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조우종의 방송 데뷔는 KBS 아나운서가 아니다.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나름의 숨겨진 시간들이 있었다. 대학 졸업 이후 아나운서 시험을 3년 동안 준비했다. 2년간 지역 방송 아나운서 시험까지 40~50군데에서 줄줄이 낙방하자 아나운서 꿈을 잠시 접었다.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때 지난 2004년 KBS ‘MC 서바이벌’ 모집 공고를 보고 도전했다. 노홍철, 유민상, 남창희, 조세호 등 쟁쟁한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더니 덜컥 합격했다. 개그맨이자 진행자로 KBS에 발을 들였다.
“사실 원래 꿈은 배우였어요(웃음). 그런데 보시다시피 배우를 하기에는 선이 굵지도 않고 잘 생기지도 않았잖아요. 개그맨이나 아나운서는 재미있겠다 생각했죠. 당시 남희석이 사회를 봤는데 최양락 성대모사를 해서 붙었어요(웃음). 10명 안에 뽑혀서 KBS에서 일하게 됐어요. 아나운서실이 아닌 희극인실로 첫 출근을 하게 됐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웃음이 납니다.” 이제 마이크를 잡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기회는 오지 않았다. 매일 희극인실로 출퇴근을 하면서 피디들과 얼굴을 익혔지만 자리를 내주는 이가 없었다. 매일 청소를 하고 사무실을 정리하는 게 주된 일이었다. 연말이 다가오니까 초조했다. 그러다가 가슴에서 떠나지 않고 자리 잡고 있었던 아나운서라는 이름이 다시 올라왔다. 지난 3년간 공부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면서 시험을 준비했다. 7전 8기 끝에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아나운서 되기까지 4년 넘게 걸렸죠. 아나운서가 되니 입이 발동했어요. 그때도 지금처럼 직설적인 말들을 많이 했거든요(웃음). 결국 제 입이 화를 불러서 찬밥 신세가 됐어요. 대구 KBS에 내려가서 일하다가 다시 올라왔어요.”
비가 온 뒤 더 단단해졌다. 서울로 상경한 이후 다시 아나테이너로서 행보를 꿈꿨다. 써주는 곳이 있으면 무조건 달려갔다. 시작은 간판 연예 정보 프로그램 ‘연예가 중계’였다.
“당시 피디들이 ‘조우종 예능감이 있다’ 좋게 봐주셨어요. ‘이제 기회를 잡았구나’ 싶었는데 전현무가 들어왔어요(웃음). 사실 현무가 굉장히 내성적인 아이거든요. 잘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아서 제가 모든 노하우를 알려줬죠. 저처럼 예능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예능 피디에게 잘 보이는 법까지 알려줬고요. 그러다가 제가 치고 나갈 기회를 놓쳤어요. 하나 둘 전현무만 찾더니 전 어느새 뒤로 쳐져 있더라고요. 현무가 ‘스타골든벨’ 들어갈 때 느꼈어요. 이제 난 어렵겠구나.”
그렇게 7~8년을 뒤에서 묵묵히 기다렸다. 영원한 2인자의 자리에서다. 그 사이 스포츠 중계국에서 캐스터로 일하면서 스포츠 쪽 분야 경험도 쌓았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개그 감각을 어깨 너머로 배웠다. 길은 노력하는 자에게 열린다고 했던가. KBS가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제2의 전현무’를 찾았다. 드디어 조우종에게 기회가 왔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자 스포츠국에서도 러브콜이 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이라는 큰 과제가 주어졌다. 예능에 출연하면서 월드컵을 준비해야 했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자는 시간까지 활용해서 축구를 보고 감각을 익혔다. 결국 10년 내공이 스포츠와 예능에서 터지며 물이 올랐다.
“정말 지난 1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어요. 8~9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을 이번에는 놓치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어요.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힘들게 지냈지만 참 보람됩니다.”
조우종은 무엇보다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1대100’ 프로그램을 맡게 돼 가장 기쁘다고 털어놨다.
“한석준 선배가 다시 KBS로 돌아왔음에도 ‘1대100’을 저에게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1대100’ MC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거든요. 제가 그 프로그램을 워낙 좋아했어요. 손범수 선배가 MC를 할 때부터 담당 PD를 찾아가서 읍소하기도 했어요. 제 주위 스태프도 다 알 정도로 애착을 갖고 봤던 프로그램이에요. 저만의 스타일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도 참 즐겨보는데요. 거기 패널로 출연하게 되면 제가 품은예능 꿈은 어느 정도 펼치게 되는 것 같아요. 피디님 연락 좀 주세요. 하하.”
조우종은 자신의 독설 멘트를 특화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인간의 조건’ 출연 당시 조용히 넘어가려던 최자에게 열애설을 물어보는 ‘간 큰 멘트’로 주목을 끌었던 그다.
“아나운서 초기부터 워낙 멘트가 독했어요(웃음). 몇 년간 죄다 편집됐을 뿐이에요. 하하. 제가 김구라 씨랑 방송을 많이 해봤는데 직설 멘트 하는 코드가 저랑 맞아요(웃음). 착한 아나운서도 많지만 어느 정도 자기 색깔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이 궁금해 하는 것도 솔직하게 물어봐야죠.”
아나운서가 자체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서 방송국 밖으로 이탈하고 있다. 조우종은 아나운서가 키워야 할 힘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아나운서는 대중의 비난도 겸허하게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나운서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다 인정받을 수 있다는 편견을 버려야 하죠. 그러면서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하겠죠. KBS는 ‘백인백색’이라는 아나운서 홍보 프로젝트를 통해 자생력을 키워나가고 있어요. 조우종도 KBS 아나운서도 열심히 달리고 있으니 지켜봐주십쇼(웃음).”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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