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왜 ‘치즈인더트랩’ 유정 역에 배우 박해진이 ‘캐스팅 0순위’로 꼽혔을까? 이 질문에 박해진은 ‘연기’로 답했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연출 이윤정/극본 김남희, 고선희)은 순끼 작가의 인기 웹툰이 원작인 작품. 원작 팬들은 드라마화가 결정되기 전부터 유정 역에 박해진을 가상 캐스팅 0순위로 올려놨었다. 대학생 역할을 하기에는(회상 장면에서는 고등학교 교복도 입어야 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가 다소 마음에 걸렸지만, 그런 핸디캡이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외모·분위기가 박해진 이상으로 유정에 어울리는 이는 없었다. 연기력은 이미 입증된 배우였으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캐스팅 과정에서 유일하게 환영을 받았던 이는 바로 박해진이었다. 원작의 팬이기도 한 박해진이 여러 가지 이유로 수차례 유정 역을 고사했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출연을 결정한 후 그는 팬들과 제작진의 믿음에 연기로 보답했다.
‘치즈인더트랩’ 속 유정은 외모, 집안, 학벌, 남들이 보기에는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 스펙남’이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아버지에게 인정과 사랑을 못 받고 자란 아픔과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원하고 다가오는 사람들 속에서 성장하며 얻은 트라우마가 자리 잡은 인물이다.
박해진은 그런 유정을 완벽하게 3D로 구현해냈다.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듯한 남자)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한 비주얼과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는 뭇 여성들을 설레게 하는 유정을 표현하기에 두 말할 필요 없이 어울렸다. 때로는 ‘별에서 온 그대’ 속 이휘경처럼 다정함을, 때로는 ‘나쁜 녀석들’ 속 이정문처럼 섬뜩함을 한 얼굴 안에서 동시에 표현해내며,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유정 캐릭터를 완성했다.
‘치즈인더트랩’은 인기 웹툰이 원작인 바, 태생부터 비교대상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와 부담 속에서도 극 초반부, 통통 튀는 캐릭터들과 속도감 있고 쫄깃+달달한 ‘로맨스릴러’ 전개로 호평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드라마만의 독자적인 결말을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전개를 보였고, 그 과정에서 원작자와 제작진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었음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드라마 외적으로 발생한 부정적인 이슈는 드라마 자체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몇 달간 고생하며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에게 힘 빠지는 일이고, 그들의 열연 역시 빛이 바랬다. 안이한 대처로 화를 키운 제작진도 이러한 결과를 원하지는 않았을 터.
이 속에서도 박해진은 살아남았다. 그는 감독·작가를 포함하여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가장 먼저 작품에 캐스팅됐고, 이후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감의 부담을 견디며 현장의 선배로서 후배 배우들과 합을 맞춰 이끌었다.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해진은 ‘치즈인더트랩’에 대해 “(20대 대학생 시기를 연기한 작품인 만큼) 제 필모그래피 안에서 가장 싱그러운,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작품은 어떨지 몰라도 박해진의 연기만큼은 사람들 기억 속에 반짝반짝 빛나게 기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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