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 작가/사진=CJ ENM 제공
문유석 작가/사진=CJ ENM 제공

[헤럴드POP=박서현기자] 문유석 작가가 '악마판사'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최근 tvN 드라마 '악마판사'가 16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악마판사'는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를 통해 정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드라마.

'악마판사'는 믿고 보는 배우 지성, 김민정 등 화려한 출연진에 '옥중화', '붉은 달 푸른 해' 등을 연출한 최정규 PD,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이자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를 집필한 문유석 작가가 의기투합해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바. 베일을 벗은 '악마판사'는 기대 그 이상의 전개와 재미로 시청자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데 성공했다.

'악마판사'의 흥행을 이끈 주역이라고 해도 무방한 문유석 작가는 드라마 종영 기념 서면 인터뷰에서 "이제 더 이상 이 훌륭한 배우분들의 연기를 주말마다 볼 수 없다는 게 슬프다. 시청자 모드로 보고 있었다"면서 "최초에는 20부작으로 구상했었는데 그게 가능했다면 더 찬찬히 이야기도 풀고 배우분들의 연기도 더 볼 수 있었겠다 싶어 아쉽기도 하다. 성원해 주시고 함께 해 주신 시청자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문유석 작가가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코로나 사태로 세계가 한순간에 달라지는 걸 보며 무서움을 느꼈다. 스페인에서는 요양원 직원들이 도망가 버려서 방치된 노인들이 집단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세계 곳곳에서 경제가 붕괴되어 생계가 곤란한 이들이 폭증하고, 초강대국 대통령은 의학 전문가들의 권고를 가짜 뉴스 취급하는데 지지자들은 광적으로 열광하며 의회의사당을 습격하고...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래에는 어떤 세상이 되고 마는 걸까 생각하다가 ‘블랙 미러’나 ‘브이 포 벤데타’ 같은 근미래 디스토피아물처럼 일종의 사고 실험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이어 "다크 히어로에 대한 열광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라면서 "아직 늦지 않았으니 그런 세상을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시민들은 정치, 사법, 언론 등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 '시스템'에 해당하는 이들이 다크 히어로가 되어주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잘 해서 다크 히어로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전했다.

'악마판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쉴틈없이 몰아치는 전개와 반전으로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그만큼 명장면도 쏟아졌다. 그렇다면 문 작가가 가장 신경쓰고 공 들였던 장면은 어딜까. 그는 13부 엔딩 수현(박규영 분)의 죽음 장면을 언급했다.

"요한에게는 이삭이 있고, 가온에게는 수현이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 삶을 놓지 않게 만들어 준 유일한 존재들이다. 대본 초고에는 이삭이 요한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씬이 있었다. 자기가 없어져야 아버지가 요한을 학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종교적이기까지 한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총을 맞아 죽어가는 수현이 가온(진영 분)의 이마 상처를 보면서 '괜찮아? 피 나 잖아...'라며 가온부터 걱정하는 씬을 썼다. 이 비극적인 죽음으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것이 정선아의 잔혹한 큰 그림이었음이 밝혀지는 15부 엔딩까지 극은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신들의 불가해한 변덕으로 잔혹한 운명을 맞는 그리스 비극처럼"이라고 밝혔다.

이어 "크게 부각되지는 않은 씬이지만 12부 초반, 요한을 그림자처럼 돕는 K가 가온에게 처음으로 속내를 털어놓으며 요한 곁에 있으면 결국 모든 걸 잃고 말거라고 쓸쓸하게 말하는 씬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 이 씬은 영화 '렛 미 인'을 생각하면서 썼다. 외로운 뱀파이어 이엘리의 곁에서 그녀를 지키며 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중년 사내, 그리고 같은 운명을 스스로 짊어지는 소년 오스칼의 이미지가 그 씬을 쓸 때 자꾸 떠오르더라"고 말해 깊은 공감을 자아내기도.

특히 '악마판사' 속 다채로운 캐릭터들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여성 권력자들의 야심, 선과 악 사이에서 흔들리는 남성 캐릭터까지, 성 역할을 반전시킨 듯한 인물들이 많았기 때문. 이에 대해 문유석 작가는 "성별이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캐릭터들을 만들 때 아예 성별을 무시하고 만들었다. 정선아가 서정학에게 당했던 성폭력 등 특정한 맥락 외에는 성별이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차경희는 그저 야심 만만한 권력자일 뿐이고, 윤수현은 첫사랑을 지키고 싶어하는 형사일 뿐이다. 둘 다 한국 드라마에 남성으로 많이 나오는 익숙한 캐릭터들이다"

그러면서 "반대로 김가온 역할은 여성 캐릭터에 부여하는 경우가 많을거다. 인습적인 성 역할에 갇혀 있는 캐릭터들은 뻔해서 재미없고, 그렇다고 여성들은 모두 주체적이어야 하고 남성들은 납작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편향도 작위적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다 개별적"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문유석 작가는 "저는 창작자 이전에 온갖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사랑하는 소비자다, 법정물 외에도 코믹, 휴먼, 스릴러, SF, 애니메이션 등 제가 사랑하는 다양한 장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쓰고 싶다. 이번에 다크한 장르물을 썼으니 다음번에는 반대로 밝고 쉽고 낙관적인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해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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