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서연 기자]'오피스물 불패 여신' 박민영이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해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지난 3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이하 기상청 사람들)에서 박민영은 기상청 총괄2팀 총괄예보관 진하경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10년 연애를 한 상대에게 뒤통수를 맞고 파혼을 하거나 결코 다시는 사내연애를 하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또 한번 사내연애를 하며 생기는 갈등, 어긋나는 결혼관 등 현실적인 고민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깊이 들어갔다.
박민영은 지난 7일 진행한 헤럴드POP과의 화상인터뷰를 통해 "이번에 체감으로는 유난히 많이 보신 것 같더라. 정말 초반에 어머니 친구 분들까지 보신 걸 보면, 약간의 가족드라마 느낌이 나지 않았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을 주로 했는데 이번에는 다양한 연령층이 보실 수 있는 드라마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 사람들'은 국내 드라마 최초로 기상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박민영은 총괄예보관 캐릭터를 위해 기상 전문 용어와 기상청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해야 했을 터. 박민영은 "자료가 너무 희귀해서 다큐멘터리만 계속 반복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제가 직접 견학을 가기도 했다. 기상청의 분위기나 기상청 사람들의 말투, 어려운 대사를 내뱉지만 평상시에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 용어처럼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정말 많이 연습하고 최대한 힘을 빼는 연습을 했다"며 "조금이라도 왜곡되지 않은 사실적인 기상청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하경 캐릭터가 똑똑하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이라 주변의 시기질투가 많았을 거다. 저보다 훨씬 선배인 분들이 부하직원으로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 친구가 태어나기를 냉정하게 태어났을 수도 있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진 성격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황에서 주어진 역할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즐거워도 즐거운 티를 내지 않고 들떠도 들뜨지 않은 자기만의 체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감정의 높낮이을 없애고, 최대한 매트하게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기상청 사람들'은 초반부 빠른 전개와 시청자들을 속이는 반전 상황 등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답답한 전개가 이어졌고, 진하경과 이시우의 로맨스를 기대한 시청자들은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박민영은 "저는 작품을 볼 때 항상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려고 한다. 제가 캐스팅이 되고 4부까지 나오고 5~6부는 초고까지 나왔을 때 (출연을) 결정을 하게 됐다. 저 역시 4부까지 너무 재밌고 흥미로웠고 제 캐릭터를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 결정하게 됐는데, 사실 내심 이런 걱정도 있었다. 이렇게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다보면 어느 순간은 조금은 주저하고 막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불안함이 있긴 했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드라마에 나오는 '매일 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라는 대사처럼 아무래도 재밌는 부분이 초반에 몰아있으면 그들에게 다가올 시련도 있을 거다. 그래서 속이 답답하고 '저들은 왜 진전을 안 할까' 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저도 했고 시청자 분들도 하신 것 같다"며 "사전제작 특성상 저도 똑같이 답답해하면서도 맑은 날이 오겠지 하는 희망을 갖고 연기했다. 다행히 저는 마지막회에 다시 해가 쨍 떠오르는 느낌을 받아서 마무리는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하경은 위자료 명목으로 넘겨준 신혼집 아파트를 반반으로 나누자고 한 한기준에게 직언을 날려 통쾌함을 선사했다.
"제가 마음에 드는 신 중에 하나다. 근데 10년의 세월이 결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지 않더라. 대사를 해보니 얼마 지나지 않은 커플과 10년 동안 함께한 커플 상황에서 똑같은 '우리가 보낸 시간은 대체 뭐였던 거니' 하는 대사를 내뱉어도 다르다. 저는 사실 눈물이 많이 나고 감정적으로 폭발할 것 같아서 절제하는 연기를 했다. 그 신을 찍고 나서 힘들었지만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진하경이 꾹꾹 눌러 담다가 처음으로 터뜨린 장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신을 촬영하며 "연기할 때 시원할 줄 알았는데 너무 슬펐다. 원칙주의자 입에서 '개XX야'가 나왔을 때는 시원하겠다 했는데 막상 그 대사를 내뱉을 시간이 되니까 내가 한때 너무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감을 내뱉는 대사라 굉장히 슬펐다. 그게 참 오묘한 것 같다. 보는 사람들은 시원하지만 정작 내뱉는 사람은 너무 슬펐다"고 당시의 감정을 고백했다.
한기준이 바람 피우는 장면을 처음 목격하고 진하경이 충격에 빠져 비를 맞는 상황에서 가방으로 때린 장면은 박민영의 아이디어였다고. 그는 "저도 하경이와 같은 30대 여자로서, 남자친구의 그런 장면을 목격했을 때 충격과 울분은 아무리 차분한 진하경이라도 이 정도는 나와야 될 것 같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여쭤봤더니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원래 대본보다 조금 더 수위를 올렸다. 근데 저도 모르게 몰입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밝혔다.
