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금준 기자] 한때 중독성 있는 댄스곡으로 가요계를 평정한 걸 그룹이 있다. 온 국민이 그 춤과 그 노래에 열광했더랬다. 그런데 멤버의 이탈과 교체 등 내홍을 겪으면서 점차 대중의 관심사에서 멀어져갔다. 그런 그들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바로 '밴드'에 도전하면서부터다.

이 소식을 들은 음악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밴드 흉내만 내겠지'라는 비아냥거림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는 멤버들의 티저 공개로 점차 사라졌다. 영상 속 멤버들은 수준급의 연주를 펼쳐보였고 팬들 사이에서는 '밴드 코스프레'가 아닌, 진짜 밴드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날로 커져만 갔다.

['밴드 콘셉트'로 돌아온 원더걸스. 사진=헤럴드POP]
['밴드 콘셉트'로 돌아온 원더걸스. 사진=헤럴드POP]

누군가 그랬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밴드에게서는 화려한 연주력도, 그렇다고 기본에 충실한 '합'을 들을 수도 없었다. 누구나 예상했겠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4인조 밴드'로 컴백한 원더걸스다.

이들은 3일 오후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야심차게 쇼케이스를 열고 밴드로서 출격을 알렸다. 불이 꺼지고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시작된 음악. 기대감이 무너져 내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쇼케이스 화려한 조명 사이로 멤버들의 긴장이 느껴졌고 군데군데 실수들이 보였다. 연주 내내 어색한 미소를 주고 받는 원더걸스의 모습은 사뭇 안쓰럽기까지 했다.

실력이야 그렇다고 치자. 라이브에서 가장 중요한 '사운드'까지 놓쳤다. 악기 별 소리는 제대로 나왔지만, 원더걸스의 보컬과는 따로 놀고 말았다. 두 소리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이질감을 안겼다. 도대체 무슨 내용의 가사인지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음향은 리허설에 대한 의심까지 들게 했다.

하지만 연주가 끝나자 공연장 한켠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실시간 마감으로 바쁜 언론 쇼케이스 현장에서 이런 호응이라니.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식구들이었다. 원더걸스 밴드의 라이브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던 것이 미안할 정도의 열렬한 응원이었다.

원더걸스는 "실전 경험을 할 수가 없었다. 미리 공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오늘 긴장을 해서 실수도 많았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해한다. 밴드로서 처음 오르는 무대가 팬들도 아닌 플래시와 노트북으로 무장한 기자들 앞이라면 그 긴장감은 배가 됐을 것이고 고스란히 실수로 이어졌을 터다. 하지만 그들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를 살아내야 한다.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밴드 선언부터 이날 쇼케이스 직전까지 무대에 대한 기대를 신신 당부했다. 단순한 콘셉트가 아닌 '진짜 밴드'로 무대에 설 것이니 섣부른 판단보다 직접 보고, 듣고, 느끼라는 말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원더걸스의 무대와 관계자의 자신감 넘치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모습들이 오버랩 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실 밴드 원더걸스에게 받은 가장 큰 충격은 따로 있었다. 새 앨범 레코딩 자체가 원더걸스의 연주가 아니라는 것. 한마디로 밴드가 아닌 '밴드 콘셉트'라는 이야기나 다름이 없다. "완전히 레코딩 된 밴드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보다는 원더걸스가 할 수 있는 레트로 팝을 연주하면서 퍼포먼스까지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예은의 말이 '준비되지 않은 자'의 변명으로 들리는 것은 비단 기자 혼자였을까.

JYP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정오 원더걸스의 앨범이 발매된 이후 각종 실시간 차트를 결과를 긁어 모아 '음원 차트 올킬'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은 맞다. 하지만 '밴드 원더걸스'의 음악이 리스너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은 절대 아니다.

쇼케이스 현장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옮기면서 원더걸스 멤버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밴드의 포맷이 일회성은 아닐 것"이라는 선미의 말이었다. 그렇다. 현재 미숙하다고 해서 다음도 그러리라는 법은 없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원더걸스가 언젠가는 제대로 된 연주와 사운드를 들려줄 수도 그런 음반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밴드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그 때가 빨리 오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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