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정혜연 기자]무학과 달리의 뭉클한 첫 입맞춤이 그려진 ‘달리와 감자탕’ 7회에는 달콤한 로맨스 뒤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 바로 미술 작가 2인이 직접 배우로 등장한 것이다. 구혜영, 김영남 작가는 ‘달리와 감자탕’의 주 배경인 청송 미술관에서 주최하는 전시 ‘스페이스’에 작품을 선보인 것도 모자라 연기 수업까지 받은 뒤 작품에 깨알 등장하는 ‘찐’심을 보였다.
KBS 2TV 수목드라마 ‘달리와 감자탕’(극본 손은혜 박세은 / 연출 이정섭 / 제작 몬스터유니온 코퍼스코리아)은 ‘무지-무식-무학’ 3無하지만 생활력 하나는 끝내 주는 ‘가성비 주의’ 남자와 본 투 비 귀티 좔좔이지만 생활 무지렁이인 ‘가심비 중시’ 여자가 미술관을 매개체로 서로의 간극을 좁혀가는 ‘아트’ 로맨스이다.
‘달리와 감자탕’은 청송 미술관을 주 배경으로 돈밖에 모르는 남자 진무학(김민재 분)과 예술, 문화,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깊지만 생활 무지렁이인 여자 김달리(박규영 분)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설레고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무학과 달리의 아티스틱 로맨스 외에도 청송 미술관을 통해 실제 전시를 관람하는 것 같은 재미를 선물하고, 미술계 뒷이야기를 소개하며 흥미로운 전개를 펼쳐 웰메이드 힐링 드라마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달리와 감자탕’ 7회에는 초보 관장 달리가 부임 후 처음으로 전시 ‘스페이스’를 개최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담겼다. 이를 통해 ‘달리와 감자탕’에 힘을 더해준 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고퀄리티 관전 재미를 안겼다.
그중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 중 하나는 김영남 작가가 촬영을, 구혜영 작가가 퍼포머(배우)로 작업한 ‘한낮의 비명의 골짜기’이다. 한 여인이 한이 서린 감정을 토해내는 장면을 화면에 담았다. 구혜영, 김영남 작가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의 여자 얼굴이 전면에 드러나고 갑자기 비명을 5초간 지른다’ 대본에 딱 두 줄 적힌 표현을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야 하는 작품이었다. 촬영에서 설치까지 일이 많고 역시 쉽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중에 하나”라며 작품과 드라마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더불어 “대본을 읽고 비명을 지르는 여인의 콘셉트가 기묘하고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심오한 의미가 아닌, 마음의 근원에서 올라오는 울분과 같은 형태로 좀 괴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작품에 담은 메시지를 덧붙여 설명했다.
‘한낮의 비명의 골짜기’ 외 청송 미술관 메인 공간을 차지한 크고 작은 텔레비전이 켜켜이 쌓인 작품도 두 작가의 작업물이다. 구혜영, 김영남 작가는 “이정섭 연출님의 아이디어로 갑자기 하게 된 작품이다. 김영남 작가가 원래 아날로그 TV(CRT모니터)를 이용해 영상 설치 작업을 많이 해, 어떤 느낌으로 설치를 해야 할지 바로 감이 왔다. 자연의 현상을 하나의 생명체로 여기고, 아주 작은 소립자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움직임들을 상상으로 풀어낸 작업”이라며 드라마를 깨알같이 즐길 수 있는 작품 작업 배경을 들려줬다.
설치 미술 작품으로 ‘달리와 감자탕’에 힘을 더한 구혜영, 김영남 작가는 극 중 미술작가로 출연, 배우로 깜짝 등장하며 드라마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먼저 앞서 연기 경험이 있었다는 구혜영 작가는 ‘달리와 감자탕’에서 미술 작가 외에 배우로도 활약할 기회가 찾아오자 “절대로 망칠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연기 수업을 구했다”고 귀띔했다.
구 작가는 “비록 몇 줄 안 되는 대사이지만, 대사 하나하나를 온전한 저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선생님과 많이 고민했다”면서 “다행히 주어진 역할이 미술작가 역이라 마음의 부담을 적었던 점도 있었다. 옆에서 잘한다고 응원해주시고 호응해 주신 우리 ‘달리와 감자탕’의 여러 배우님들 덕에 마음 편하게 연기했다”고 열정을 빛냈다.
