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희 기자] 훈훈한 연하남에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까지 지난 10년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온 배우 박해진. 최근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서 유정 역으로 활약 중인 그는 그동안 쌓아온 연기 노하우를 대방출하듯 캐릭터가 지닌 이중성을 완벽하게 소화해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반전 모습에 많은 이들이 '박해진이 인생작을 만났다'며 호평을 늘어놓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정작 본인은 스스로의 인생작으로 지난 2014년에 방영한 OCN '나쁜 녀석들'을 꼽으며 "당시 연쇄살인범 역을 맡아 선보인 새로운 모습이 '치인트'의 캐스팅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생작이 아닌 '치인트'는 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작품일까. 기자의 질문에 잠시 고민에 빠진 박해진은 "'치인트'는 20대 청춘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돌이켜 봤을 때 제 필모그래피 중 가장 셀레고 빛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바람을 드러냈다.

[배우 박해진. 사진제공=WM컴퍼니]
[배우 박해진. 사진제공=WM컴퍼니]

Q. 유정 역을 살펴보니 이전 작품에서의 모습들을 전부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제가 해봤던 역할 속에서 만들어지는 캐릭터다 보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유정 역에 '나쁜 녀석들'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때의 서늘함 덕분에 유정이라는 캐릭터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사실 달콤한 모습들은 의외로 시청자들께 보여준 적이 없어요. '별에서 온 그대'는 지고지순한 짝사랑이었고 '내 딸, 서영이'에서도 원하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캐릭터였거든요. 그래서 남녀 간의 달달한 사랑을 그린 것은 '치인트'가 처음인 것 같아요. 여성들이 '심쿵'하는 코드를 잘 몰라서 고민도 많이 했어요."

Q. 그럼에도 현재 시청자들이 '유정앓이' 중이다. "그런가요?(웃음) 사실 제가 그 '심쿵' 코드를 잘 몰라서 감독님께 많이 여쭤봤어요. 특정 장면들이 SNS에 돌아다니고 해서 그걸 가지고 감독님에게 여쭤보면 '나도 잘 몰라'라고 하시더라고요. 전 정말 모르겠어요.(웃음)"

Q. 어떤 장면이 이해가 안 갔나? "유정이 홍설에게 '나랑 사귈래?'라고 묻는 것도 그렇고 초반에 유정이 설이를 위해 음료를 주문해주는 장면도 그랬어요. 정말 이해가 안 가요. 찍고 나서도 감독님께 '이게 왜 좋아요?', '진짜 괜찮아요?'라고 여쭤봤어요."

[배우 박해진. 사진제공=WM컴퍼니]
[배우 박해진. 사진제공=WM컴퍼니]

Q. 이윤정 PD의 디렉팅은 어땠나? "주로 힌트를 주세요. 답을 주시는 게 아니고요. 다이렉트로 '어떻게 하라'고 말씀을 해주지 않으세요. 또 본인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정확하게 알고 계시면 딱 주실 텐데 그게 확실하지 않을 때는 불명확하게 주시는 거죠. 대본을 보시고 대사 옆에다가 연필로 부연 설명을 써서 오시더라고요. 그걸 혼자 보시면서 요구를 하시는데 가끔 답답하니까 '그냥 보여 달라'고 말해서 직접 보고 한 적도 있어요.(웃음)"

Q. 최근 활발한 중국 활동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타국에서 활동이 쉽지가 않은데 처음엔 현장에서 막 싸우기도 했어요. 제가 이해가 돼야 촬영이 가능 한 건데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이해가 안 갔던 적이 있어요. 제가 어떤 얘기를 하면 주위 사람들이 빵 터지는 장면이 있는데 전 그 부분이 전혀 안 웃긴 거예요. 나고 자란 곳과 문화가 다르니까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과 부딪히는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니까 이런 갈등은 점차 사라진 것 같아요. 작품 활동에 있어서는 언어적 불편함 말고는 크게 없었어요. 제가 중국에서 촬영했던 첫 작품의 상대 배우들이 정말 실력파 셨거든요. 상대방은 중국어로 전 한국어로 대사를 했지만 연기에서 전해오는 진심이 느껴져서 몰입할 수 있었어요."

Q. 중국 진출을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요즘 굉장히 많은 배우들이 중국으로 가시잖아요. 전 중국 활동에 대해 찬성이에요. 한국은 지금 배우 포화 상태인데 그분들의 활동 영역이 많지 않기 때문이에요. 좀 더 많은 분들이 빛을 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신 돈을 쫓아가는 것 아닌 것 같아요."

[배우 박해진. 사진제공=WM컴퍼니]
[배우 박해진. 사진제공=WM컴퍼니]

Q. 최근 마지막 촬영이 끝났다. 결말이 만족스러운가? "사실 원작 자체가 결말이 없었기 때문에 다들 고민이 많았을 거예요. 제가 아직 다른 사람들의 결말은 잘 몰라요. 제 대본에는 저에 대한 결말만 있었거든요. 아마 웹툰의 느낌을 잘 살려서 끝난 것 같아요."

Q. 벌써 데뷔 10년 차 배우다. 아쉬웠던 순간들과 뿌듯했던 순간들을 꼽자면? "항상 아쉬움은 많아요. 배우 10년 차이긴 하지만 10년의 커리어를 쌓지는 못한 것 같아요. 그래도 '공백기 말고는 허투루 활동하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할 만큼 열심히 해온 것 같아요. 특히 재작년에는 쉴 틈 없이 활동했어요. 그래서 작년에 몸이 좀 안 좋았어요. 중국에서 촬영하다가 다쳐서 돌아오는 바람에 몸이 좋지 않았지만 다행히 지금은 많이 호전된 상태에요. 그래서 올해는 조금 숨 고르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차기작도 신중하게 고르고 있고요."

Q. '치인트'는 박해진에게 어떤 의미인가? "'치인트'는 제게 어떤 의미일까요?(웃음) 제게 인생작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렇게 따지면 제가 생각했을 때의 인생작은 '나쁜 녀석들'인 것 같아요. 그런 모습 덕분에 '치인트'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기대 이상으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많은 분들께 감사해요. '치인트'는 20대 청춘의 모습이 담긴 만큼, 제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설렘이 가득하고 빛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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