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희 기자]누워있는 김태희가 마법을 부린 걸까.
현재 3회까지 매회 10여 분 안팎으로 등장하는 여주인공 김태희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짧은 출연 분량이지만 의식 세계를 구현한 공간에서 깊이 있는 독백으로 극에 색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2일 밤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극본 장혁린, 연출 오진석) 3회에서는 한신그룹 상속녀이자 '잠자는 숲속의 마녀' 한여진(김태희)이 상처를 입은 채 수술실로 옮겨지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같은 시각 비밀리에 수술을 하고 있던 김태현(주원)은 한여진의 등장으로 급히 몸을 숨겼다. 경호원과 의료진들이 수술 준비로 분주한 사이 한여진은 가지고 있던 유리 조각으로 자해를 시도했고, 문틈 사이로 지켜보던 김태현이 이를 저지했다. 두 남녀 주인공의 강렬한 첫 만남이 드디어 이뤄진 것.
이후 약에 의해 다시 수면 세계에 들어간 한여진은 자신의 의식 속에서 독백을 하기 시작했다. 한여진은 "유리병에 갇힌 지 1165일째. 처음 일 년, 누구든 날 깨워주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일 년, 누구든 날 죽을 수 있게만 해준다면 그 사람의 소원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기도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오늘, 만일 내가 깨어날 수 있다면 난 나를 이곳에 가둔 인간들과 이에 동참한 이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기로 결심했다"며 처절한 복수를 다짐했다.
하지만 독한 말을 내뱉던 한여진은 이내 김태현과의 만남을 회상하며 "그리고 3년 만에 처음 본 외부인. 그는 누구였을까"라고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태현도 한여진이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과장(정웅인)에 의해 12층 병동으로 거처를 옮긴 김태현은 '영애'라 불리는 존재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신씨아(스테파니 리)에게서 과거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불리던 한여진의 가슴 아픔 사랑 이야기를 들은 김태현은 결국 접근 제한 구역에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고 한여진과 대면했다.
두 사람은 곧바로 서로를 알아봤다. 김태현은 한여진의 앞으로 가 "안녕하세요. 김태현입니다"라고 인사했고 이내 자신이 자살을 막았던 여인임을 알아봤다. 한여진 역시 김태현을 보고 "김. 태. 현?"이라며 반응하며 앞으로 두 사람이 보여줄 복수와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사실 현재까지 김태희의 출연 분량은 여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짧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김태희는 누워있고 대사도 혼자 연기하는 독백의 비중이 많다. 심지어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김태희의 활약은 주원의 도움으로 깨어나는 5회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라니 앞으로 2회를 더 누운 모습으로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적은 출연 비중과 그에 따른 여러 논란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김태희가 3회까지 보여준 깊이 있는 독백 연기와 인형 같은 외모가 자아내는 신비로운 분위기는 '용팔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태희가 극 중간마다 내뱉는 특유의 독백은 과거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를 증폭시키거나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그만이 존재하는 의식 세계로의 장면 전환은 순식간에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드라마를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어 준다. 마치 드라마가 아닌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장면이 대부분 한여진의 독백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현재 '용팔이'의 인기는 주원의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력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김태희의 공은 작아 보인다. 매회 누워만 있는 상황에서 김태희가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연기력 논란도 앞으로 어떻게 평가받을지 미지수다.
하지만 단 10분의 미학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김태희의 '연기 마법'. 5회 이후 보여줄 복수극과 주원과의 로맨스가 '용팔이'의 시청률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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