김영남 작가는 구혜영 작가를 도와주러 ‘달리와 감자탕’ 제작 현장을 찾았다가 캐스팅(?)됐다. 구혜영 작가는 “이정섭 연출님이 구혜영 작가를 도와주러 온 김영남 작가에게 작품 설명과 관련한 어떤 상황을 요청했고, 김영남 작가는 촬영 현장에서 바로 연기를 시작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 감탄을 자아냈다.
이처럼 ‘달리와 감자탕’은 크고 작은 부분 하나하나 제작진과 배우, 미술계 인사들 등 수많은 이들의 진심이 모여 탄생한 작품이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전개 대신 탄탄한 스토리와 볼거리로 기분 좋은 설렘과 재미를 안기며 ‘힐링 드라마’로 사랑받는 비결이다.
‘달리와 감자탕’ 측은 “청송 미술관 전시를 위해 기꺼이 참여해주신 작가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드린다. 구혜영, 김영남 작가는 6점을 작업해 주시고, 배우로도 깜짝 등장해 힘을 더해 주셨다. 두 작가님의 진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고 전했다.
한편 ‘달리와 감자탕’은 매주 수, 목요일 밤 9시 30분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사진제공=몬스터유니온, 코퍼스코리아
#다음은 구혜영, 김영남 작가의 일문일답이다.
1) 비명 지르는 여인을 담은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구혜영x김영남) 구혜영 작가가 대본을 보고 만들어야 하는 작품이 총 6개였는데, 그 중에서 이 작품은 가장 마음 편하게 작업한 작품이었어요. 아무래도 원래 해 왔던 작업의 스타일이어서요..
‘헝클어진 머리카락의 여자 얼굴이 전면에 드러나고 갑자기 비명을 5초간 지른다. 그리고 조용해졌다가 다시 또 비명을 지른다.
대본에는 이렇게 딱 두 줄로 써 있어서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야 하는 작품이었는데, 퍼포먼스, 영상, 설치를 주로 다루다 보니 가장 쉽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촬영에서 설치까지 일이 많고 역시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영남 작가가 촬영을, 구혜영 작가가 퍼포머(배우)로 작업을 했는데, 관악산 일대와 태안에서 보충 촬영까지 진행하며 장소를 찾고자 했습니다. 작품 제목을 생각하다가 ‘한 낮의 비명의 골짜기’를 떠올렸고, 그래서 골짜기 같은 곳을 찾아다녔어요. 골목길, 협곡, 절벽과 같이 골짜기처럼 보이는 곳이라면 찾아다녔지요.
처음에는 비명소리를 더빙하여 다소 기묘하게 표현하려고 했는데, 느낌이 안 나올까 염려되어 결국 직접 지르고 찍었어요. 대본을 읽고 난 비명을 지르는 여인의 컨셉은 기묘하고 이상한 느낌을 주었거든요. 비명을 지르고 조용해졌다가 다시 비명을 지르는 반복적인 행위에서 어떤 갈급함을 담은 절규를 느꼈습니다. 물론 그 절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진 않지만, 어떤 심오한 의미가 아닌, 마음의 근원에서 올라오는 울분과 같은 형태로 좀 괴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그 공간들은 ‘한 낮’과 ‘비명’과 ‘골짜기’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들이 만나 만들어 내는 느낌처럼 관객들은 이 여인으로부터 그런 감각들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비명을 지르다 혹여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다들 쳐다보기만 할 뿐 그런 일은 없어서 다행이었죠.
설치는 보통 공사현장에서 많이 쓰는 아시바(비계)를 이용해 설치를 했는데요. 전부터 아시바를 이용해서 뭔가 설치를 하고 싶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서 매번 포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큰 사이즈의 모니터와 아시바를 제작팀에서 구해 주셔서 너무 신나게 작업했습니다.
