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올해 62세의 박인권 화백. 지난 1980년 만화 ‘무당나비’로 데뷔해 무수히 많은 만화를 집필했다. 그 결과 박 화백의 ‘대물’ ‘열혈장사꾼’ ‘쩐의 전쟁’ ‘야왕’ 등은 모두 지상파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았다. 특히 ‘쩐의 전쟁’은 일본 후지TV에서 ‘친한파’로 유명한 그룹 SMAP 멤버이자 배우 쿠사나기 츠요시가 주연을 맡아 올해 초 전파를 탔다. 또 ‘국수의 신’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며, ‘여자전쟁’은 최근 IPTV용 드라마로 제작돼 오는 9월 3일 첫 공개될 예정이다.
박인권 화백은 만화가이지만 동시에 영상 콘텐츠에 강렬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제공하는 막강한 스토리텔러라고 볼 수 있다. 만화 자체가 가진 단순하면서도 흥미롭고 쉽다는 장점이 안방극장에서도 통하고 있어 드라마나 영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페이퍼 만화는 사양 산업이에요. 미디어로 갈 수밖에 없죠. 만화가 특히 웹툰도 영상을 염두에 두고 작업에 들어가요. 그렇게 된 게 한 7~8년 됐죠. 만화만 가지고는 힘들고 영상화될 때 분기점을 넘는다고 생각해요. 미디어를 염두에 두는 것은 필수에요. 영상에 대한 여지가 없으면 드라마로 만드는 데 들어갈 수 없어요.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영상과 만화는 극이라는 스토리텔링은 같지만, 드라마는 상당히 사기적인 행위에요. 호화찬란하거든요. 사운드, 음악에 조명이 있고 열연하는 배우, 영혼을 걸고 덤벼드는 감독 등 온갖 메커니즘이 종합적이에요. 거기에 비해 만화는 원시적이죠. 손놀림에 지나지 않는 행위라고 할 수 있죠.”
그는 만화만으로도 대중이 관심을 가지고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20명의 식구가 딸린 그도 “‘이러면 감독님이 좋아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어야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드라마가 안 되면 우리가 망한다’는 것은 안타깝다”는 그의 고백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특이했다. 만화만으로 끝나지 않고 영상으로 만들어져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만화를 보지 않는 더 많은 사람이 그의 이야기를 보게 됐다. 왜 그의 작품이 연이어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여전히 러브콜이 들어오는 걸까.
“제 작품의 경우 재미보다 특이한 것 같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제 작품은 범상치 않은 역발상으로 잘 다루지 않는 얘기를 그럭저럭 잘 다룬다고 해서 제작자들이 선택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선택은 단순히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화를 넘어 IPTV 전용 드라마라로 이어졌다. 그의 작품 ‘여자전쟁’은 플랫폼 자체맞춤형 드라마로, ‘IPTV 박인권 화백 전용관’까지 만들어져 공개될 예정이다. 이 ‘여자전쟁’ 시리즈는 총 6개의 에피소드(떠도는 눈, 이사온 남자, 비열한 거래, 도기의 난, 여자의 이유, 봉천동 혈투)가 2부작씩 옴니버스로 구성돼 IPTV&케이블 VOD 전용콘텐츠로 안방극장 시청자들과 만나게 된다. 박 화백 역시 이러한 시도에 반가운 내색을 보였다.
“원작자로서도 기대하지만 주변 분들이 격려와 호응을 많이 해주고 있어요. 새로운 도전이죠. 주변에서 지켜보면 새로운 실험이 될 거에요. IPTV 시장은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만화가로서만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시장 전체가 위축됐는데 창작자 분들이 IPTV의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어 저도 기대를 하고 있어요.”
여러 작품 중에서도 ‘여자전쟁’이 특별히 IPTV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인상 깊다. 박인권 화백의 ‘여자전쟁’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개그맨 정형돈의 공(?)도 있다. 지난 2013년 정형돈이 ‘무한도전’에 박인권 화백의 작품을 애장품으로 들고 나와 시선을 끈 바 있다. 이후 등장한 작품이 ‘여자전쟁’으로 알려지게 됐다.
박인권 화백은 “정형돈 씨에게 고맙다. 그때 그 일로 작품 조회 수가 폭발적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내 작품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이렇게 대중에게 보다 많이 알려지게 된 ‘여자전쟁’이 IPTV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제 작품 대부분이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어요. 그런 가운데 어떤 형식으로 드라마화 할 것인가는 그 범주 안에서 연구하고 검토하면서 진행 중이에요. 처음에 ‘여자전쟁’을 IPTV로 한다고 했을 때 우려했죠. 지상파에서 여러 작품을 공개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성공을 거뒀죠. ‘잘나가고 있는데 실험을 시키나’ 생각했어요. 제가 일부러 영화, 드라마를 시청하지는 않아요. 근데 IPTV로는 마음대로 볼 수 있고 지루하면 돌려보기도 해서 자유스러워서 좋더라고요. IPTV가 시간에서 해방시켜주는 것 같았어요. 괜찮은 영역이라 생각했죠. 사실 ‘여자전쟁’은 19금으로 지상파에서 보여주기도 어려워 영화로 제작 진행 중이었어요. 성과가 없어 영화보다 IPTV로 가자고 해서 그렇게 합의가 됐죠.”
‘여자전쟁’은 아무래도 남성중심의 작품을 그려온 박인권 화백 작품들 중에서 또 다른 색깔을 지닌 작품이다. 그는 여성들의 수다에는 자신이 없는 만큼 여자주인공을 이야기에 넣어야겠다는 결심으로 ‘여자전쟁’을 탄생시켰다. 이런 ‘여자전쟁’이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 없는 IPTV를 통해 공개되는 만큼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후배들에게 “처절하게 고뇌하라. 그렇게 만든 것을 독자는 3초 만에 정리하게 하라”고 조언한다.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을 가진 박인권 화백. 만화를 만들면서 쌓아온 경험이 자연스럽게 영상 콘텐츠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그의 작품이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선사하는 드라마에서도 강렬한 임팩트와 메시지는 물론 재미까지 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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