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예능계 획을 큰 ‘1박2일’. “어디 오래 가겠어”라고 반신반의하던 이들의 시선을 털어내고 KBS 간판 예능이 된 지 오래다. 내년이면 10주년을 바라보는 국내 몇 안 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8월 나영석 PD가 이끄는 시즌1을 거쳐 유호진 PD가 나선 현재 시즌3까지 그리 순탄한 여정은 아니었다. 메인 PD만 4명이 거쳐갔다. 타사의 예능 공세와 개편의 칼바람을 견뎌내며 수년째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시즌3 원년 멤버인 김주혁이 지난해 11월을 끝으로 팀을 떠나 5명이 꾸려가는 초졸한 살림이지만 매주 만들어내는 ‘웃음의 밑반찬’이 다채롭다.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데도 입맛을 당기는 구수한 맛이 매주 끌린다. 이 맛집의 별미 덕분인지 새해 들어 평균 시청률 15% 이상을 내고 있다.

‘1박2일’의 수장 유호진 PD는 포커페이스의 달인이다. 지난 2013년 12월 시즌3 메가폰을 처음 잡던 날에도 큰 동요 없이 멤버들을 지휘했다. 지난해 연말 2015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막판에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뒤집고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프로그램상을 받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으나 무대 위에 선 그는 담담했다. “어쩜 그렇게 떨지를 않냐. 혹시 수상을 예상했나”라고 물었더니 “정말 상상도 못했다. 소감 준비를 못해갔다. 정신을 가다듬고 무대에 섰다. 내려와서 작가들에게 한소리를 들었다. 스태프 이름도 다 못 읊고 내려와서”라고 웃으며 답했다. 8년 전 원년멤버 강호동의 몰래카메라에 된통 속아서 뜬 막내 스태프로 인터뷰를 하던 때에도 지금처럼 차분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타고난 전략가다. 진중하고 차분한 성격은 ‘1박2일’을 지휘할 때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큰 굴곡을 요란스럽지 않게 넘어올 수 있었던 것도 유 PD의 덕이 컸다.

[‘1박 2일’ 유호진 PD. 사진=송재원 기자]
[‘1박 2일’ 유호진 PD. 사진=송재원 기자]

-올해 들어서 평균 시청률 15%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1박2일’ 시즌3가 물이 올랐다는 시청자 반응이 많다.

아마도 시청자들이 날이 추워서 다들 집에 계신 것 같아요(웃음).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다같이 동반 상승하는 분위기더라고요. 점유율 상승은 아닙니다. 하루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어머 1박 2일 피디가 왔네. 근데 나 요즘 1박 2일 안 봐’ 하시더라고요.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웃음). 아마도 멤버들의 합이 좋아서 반응해주시는 것 같아요. 제작진이 덜 짜서 갖고 가도 멤버들끼리 완성해내요. 마치 옛날 만담 커플들을 보는 것처럼요. 오랜 프로그램인 만큼 내용이 안정적이라서 그런 것도 있고요. 영화 O.S.T 여행부터 몰래 카메라까지 잘 달려왔고요. 추신수 선수가 다녀가고 차태현 가족이 활약해 주면서 주목을 받은 것 같습니다.

-김주혁이 나간 뒤로 5명으로 웃음을 뽑아내는 게 힘들 것 같다. 어떻게 보완해가고 있는가.

제작진이 허술한 뼈대를 갖고 가도 멤버들이 풍성하게 살을 붙여줘요. 아마 (김)주혁이 형이 없으니까 더 열심히 해보자는 말들이 오간 것 같아요. 그 중심에 태현이 형이 있고요. 골을 많이 넣는 선수가 무조건 핵심 멤버는 아니거든요. 그 골을 만드는 게 바로 차태현입니다. MC로서도 재능이 충분해요. 촬영 당시에는 잘 몰라요. 그러다가 편집을 시작하면 웃음 포인트가 거의 대부분 태현이 형으로부터 시작되더라고요. 지난 17일 방송에서 멤버들이 ‘차태현 쇼 만들자’는 말을 괜히 농담처럼 한 게 아니에요. 태현이 형이 이야기를 재정비하는 능력이 탁월해요. 무언가를 감지하고 던지면 웃기는 능력을 가진 슈터들이 골을 넣어주는거죠. 그렇지만 농구에서도 식스맨이 필요하듯 적은 인원으로 풀코트를 뛸 수 없죠. 조만간 좋은 멤버를 영입해야겠죠.

-사실 차태현이 김주혁이 나갈 때 ‘솔직히 90% 부럽다’고 말하는 등 하차 발언과 관련된 뉘앙스를 남겼다.

편집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다른 장면에서도 그런 뉘앙스가 풍겼는데요.그게 ‘아침에 일찍 안 일어나도 좋겠다’는 말이 있었는데 뒷부분만 나가니 정말 나가고 싶은 사람처럼 들리더라고요. 물론 대부분 이 프로그램에 남아있고 싶기도 하고 나가고도 싶어 해요(웃음). 시즌제가 아닌 장기적인 버라이어티를 하는 사람들에게 피로가 쌓이기 마련이니까요. 부러움이 섞인 마음에서 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차태현의 자녀 수찬이 태은이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멤버들과의 합도 좋았다.

힘든 부탁을 했는데도 흔쾌히 가족 공개를 해줬어요. 어떠한 계산을 갖고 섭외를 했던 것은 아니에요. 앞서 여러 번 집이 공개가 됐고, 아이들도 종종 나왔으니까요. 새해 첫 방송이라서 게스트로 부르게 된 거죠. 앞으로 이런 방식의 섭외나 여행으로 확장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정)준영이는 아이들을 들어올려서 눈높이를 맞춰주는 편이었고요. (김)준호 형은 자신을 낮춰서 시선을 맞춘 타입이라 아이들도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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