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이하늬/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헤럴드POP=천윤혜기자]([팝인터뷰②]에 이어..)

배우 이하늬가 '극한직업'을 통해 과정의 중요성을 깨우쳤다고 고백했다.

'블랙머니' 속 김나리는 스타펀드의 대한은행 매각 관련 심의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나선 대한은행 법률대리인.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 이 과정에서 있었던 불법적인 일들을 덮어야 했지만 진실을 깨달을수록 양극단에 섰던 양민혁 검사와 공조를 벌인다. 물론 이 과정과 결과에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반전이 숨어있다.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막프로'의 모습을 보여준 양민혁과는 전혀 다른 인물. 가장 입체적이면서도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정당성 역시 부여돼야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이하늬는 "김나리의 선택은 저한테도 촬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나리는 호의호식하겠다는 일차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보지 않았다. 오랫동안 유학 생활을 하다 보면 애국자가 되는 부분이 많다. 김나리 역시 미국에서 엘리트들하고 커가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던 여자였다. 김나리 생각에는 이 나라에서 먹고 살 수 있는 건 무역밖에 없다는 거였던 것 같다. 그래서 국제통상변호사도 되고 싶었던 거다. 때문에 김나리의 선택은 그가 생각하기에 국익에 보탬이 되는 길이었고 또 다른 정의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매일 선택하는 것도 김나리스럽다고 생각한다. 선이라고 해서 하얗고 오는 것도 아니고 검게 악이 오지도 않고 회색처리로 온다. 착한 사람인 거 같은데 그렇지 않은 일도 많다. 가치 자체가 모호해지는 때가 와서 김나리라는 캐릭터가 현실에 부합하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이 생각한 김나리에 대해 설명했다.

이하늬/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이하늬/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하지만 김나리, 그리고 양민혁의 선택들 사이에는 일부 편법이 작용하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또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들은 양심을 져버리고 불법을 감행한다. 이하늬 역시 이런 부분에 있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결과가 좋다 해도 과정까지 용서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양민혁이나 김나리가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슬픈 부분이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내가 일단 밝히고 볼게 이거 아닌가. 결과론적인 시각이다. 그들을 노멀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게 위험한 건데 위험하다고도 느끼지 않는다. 심지어 두 사람은 법조인이지 않나. 그런 캐릭터를 보면서 납득 간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정의를 위해 어느 정도의 편법을 수용한다는 게 있는 것 같다. 김나리도 그런 부분이 있다. 편법을 저지르는 양민혁에게 심지어 뭐라고 한다. '난 용납 못 한다'고 얘기하는데도 중간에 불법을 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 그런 게 너무 팽배했던 것 같기도 하다. 과정이 좋지 않아도 결과가 좋으면 된다는 생각이 사회를 병들게 한 포인트 같았다."

이어 "결과론적인 현실을 돌아볼 때 선진국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나라가 선진국이 되기를 원하는데 스스로는 선진 개인인가 물어봐야 하는 때인 것 같다. 화살표를 나한테 돌려서 스스로에게 반추해서 물어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편을 가르기보다는 내가 선진 의식이 있는 대한민국 사람인가 하는 자의식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라며 올곧은 자신의 소신을 전하기도.

이하늬/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이하늬/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그렇다면 김나리가 아닌 이하늬 자신을 돌아봤을 때 자신은 어떨까. 그는 김나리와 양민혁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게 자문을 던져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예전에 서대문형무소를 도슨트 투어를 따라 갔다온 적이 있는데 예전에는 단순히 '독립투사를 한다면 태극기 들고 나갔겠지' 했는데 내가 정말 바위에 계란 던져서 와그라지는 계란이 될지언정 바위에 던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의와 나라를 위한 완전한 희생 아닌가. 그래서 진짜 숭고하다는 생각이 나이가 들수록 생기는 것 같다."

또한 배우로서는 "어떨 때는 결과를 지향하면서 살았던 제가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때로는 아팠던 것 같다"고. "결과도 과정도 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진다. 예전에는 연기를 할 때 '내가 잡아먹는 연기'라는 말을 쓰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말 자체가 구시대적이라 생각한다. 상대방과 시너지를 좋게 할 수 있게 서로 도와줘서 같이 좋은 케미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연기라는 게 독자적으로 출중해서 가는 게 아니다. '극한직업'이 좋은 예였다. 모두가 연기를 훌륭하게 잘하시긴 하지만 모두 다 열려 있어서 가능했던 케미였다. 그 좋았던 과정이 결과까지 좋았기 때문에 지표라 생각했다. 저희들끼리 극한 형제라고 하는데 '이 과정을 잊지 말고 어디 가서도 이렇게 하자'고 약속을 했다. 배우 입장에서 욕심이 날 때도 있는데 이제는 그런 거 자체가 무의미하고 그런 시대는 갔다고 생각했다."

한편 '블랙머니'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현재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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