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지난 2012년 방영돼 큰 인기를 모은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눈에 띄는 캐릭터가 있었다. 유명 성형외과 코디네이터 방말숙. 미모와 애교로 주변인들을 포섭하는 영악한 인물인 데다 친구의 복수를 위해 다가온 ‘바람남’ 차세광(강민혁)까지 흔드는 여자였고 차윤희(김남주)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밉상 시누이였다. 다양한 매력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인기를 모았던 캐릭터다. 그 역할을 소화해낸 이가 배우 오연서다.
조연 배우에 불과했던 그가 ‘넝굴당’ 종영 이후 몸값이 치솟았다. 쏟아지는 러브콜을 받으며 MBC 일일극 ‘오자룡이 간다’ ‘메디컬 탑팀’까지 줄줄이 주연 배우 자리를 꿰차더니 지난해 MBC ‘왔다 장보리’로 최고 시청률 37.8%(48회. 닐슨코리아 기준) 잭팟을 터뜨리며 국민 드라마를 기록한 인기 배우가 됐다. 올해 여주인공으로 활약한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사수하며 ‘시청률 흥행 수표’로 거듭났다. 불과 3년 만에 히트작을 여러 편 남긴 인기 배우가 됐다. 지난 7일 종영한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끝내고 휴식 중인 오연서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번에도 흥행 배우가 됐다”는 칭찬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발해 왕국의 마지막 공주로 태어난 여인 신율 역을 다양하게 표현해 냄으로써 또 하나의 대표작을 남겼다.
“시청자께서 많이 사랑해주신 덕분에 시청률 1위를 계속 지킬 수 있었어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마음이 따뜻한 분들을 많이 만나서 기뻤어요. 24부작을 끝내고 나니 시원섭섭하지만 행복합니다.”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오연서에게 모험과도 같은 선택이었다. 전작 ‘왔다! 장보리’가 워낙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 연속 출연으로 시청률 흥행을 담보하기 어려웠고, 밝고 상큼한 이미지가 특징인 배우인지라 전작과 비슷한 캐릭터로 인해 연기 비교를 당할 수도 있었다.
“‘왔다! 장보리’를 끝내자마자 출연한다고 해서 다들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도 쉬고 싶은 마음이 커서 고민이 많았는데 미니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주연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어요. 사실 초반에는 전작 캐릭터랑 비슷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여러 어려움이 산재해 있었지만 초조해하지 않았다. 초반 신율의 나이가 16세로 설정돼 있었기에 발랄한 연기에 대한 비난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극적 흐름에 따라 변모할 신율의 캐릭터를 믿고 기다렸다.
“저희 엄마도 ‘캐릭터가 너무 밝지 않니’ 걱정하시더라고요. 전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했어요. 10대 소녀라 좀 더 튀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일부러 더 밝게 연기했어요.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신율의 모습을 물 흐르듯 놔두니 점점 호평하시는 시청자 분들이 많더라고요. 가장 어려웠던 건 똑똑한 척 하는 것이었어요(웃음).” 추위와 강행군으로 힘들어가던 오연서를 위로한 댓글이 바로 “신율 같아서 좋다”라는 것이었다고. “신율과 청해상단 식구들은 역사 속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이에요. 저도 역사에 없는 가상의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신율의 마음이 이해가 돼 다시 만난 왕소(장혁)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한 남자를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느낌이 바로 이런 걸까’ 아련한 마음이 들면서 가슴이 아팠어요. 그런 제 연기를 실감나게 봐주셨더니 정말 기쁘고 행복했어요.”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는 미모 경쟁도 치열했다. 바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이하늬(황보여원 역)와의 대립각이 극의 재미를 선사했다. 덕분에 오연서와 이하늬의 미모가 매회 화제를 모았다. 오연서는 이하늬의 첫 인상에 대해 “미스코리아에 서울대 출신이라는 대단한 이력을 갖고 있어서 도도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막상 알고 보니 정말 털털하더라. 황보여원이 칼을 세워서 찌르는 여인이라면 신율은 칼을 휘어서 중심에 파고들려는 인물이다. 직선과 곡선의 대결이라 늘 긴장감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둘이 촬영 직전까지 장난치기에 바빴다. 매회 즐거운 분위기에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매 질문마다 꾸밈없었다. 솔직해서 탈인 부분도 있었다. 이런 모습을 단편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는 대중은 종종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부분에 대해 오연서도 아쉬워하며 “대중과 대화할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작은 바람을 드러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미로 말했는데 편집을 거치니 왜곡돼서 보이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쌓여서 오해를 사는 것 같아요. 전에 기사에 댓글을 보니 ‘싸가지가 없을 것 같다’ ‘내 지인이 오연서 스태프인데 정말 힘들어하더라’ 그렇게 적혀 있더라고요. 만약 그랬으면 저랑 일하시는 분들이 다들 힘들어하셨겠죠. 실제로는 그러지 않아요(웃음). 연기를 통해 제 진심을 다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넝굴당’ 흥행으로 인해 오연서가 반짝 스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2002년 걸 그룹 러브로 연예계에 데뷔한 뒤 이듬해 드라마 ‘반올림’으로 정식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13년차 배우다. 산전수전 겪으면서 단단해진 그다. 3년 전부터 쉼 없이 드라마에 매진하는 것도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컸기 때문이다.
“‘넝쿨당’을 찍기 전인 스물여섯까지 정말 힘들었어요. 먹고 사는 게 힘들어서 연기를 그만 두려고 했을 때 아버지가 ‘훌륭한 배우가 되지 않아도 된다. 연기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 격려해주셔서 끈질기게 매달렸어요. 어떤 분들은 고생도 안 하다가 말숙이 캐릭터 만나서 신데렐라가 됐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20대 중반까지 정말 아프고 힘든 청춘을 보냈어요. 꿈을 향해 도전하시는 분들이 저처럼 기운을 잃지 않으셨으면 해요.”
‘빛나거나 미치거나’로 지난 6개월간 강행군을 했음에도 “하반기에 한 작품 더 하고 싶다”며 눈빛을 반짝거렸다. “로맨스물에 도전해보고 싶다. 지금의 내 모습처럼 평범한 20대 여자의 감성을 연기로 표현하고 싶다”라는 뜻을 밝혔다.
오연서는 내달 2일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데뷔 14년 만에 첫 팬 미팅을 갖는다. “제 기사 하나 사진 하나 정성껏 올려주신 팬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요. 사소한 행복과 감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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