 내딛는 용기를 응원하는 영화다. 앞부분은 버텨야 하는 영화인데, 버티다 보면 영화가 내미는 손길이 분명히 있을 거다. 그 손길을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전계수 감독의 바람대로 ‘버티고’가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 우리들을 다독여줄 수 있을까. 개봉은 오늘(16일) 전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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