2) 크고 작은 텔레비전을 켜켜이 쌓아 두고 영상을 재생시켰던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구혜영x김영남) 이건 이정섭 연출님의 아이디어로 갑자기 하게 된 작품인데요. 김영남 작가가 원래 아날로그 TV(CRT모니터)를 이용해 영상설치 작업을 많이 해서 어떤 느낌으로 설치를 해야할지 바로 감이 왔어요.
틀어진 영상은 김영남 작가의 ‘우주 먼지의 여행’ 과 구혜영 작가의 ‘Meet Your Maker’인데요. ‘우주 먼지의 여행’은 인터렉티브 미디어 공연을 위해 제작된 영상으로, 자연의 현상을 하나의 생명체로 여기고, 아주 작은 소립자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움직임들을 상상으로 풀어낸 작업입니다. 그리고 ‘Meet Your Maker’는 구혜영 작가가 런던에서 학교 다닐 때 졸업작품으로 만들었던 뮤직비디오입니다.
우주 먼지가 흩어지는 것처럼 모니터도 뭔가 어디서 우르르 떨어진 듯한. 아니면 속에서 폭발한 듯하게 설치했어요. 크게 보면 여러 모니터들이 하나의 우주이면서, 또 모니터 하나 하나마다 작은 우주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니터와 모니터가 놓인 배치에 따라 각각의 우주가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어딘가로 탈주하기도 하고, 함께 움직이기도 하는 느낌이 들었으면 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작품 때문에 김영남 작가가 배우로도 출연하게 되었는데요. 이정섭 연출님이 구혜영 작가를 도와주러 온 김영남 작가에게 작품 설명과 관련한 어떤 상황을 요청했고, 김영남 작가는 촬영 현장에서 바로 연기를 시작했어요. 연출님이 김영남 작가의 연기가 마음에 드셨는지 기존에 있던 지선일이라는 배역을 주시게 된 겁니다. 김영남 작가는 항상 카메라 뒤에서 작업을 했었는데 이제 카메라 앞의 배우의 마음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어요.
3) 구혜영 작가님께서는 연기 교습을 다니셨다고요!
(구혜영) 저는 작년에 충무로 영화제에서 상영된 단편을 통해 데뷔를 하고 본격적으로 연기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저는 제가 좋아하는 어떤 일들에 대해 목표를 정하고, 그 과정과 결과 모두를 퍼포먼스라는 형태로 작업해 왔어요. 물론 퍼포먼스라는 이름을 붙이긴 했습니다만, 모든 것은 진지하게 이루어졌고, 2-3년여에 걸친 작업들도 있어요. 이번 연기도 과거 연극과 뮤지컬 작업을 했다가 그만 둔 뒤로 언젠가는 해야겠다 쭉 마음 안에 담아 두고 있으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기적같은 기회가 생겨서 절대로 망칠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연기 선생님을 구했어요. 김영남 작가는 영화 작업도 하는데, 김영남 작가가 함께 작업했던 이승연 배우님을 소개 받아, 개인 레슨을 받았어요. 저는 뭐든지 기본기는 준비를 해 가야 마음이 편하고 자신감이 생기는 스타일이라 대본을 중심으로 준비하는 과정과 연습은 아주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무엇보다 성격을 구축해가는 과정을 스스로 연습하며 만들어갔고, 무엇보다 드라마에서 표현하는 감정 이외의 다양한 감정들에 대한 표현을 해 보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몇 줄 안되는 대사이지만, 대사 하나하나를 온전한 저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선생님과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준비를 해서 가도 현장에서 막상 하려고 하니 내가 잘하고 있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주어진 역할이 미술작가 역이라 마음의 부담을 적었던 점도 있었고, 막상 촬영 현장이 제 에너지랑 맞더라고요. 하지만 부족한 점도 많았을겁니다.
그래도 옆에서 잘한다고 응원해주시고 호응해 주신 우리 ‘달리와 감자탕’의 여러 배우님들 덕에 마음 편하게 연기했어요.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표합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욱 깊은 세계가 있는 것 같고, 촬영 후에도 연기 수업이 필요하다 싶어 연기 수업을 추가로 받았습니다. 몇 번의 연기 수업으로 당장 어느 수준까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여러 생각들을 하면서, 저에게 주어진 변화들을 즐기면서 하고자 합니다. 다음 작품에 또 출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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