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희 기자]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울린 늑대 울음소리와 이에 화답하듯 들리는 우레와 같은 함성. 긴 기다림 끝에 이뤄진 팝 밴드 마룬파이브(Maroon, 이하 마룬5)와 1만 3000여 명 팬의 만남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는 '마룬5 라이브 인 서울 2015(Maroon 5 Live in Seoul 2015)'이 개최됐다. 마룬5의 이번 콘서트는 다섯 번째 정규 앨범 '브이(V)'의 월드 투어 일환으로, 9일 서울과 10일 대구 콘서트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콘서트는 스페셜 게스트인 스웨덴 밴드 더티 룹스(Dirty Loops)의 인사로 시작됐다. '롤러 코스터(Roller Coaster)', '사요나라 러브(Sayonara Love)', '다이 포 유(Die for You)', '섹시 걸스(Sexy Girls)', '웨이크 미 업(Wake Me Up)', '히트 미(Hit Me)' 등을 연달아 부르며 콘서트 분위기를 한껏 띄운 이들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다소 어설픈 한국말까지 해 웃음을 안겼다.
특히 보컬 조나 닐슨의 시원한 가창력과 뛰어난 키보드 연주 실력은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으며, 이어진 베이시스트 헨릭 린더와 드러머 아론 멜러가드의 화려한 솔로는 메인 공연 시작 전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마룬5가 어째서 자신들의 콘서트 오프닝을 이들에게 맡겼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 애덤 리바인, 목 부상 속 '파스 투혼' 그리고 이어진 마룬5의 목소리. 보컬 애덤 리바인의 '아우'하는 늑대 울음소리로 등장은 알린 이들은 쏟아지는 함성 속에서 '애니멀(Animals)'을 부르며 내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마룬5는 '애니멀'과의 변주로 시작한 '원 모어 나이트(One More Night)'를 비롯해 '스테레오 하트(Stereo Hearts)', '하더 투 브리드(Harder to Breathe)', '럭키 스트라이크(Lucky Strike)', '웨이크 업 콜(Wake Up Call)' 등 이름만 대면 알 정도의 히트곡들을 차례로 불러 콘서트장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잠시 간단한 멘트로 숨을 돌린 마룬5는 '러브 섬바디(Love Somebody)', '맵스(Maps)' 등의 공연을 이어갔고, 자신들의 대표곡 '디스 러브(This Love)'는 무반주에서 팬들의 떼창과 함께 시작해 감동을 자아냈다. '선데이 모닝(Sunday Morning)', '메익스 미 원더(Makes Me Wonder)', '페이폰(Payphone)', '데이라이트(Daylight)' 등의 곡에서는 리드 보컬 애덤 리바인과 기타 제임스 발렌타인의 특급 케미가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사실 마룬5는 지난 6일 예정된 대구 공연을 애덤 리바인의 목부상을 이유로 돌연 취소한 바 있다. 이에 이날 가장 큰 관심사는 애덤 리바인의 건강 상태. 많은 우려 속에 등장한 애덤 리바인은 목 뒤에 파스를 붙이는 등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노련한 무대 매너로 이날 공연장을 메꾼 한국 팬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 떼창·플래시 선물, 역시 관객은 '한국'
최고의 뮤지션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자신들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최고의 관객을 만났을 때가 아닐까. 내한 스타들이 '아예 안 왔으면 모르까 한 번 오면 꼭 다시 찾게 만든다'는 한국 관객들. 이날도 마룬5를 사랑하는 이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애니멀'의 포문을 알린 늑대 울음소리에서부터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던 한국 관객들은 무반주로 시작한 '디스 러브'를 완벽하게 따라 부르는가 하면, 멤버 모두가 어깨동무를 하고 시작한 '페이폰'에서는 핸드폰 플래시로 화답하는 진기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감동한 애덤 리바인이 연신 "아름답다"고 외칠 정도.
하지만 한국 관객들의 선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들은 '돈트 고(Don't Go)'라는 메시지가 적힌 플랜 카드를 들어 아티스트의 내한을 반겼고, 콘서트 말미에는 함성 대신 영화 '비긴 어게인'(감독 존 카니) 속 OST인 '로스트 스타(Lost Stars)'의 한 구절을 부르며 앙코르를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감동한 마룬5는 셋 리스트에 없었던 '로스트 스타'를 즉석에서 불렀고, 이후 '쉬 윌 비 러브드(She Will Be Loved)', '무브스 라이크 재거(Moves Like Jagger)', '슈거(Sugar)' 등의 앙코르곡으로 관객들의 성원해 화답했다.
◆ 마룬5, 남다른 '한국 사랑' 이번 콘서트에서는 마룬5의 남다른 한국 사랑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라며 짧은 인사를 건넨 이들은 꽤 유창한 발음으로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등의 간단한 한국말을 구사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또한 "팔로 미"라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던 애덤 리바인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봐도 한국이 함성은 제일 크다"며 "매번 올 때마다 느낀다. 정말이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후 앙코르곡인 '로스트 스타'를 열창한 뒤에도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말한 뒤, 자신의 한국 친구인 '진홍'에 대해 언급하며 팬들과 담소를 나눴다.
애덤 리바인은 "멤버들과 한국에 오면 늘 친구 진홍 이야기를 한다"며 "여전히 여자 친구가 없이 솔로다. 페이스북에 연결해 놓을 테니 관심이 있는 사람은 연락을 해봐라"라고 연신 진홍의 페이스북을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 그럼에도 남은 아쉬움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마룬5는 지난 6일 대구 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의 콘서트를 시작 두 시간 전 갑작스럽게 취소한 바 있다. 특히 이미 공연장에 도착한 관객들이 대부분이라 많은 관객들이 불만을 제기했고, 이는 "티켓을 구매한 고객이 취소를 원하면 수수료를 포함한 전액을 환불한다"는 주최 측의 공지에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렇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상황에서 마룬5의 서울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스페셜 게스트인 더티 룹스가 30여 분간의 멋진 오프닝을 선사했으나 무대 세팅으로 인해 관객들은 다시 30여 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한 아티스트의 결정이었겠지만, 결국 관객들은 마룬5를 보기 위해 약 한 시간을 기다린 셈. 이후 마룬5는 13곡의 본 공연과 4곡의 앙코르를 관객에게 선물했으나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서인지 90여 분동안 진행된 이들의 콘서트는 유독 짧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장 눈길을 끌었던 애덤 리바인의 의상. 이날 애덤 리바인은 빨간 티셔츠에 트레이닝복 하의를 입고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혹시 리허설 공연인가'하는 착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퀄리티 높은 무대에 비해 다소 성의없어 보이는 트레이닝복은 공연 후에도 논란이 되는 등 많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ent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