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임지연 기자] 배우 이성민의 연기에 빠져든 시간이었다.

'시그널' 후속으로 방송되는 tvN 새 금토드라마 '기억(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이 지난 18일 베일을 벗었다. 이 드라마는 40대 인생의 전성기에서 어느 날 갑자기 불행을 만난 남자 태석(이성민 분)이 남은 인생을 걸고 펼치는 마지막 변론기이자 삶의 소중한 가치와 가족애를 그리는 드라마다. '미생'으로 tvN 드라마 전성기를 연 이성민을 비롯해 김지수, 박진희, 이기우, 전노민, 준호(2PM) 등 매력 있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여기에 ‘부활’과 ‘마왕’‘상어’로 복수 3부작 시리즈를 선보였던 박찬홍 감독 김지우 콤비가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기억' 첫회에서는 태석이 어떤 인물인지 그려졌다. 먼저 사회에서 태석은 유명 로펌 에이스다. 태석은 한국대학병원 의료소송 관련 사건을 맡게 됐다. 명백한 의료사고였지만, 고객인 병원 측이 태석에게 사고 수습을 부탁했다. 태석은 진실을 폭로한 김박사(강신일 분)을 찾아가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진실을 알리고 자 하는 김 박사의 태도는 완강했다.

태석은 우연히 김박사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으면서 의사 생활 중이며 결혼을 앞둔 딸이 미국 유학 당시 마약을 복용한 사실 등을 알게 돼 김 박사를 협박한다. 태석의 비열함에 김 박사는 "후회할 짓 안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에 태석은 "후회를 시간 낭비 만큼 싫어한다"며 비웃었다. 그러자 김 박사는 "인생의 불행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 그것도 아주 무섭도록 조용히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협상은 태석의 승리로 끝났다.

가정에서 태석을 좋은 아빠이자 남편은 아녔다. 현처 서영주(김지수 분)과 아이들은 연락도 없이 늦는 태석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전처인 나은선(박진희 분)과 태석은 상처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술에 취한 태석은 은선의 집에 찾아갔다. 떠난 아이의 기일이었다. 태석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라고 술에 취한 모습에 실망한 은선은 "오늘 같은 날 술이 넘어가느냐, 웃음이 나오느냐, 밥이 먹히느냐"며 뺨을 때리기도 했다.

방송 말미에서는 승승장구하던 태석이 갑자기 불행을 만나는 장면이 그려졌다. 방송 녹화를 준비중이던 태석은 친구 주재민(최덕문 분)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재민은 최근 검사 결과를 통해 태석이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알렸다. 친구의 말을 믿지 못하던 태석은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죽인다"고 화를 냈다. 그때 태석은 TV 뉴스를 통해 김 박사의 자살 소식까지 접하면서 충격은 배가 됐다.

'기억'은 첫회부터 배우들의 호연과 박찬홍 감독의 세련된 연출 그리고 김지우 작가의 탄탄한 극본이 버무려져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겼다. 물론 첫회인지라 태석이라는 인물의 특징과 상처를 소개하는데 공을 들여 살짝 늘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또 드라마에서 많이 다뤄진 알츠하이머를 소재를 꺼내는 과정에서 예상 가능한 전개로 진행됐다는 시청자들의 평가도 있었다.

그런데도 '기억' 1회에 빠져들 수밖에 없던 이유는 '이성민'이다. 드라마 '골든타임' '미스코리아' '미스터백' 영화 '군도' '검사외전' '로봇소리' 등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빼곡히 쌓은 필모그래피로 대중과 신뢰를 얻어온 이성민은 기대대로 다소 진부한 전개도 빠져들게 만드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이성민은 태석이라는 인물의 부드러움와 비열함을 자유롭게 오갔다.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는 인간미 넘치고 좋은 사람 같은데, 권력이나 돈 앞에서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캐릭터에 리얼함을 더했다. 또 일상 연기와 감정 연기도 흠 잡을 데 없었다. 이성민은 아이와 아내 앞에서는 현실적인 아빠 느낌을 완벽하게 살려냈다. 취한 모습도 술에 찌든 직장인 그 자체였다. 아이를 잃고 절규하는 장면이나 갑자기 찾아온 불행과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태석의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내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첫방을 앞두고 ‘기억’을 소개하는 자리였던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박찬홍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대단하다. 이성민을 비롯해 중년 배우들의 연기를 볼 때마다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덕분에 여태까지 해왔던 것 이상으로 역동적인 연출을 하게 해준다"면서 "시청자들에게 연기의 기쁨을 맛보게 해드리는 것이 우리 작품의 차이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찬홍 감독의 자신감대로 ‘기억’첫회는 이성민의 연기에 빠져든, 빠져들수밖에 없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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