진하경은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 한기준과 쿨한 친구 관계로 남는다. 실제 박민영이라면 어떨까. "전 불행히도 너무 한국 사람인 것 같다. 저도 쿨하게 할리우드 사람이면 좋겠는데, 저는 영어를 조금할 줄 알 뿐이지 뼛속까지 한국인인 것 같다. 아직 깨어있지 않다. 저는 저에게 그런 나쁜 짓을 하고 간 남자와 다시는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시우가 비혼주의이고, 하경은 무조건 연애의 끝은 결혼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던 친구였다. 저한테는 이 둘의 모습이 다 있다. 저는 연애의 끝은 결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으면서도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비혼주의에 가깝다는 사람이어서 다 이해가 되더라. 판타지와 현실, 둘다 놓치고 싶지 않은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민영은 윤박과의 호흡에 대해 "한기준은 윤박이 아니었으면 안됐다.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였고, 그여서 덜 미운, 이해가 되는 캐릭터로 완성이 됐다. 같이 연기할 때 재밌고 호흡도 잘 맞고 티키타카가 잘 돼서 너무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서 칭찬해주고 싶다.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고 애정을 표했다.
이번이 박민영의 세 번째 오피스물이었다. 박민영이 출연하는 오피스물을 믿고 봐도 될 정도라는 반응이 많은 바. 자부심이나 만족감은 없을까. "전혀 그런 것 없다. 제 나이에 맞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학원물도 많이 했고, 중간에는 사극이나 청춘물, 성장물을 했다. 지금은 제 나이에 맞게 오피스물에서 많이 보여드리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제가 10년 뒤 쯤에는 또 모른다 제가 '내조의 여왕'을 하고 있을지. 저는 제 나이에 맞게 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지금은 이게 가장 잘 어울리고 공감이 가장 잘 되고 캐릭터에 잘 융화가 잘돼서 반응이 좋은 게 아닐까"라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더불어 '로코장인'이라는 수식어에 맞는 강점에 대해 "오글거리는 대사를 제가 하면 좀 덜 이상하게 들린다고 하더라. 만나는 감독들께서 항상 해주시는 칭찬이다. 그냥 뻔뻔하게 내뱉으면 되더라. 그게 장점이다. 저도 평소에 장난을 좋아하고, 코미디 장르에 특화돼 있을 법한 성격을 갖고 있다. 일할 때 모습은 다르지만, 그런 게 불쑥 튀어나올 때 장점이 발휘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사실 이번 작품은 로맨스 부분이 굉장히 작았지 않나. 오피스 멜로라고 하기에도 오피스 휴먼이 더 크고 멜로가 적었다. 그래서 더 좋은 것도 있고, 호평을 받은 것도 있는 것 같다. 매번 멜로가 나왔으면 지겨웠을텐데 조금 나와서 작고 소중한 느낌이다. 다음 작품이나 제 역량을 더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되면 더 제대로 보여드리겠다"고 미소지었다.
또 이번 작품을 통해 동료배우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았단다. "제가 했던 연기 중에 가장 힘이 빠져있는 연기를 본 것 같다고 하더라. 제가 연기를 할 때 힘이 좀 들어가 있는 편인데, 이번에 가장 많이 노력한 게 모든 근육을 이완시켜보자고 한 거다. 그런 점을 배우들이 좋게 봐주셔서 좋았다"
박민영에게 '기상청 사람들'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기상청 사람들을 간접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면 정말 근무한 것처럼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풀 사전제작이 처음이라 그런지 고민도 많았고 치열하게 연구했다. 매일 밤 잠 못 이룰 정도로 많이 공부하면서 과제를 이행하듯이 찍었던 작품이라 저에게는 가장 어려웠던 숙제 중 하나였다. 무사히 잘 끝낼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쾌감도 있으니까 저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을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민영은 지난 17년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거의 우리나라 날씨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명확하게 있고 가끔은 태풍, 가뭄, 홍수도 있지 않나. 저 역시 제 나이대에 겪을 모든 일을 거의 다 겪었다. 제 일기를 모두 공개해드릴 순 없지만 저는 항상 안에서는 싸우고 있었다"며 "앞으로 외국에서 드라마를 찍고도 싶다. 모험이나 도전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특별히 가리지 않는다. 음식으로 따지면 잡식이라고 할까. 제가 좋아하고 욕심이 나고,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캐릭터를 만나면 어떤 국적이든, 어떤 장르든, 어떤 플랫폼이든 뭐든지 다 도전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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