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지난해 조우종 아나운서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 KBS 채널을 돌리면 수시로 나왔다. 뉴스를 전달하거나 교양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반적 아나운서의 모습이 아니었다. 30~50대 주부들의 예능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 고정 패널부터 인지도 있는 연예인을 섭외하는 ‘인간의 조건’ 2기 고정 멤버까지. 소위 ‘예능 대세’ 카드로 쓰였다. 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를 합한 말인 ‘아나테이너’는 이제 조우종을 가장 정확히 설명해주는 수식어가 됐다.
조우종의 시대를 열어준 건 지난 2013년 2월 첫 방송된 예능 ‘풀하우스’였다. 방송에 점점 적응해 나가자 발언에도 힘이 실렸다. 그러던 중 미혼 남녀의 미묘한 시각 차이를 직설적으로 꼬집으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결혼을 하려면 여자도 좀 모아 와야 한다” “여자들도 데이트 비용을 내야 한다” 등 연애의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발언으로 시선을 모았다. 당당한 언사가 서서히 관심을 모으더니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 섭외가 들어왔다. 결국 스포츠국 아나운서에게 영광이라 할 수 있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메인 앵커까지 발탁되며 현지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시청률 운도 따라줬다. ‘문어도사’ 이영표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지상파 3사 중 ‘시청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누구보다 치열한 2014년을 보냈던 조우종 아나운서를 만났다. 앉자마자 잔기침을 해댔다. 얼굴도 핼쑥해진 듯했다. 정초부터 심한 감기를 앓은 뒤 나타나는 후유증이라 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생활하다가 긴장이 풀린 탓이라고 귀띔했다. 2005년 KBS 공채 31기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래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연말 시상식까지 싹 끝내고 나니 열이 40도까지 올라가더라고요. 결국 응급실 신세를 졌습니다. ‘올해 무조건 달려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이를 물며 달려와서 그런가봐요. 3~4개월 안에 브라질 월드컵 준비를 완벽하게 해야 했고, 예능 프로그램 3개를 동시에 진행해야 했거든요. 하루에 2~3시간만 자고 달렸어요. 정말 1년을 3년처럼 보낸 것 같아요. 제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노력한 자에게 단 열매가 주어지는 걸까. KBS에서도 그를 인정했다. 2014 방송연예대상에서 쇼오락부문 최고 엔터테이너 상을 안겼다. 대상 수상 발표를 위해 단상에 선 조대현 KBS 사장도 조우종의 이름을 거론하며 “계속 남아서 사장까지 하라”고 농담을 건넸을 정도다. 그만큼 조우종은 요즘 잘 나간다. KBS 간판 프로그램인 ‘1대 100’ 단독 MC에 이어 ‘조우종의 뮤직쇼’ 라디오 메인 DJ 자리까지 내줬다.
조우종의 승승장구 소식이 들리던 중 KBS 아나운서국이 분주해졌다. 간판 아나운서였던 오정연이 사표를 던졌다. 한석준 아나운서도 사표를 제출했지만 사측과 타협점을 찾으면서 KBS에 남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이지애 아나운서가 짐을 싸고 나갔다. 지난 2012년에는 한껏 밀어주며 키웠던 전현무 아나운서가 KBS를 떠났다. ‘욕망 아줌마’로 활약 중인 박지윤 아나운서도 2008년 사표를 내고 나왔다. KBS 아나운서국의 연이은 사표 행렬에 내부 분위기도 바짝 얼어붙었다. 조우종에게도 온통 시선이 쏟아지던 터였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프리랜서로서 전향할 의향이 있을까.
“농담이 아니고 제가 배울 게 아직 정말 많습니다. 올해로 KBS를 다닌 지 10년 됐는데 이제야 방송을 배우는 느낌이니까요. 게다가 요즘 같은 분위기에 저마저 떠난다면…. 10년을 다니니 애사심이 날로 생겨요. ‘미생’에서 장그래(임시완)가 회사 벽을 만지면서 애사심을 보여주잖아요. 인턴도 하물며 그러한데 전 자그마치 10년입니다. 절 믿고 기다려준 회사를 생각하면 그렇게 한다는 게 쉽지 않죠. 이런 분위기에서 혹시 저마저 떠나가면 안 될 것 같아요.”
다시 캐물었다. 그러면 시간이 흘러서 나중에 떠날 생각이 있는 걸까.
“사실 저 지금 나가도 업계에서 받아줄 곳도 없어요. 나가서도 크게 성공할 것 같지도 않고요(웃음). 일하면서 왜 힘든 게 없겠습니까. 그것보다 제가 배울 게 아직 참 많아요. 저는 누구보다 제 자신을 잘 압니다. 냉정하게 보면 과대 포장됐고 방송 시장은 포화 상태고요. 저를 감싸주고 품어주는 회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조우종의 못다한 이야기 “개그맨에서 U턴했죠”② [POP 신년인터뷰]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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