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혜리는 ‘미스 캐스팅’이라는 대중의 편견을 1회부터 깼다. 과하게 ‘뽕’이 들어간 앞머리부터 허리까지 올라오는 촌스러운 배바지, 우스꽝스러운 팔자 걸음걸이까지 덕선이에게 완벽하게 이입됐다. 곱상한 외모의 혜리에게서 누가 촌스러운 덕선이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신원호 PD를 필두로 빚어낸 덕선이의 캐릭터는 시곗바늘을 1988년으로 감쪽같이 되돌려 놨다.
혜리는 연기자로 재평가 받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놨다. 화장도 과감히 다 지웠다. 걸스데이 간판 멤버로 미모를 자랑했던 그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욕심을 지우고 노력을 채워 넣자 서서히 덕선이 되어갔다. 어디를 가도 손을 붙잡고 반가워할 정도로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덕선이를 표현해냈다. 1988년 당시의 순수한 감성 그대로를 연기한 혜리는 진정한 배우가 됐다.
-‘응팔’에서 유머러스한 모습도 잘 소화해냈다.
“제가 정적을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혼자 있을 때나 친한 분들과 있을 때에는 조용한데 그렇지 않으면 웃기고 싶다는 욕심이 강해요. 즐거운 게 좋잖아요(웃음).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잘해줘서 드라마도 잘 나왔어요. 웃기려고 최선을 다한 모습을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응팔’에서 거의 꾸밈없는 모습으로 나왔다. 여자라면 다소 꺼려질 수 있는데. “단발머리로 자를 때에도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없었어요. 저보다 스타일리스트나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더 잘 알거든요. 그들이 하라는대로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화장하는 부분에서 살짝 망설였죠. 걸스데이 멤버로 화려한 의상에 화장으로 활동했으니까요. 화장은 마치 제게 가수와 연기자의 벽이었어요. ‘이건 허물어야 하는 게 맞다’ 생각해서 안 했어요. 내려놓을수록 덕선이를 잘 표현되더라고요. 크림 하나 바르고 카메라 앞에 섰는데 딱히 거부감은 없었어요.”
-신원호 PD에 대한 고마움이 클 것 같다. 감독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처음 해보는 연기라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박수를 쳐주고 잘했다고 해주셨어요. 그런 칭찬을 받으면서 고비를 잘 넘겼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이 평상시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마지막 촬영을 할 때에는 정말 많이 눈물이 났어요. 서로를 챙겨주는 마음이 정말 좋았거든요. 이 스태프와 이 골목을 다시 못 본다는 생각에 정말 많이 울었어요. 감독님에게 가서 안겼는데 ‘덕선아 잘 버텨줬다. 다 네 덕분이야’ 말해주시더라고요. 정말 좋으신 분이고 감사한 분이에요.
-‘응팔’의 가장 큰 화제는 남편 찾기였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일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일지 관심이 대상의 됐다. 이 과정에서 덕선이가 여러 남자들을 좋아해서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타입)라는 별명도 얻었다.
“후반부쯤 어남택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놀라움도 잠시 ‘직전에 연기를 어떻게 했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과를 갑자기 알게 됐지만 걱정됐던 것은 인물 내면의 매끄러움이었거든요. 사실 ‘금사빠’라는 말을 듣고 굉장히 속상했어요. 두 번째 남자 정환(류준열)이는 사랑을 갈구하는 인물이에요. 가정에서도 늘 두 번째였고 배려심이 많았죠. 아마 덕선이는 첫 남자 선우(고경표)보다 정환이에 대한 사랑이 훨씬 더 깊었던 것 같아요. 택이(박보검)는 항상 챙겨주고 싶을 정도로 거슬리는 존재였죠. 저는 그때마다 덕선이의 사랑을 다르게 표현했어요. 그게 ‘금사빠’가 아니라 덕선이가 성숙하지 못한 아이기에 겪을 수 있는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했거든요. 누구나 다 그렇게 좋아하잖아요. ‘혜리 연기 못해’라는 말보다 ‘금사빠’라는 말이 더 싫었어요. 다행인 건 누구도 밉지 않게 나왔다는 거예요.”
-‘금사빠’가 ‘코봉이(코가 크다는 의미에서)’라는 별명보다 더 싫었나.
“네 저는 혜리보다 덕선이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을 때 더 속상하더라고요. 마치 내 가족을 욕하는 기분이랄까요(웃음). 사실 전 데뷔 초부터 큰 코가 콤플렉스였어요. 너무 코만 보이는 것 같았거든요. 그걸 이번 드라마에서 과감하게 드러내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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