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배우 채시라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또 다른 액션물(?)을 더했다.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지난 2009년 드라마 ‘천추태후’를 통해 사극 액션도 펼쳐 보인 채시라. 그는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고등학교 퇴학 후 꼬여버린 인생을 다시 되찾기 위해 일어서는 현숙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3대에 걸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휘청이는 인생을 버티면서 겪는 사랑과 성공, 행복 찾기를 담은 드라마다.
채시라는 극 초반 불량 고등학생들을 혼내주거나 불법 도박에 손을 대고 돈을 손에 쥐려는 순간 들이닥친 경찰을 피해 도주하는 장면 등 은근히 많은 액션 연기를 소화했다. 물론 바닥까지 내려간 여인이자 딸이며 엄마인 현숙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뛰어내리고 달리는 장면들이 잠자고 있던 채시라의 액션 연기에 대한 본능을 깨운 것.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액션 신을 꼽기도 했다.
“액션이 기억에 남아요. 길에서 슬리퍼를 신고 뛰는데 연출과 카메라 감독님이 그렇게 잘 뛸 줄은 몰랐나 봐요. ‘어디 갔냐. 벌서 지나갔냐’고 했어요. 제가 빨리 사라지니 놀라워했죠. 새벽에 찍으면서 이리저리 뛰는데 다들 그 부분에서 놀라워했어요.”
이외에도 그는 다리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장면도 소화해야 했다. 연기하는 배우가 여자이기도 하지만 아이 엄마이기도 한 채시라이기에 스태프들의 걱정이 당연히 짐작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도 그는 여유로웠다.
“다리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서는 주위에서 저에게 ‘천추태후’라고 부르기도 했어요.(웃음) 그래서 ‘천추태후’에 비하면 액션이랄 것도 없는데 놀라워하신다면서 재밌게 찍었어요. 쓰레기 더미에 숨는 것도 그렇고 제가 액션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즐기면서 했어요.”
액션 드라마가 아님에도 그는 액션 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면서 찍었다. 지난 1984년 한 초콜릿 CF를 통해 데뷔해 긴 시간 연기 생활을 해온 그에게 의외로 ‘액션’과 궁합이 잘 맞는 점을 발견한 것. 뛰어난 미모로 여성스러운 역은 물론 각종 사극에서 강렬한 여성상을 제시하는 등을 다양한 역할을 맡아온 그가 액션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는 이전에 볼 수 없는 현숙이라는 캐릭터를 거침없이 소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 것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도박장에서 뛰어내리고 호루라기 불며 액션 팀이 달리는 저를 따라오는 장면인데 저를 따라오시다가 넘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자연히 저를 늦게 쫓아왔는데 그때 넘어지는 부분도 재밌었어요. 주위에서 ‘현숙이 정말 빨라서 못 따라간다’고 해석하시기도 했죠.(웃음)”
현숙은 채시라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의미 있는 만남을 선물한 인물이다. 불량 고등학생들을 혼내주는 장면에서 “악마의 자식들아”라고 말하며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은 직접 생각한 그림이고, 앞서 대본 리딩을 할 때 생각한 게 그대로 나온 장면이다. 그는 이 장면에 대해 자신이 그동안 못 보여준 것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된 부분이라고 밝혔다.
“제가 보여주고 했던 게 다 떠올랐어요. 보여줄 수 있는 마당이 주어진 거죠. 그동안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서울의 달’은 꽤 오래됐고, 게다가 이번에는 이를 뛰어넘어 밑바닥까지 굴러 떨어지는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못 보여준 것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서 재밌게 작업한 것 같아요.”
사실 채시라는 학교에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밝히는 용감한 현숙과 달리 평화롭고 조용한 아이였다. 그냥 바라보기에도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만큼 현숙의 당당하고 털털한 성격과 다르지만 능숙한 연기력으로 이를 소화했다. 또 액션을 더해 완벽한 현숙의 모습을 이끌어냈다. 앞서 밝힌 것처럼 그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액션들로 이러한 모습을 더욱 강렬하게 완성했다.
“‘천추태후’ 때도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말 타고 활도 쏘고 하겠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막상 촬영하면서 ‘내가 왜 이걸 했지’라고 생각했죠. 아무리 가벼워도 갑옷이 6kg이 나가고 남자는 10kg이 넘었을 거예요. 가볍게 만든다고 해도 무거울 수밖에 없죠. 입고 뛰고 액션을 해야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그때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은 맛보기 정도죠. 현대물 액션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정말 이번에 액션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네요. 죽도를 드는 것도 오랜만에 했는데 이까짓 것 액션도 아니라고 했어요. 그 재미로 ‘액션배우’라고 이야기한 것 같아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현숙이라는 인물을 통해 또 다른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채시라. 액션에 대한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면모도 지닌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작품으로 돌아올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송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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