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솔직히 잘했다는 장면은 모르겠어요. 그렇게 만족하면서 봤던 적은 없어요”

‘치즈인더트랩’이라는 작품을 통해 서강준은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치즈인더트랩’ 속에서 그는 백인호라는 인물을 맞춤옷처럼 제 몸에 딱 맞게 입었고, 캐릭터에 녹아든 자연스러운 연기는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연기 잘하는 선배 배우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그의 호연은 드라마 인기를 이끈 한 축이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부족함을 더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캐릭터에 대해 욕심을 갖고 연기하잖아요. 어떻게 하면 더 잘할지 고민하면서 작품에 들어가고, 촬영하면서도 이 캐릭터가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다들 많은 열정을 가지고 하다 보니까 쉽사리 자기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굳이 잘 표현된 장면을 꼽자면, 유정과의 과거 장면이요. 손 다쳐서 유정한테 환자복 입고 찾아간 장면이 있는데, 그게 참 마음에 와 닿았어요. 굳이 집중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잘 와 닿았어요. 유정(박해진) 형도 그 장면이 참 가슴 아팠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잘했다 싶은 장면을 고르기도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했다 싶은 장면도 없었다. 자신이 잘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주변의 다른 배우들과 스탭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모두들 애정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기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매 장면 최선을 다했다.

“모든 씬들에서 다른 배우 분들, 감독님과 사전에 감정과 해석을 많이 공유를 했어요. 그렇게 촬영에 들어가서 ‘아, 왜 저렇게 했지?’라는 장면은 없었어요. 아, 인호가 비 맞으면서 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좀 아쉬웠어요. TV에 나오는 피아노 연주를 보면서 우는 장면이었는데, 촬영할 때 감정이 많이 깨졌었어요. TV가 너무 위에 달려 있어서 비가 눈에 계속 들어가더라고요”(웃음)

서강준이 캐스팅됐을 당시, 우려를 표했던 이들은 전작에서 보여줬던 아쉬운 연기력을 하나의 이유로 들었다. 전작 ‘화정’에서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던 서강준은 호평보다는 혹평을 더 많이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그는 부진을 씻어냈고, 매 회 그의 연기에는 찬사가 이어졌다.

“사실 제가 나아진 건 모르겠어요. 사극은 ‘치즈인더트랩’과 모든 게 달라요. 그래서 비교하기가 힘들어요. 비슷한 작품을 했다면 더 나아졌는지 아니면 여전히 부족했는지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화정’이라는 작품을 제가 원만하게 소화하기에는 나이도 어렸고, 연기 경험이나 인생 경험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버거웠던 작품이고, 버거웠던 만큼 그 어느 작품보다 많이 배웠어요. 그래서 참 감사하죠. ‘치즈인더트랩’은 24살 청춘이 청춘물에 들어간 거잖아요. 나이에 맞는 역할이라 좋아해주셨던 것 같아요.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때문에 드라마 제작이 결정된 단계에서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그 걱정 섞인 관심은 드라마 방영이 시작된 후 열광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드라마는 호평을 막판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드라마 후반부, 주요 캐릭터들의 분량 배분 문제에서 시작된 논란은 종영 이후까지 작품에 다양한 잡음을 일으켰다. 팬들에게는 물론이고 작품에 참여했던 배우로서도 속상한 일이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크다 보니까 ‘치즈인더트랩’이라는 작품이 대중 분들께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었어요. 그냥 ‘치즈인더트랩’이라는 작품만은 좋게 기억이 되고, 시청자분들이 좋은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팬 분들이 기대하셨던 방향성과 원작을 토대로 한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긴 아쉬움인 것 같아요. 기대하셨던 것에 대한 실망이라서 어떤 부분을 아쉬워하셨는지는 이해해요. 그런데 드라마는 처음부터 웹툰과 다르게 가기로 했었고,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하나의 사건이나 인물이 끌고 가는 드라마가 아닌 각 개개인의 인생사가 담겨있는 드라마에요. 그게 가장 중요했던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모든 배우 분들, 스탭 분들도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방향성이 대중 분들의 기대와 다르다 보니 실망을 하신 것 같아요”

크게 사랑을 받기도 했고, 크게 질타를 받기도 했던 ‘치즈인더트랩’. 이 작품이 배우 서강준의 필모그래피에서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저를 많이 알린 작품이에요. 화제성도 있었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까. 논란도 사실 사랑받지 않았으면 생길 수 없었던 거라서, 그조차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치즈인더트랩’이라는 작품은 저한테 저 자신을 많이 알린 작품이 됐어요”

서강준이 더욱 많은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동안, 우연치 않게도 다른 1993년생 동갑내기 스타들 역시 작품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유승호, 박보검, 이현우 등 서강준과 같은 나이의 배우들이 동시기에 함께 화제가 되자 자연스럽게 이들을 비교하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앞서 서강준은 다른 1993년생 배우들과 비교해 자신의 강점을 ‘노안’이라고 꼽았던 바 있다. 한 작품을 마친 지금, 그 의견에 변화가 있을까.

“‘노안’이 아니라 성숙한 외모라고 표현하겠습니다.(웃음) 그때랑 생각은 안 바뀌었어요. 왜냐하면 일단 선배들이기도 하고 그분들께 배울 점들도 많아요. ‘리멤버’도 봤고, ‘응답하라 1988’도 봤어요. 동갑이지만 선배이고, 참 닮고 싶은 분들이에요. (동갑이라서) 이 분들과의 경쟁 구도에서 강점이 무엇이냐 많이 물어보시는데, 굳이 꼽자면 외적으로 맡을 수 있는 배역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점인 것 같아요. 사실 그분들과 동갑이라는 게 저한테 크게 중요하진 않아요. 나이는 중요하지 않고, 지금 제가 가는 길에서 바라보고 있는 선배님들, 동료 배우 분들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해요. 동갑이라는 것에 특별히 의미를 두고 있진 않아요”

아역으로 데뷔한 유승호는 올해로 데뷔 17년 차다. 이현우는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서강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대선배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서강준은 그들과 함께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서강준의 인기가 그만큼 높이 치솟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기에 대해 서강준은 감사해하면서도 조심스러워 했다.

“사실 연기만을 꿈꿨다면 전 연극을 했을 거예요. 그런데 대중 분들의 사랑도 받고 싶고,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방송매체를 택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그렇다고 인기에 포커스를 두고 싶진 않아요. 많은 선배님들이 그렇게 조언해 주셨어요. 인기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거기에 목적을 두면 나중에 그 인기가 사라졌을 때 제가 많이 흔들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인기보다는 제가 맡은 캐릭터, 작품에 충실하려고 해요. 그 안에서 (연기적인 부분에 대한) 제 만족을 찾고, 그렇게 하다 보면 대중 분들도 좋게 봐주시고…. 그게 우선이고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서강준은 갓 24살이 된 데뷔 4년차 배우다. 이제 막 어린 티를 벗기 시작한 그는 배우로서 초석을 다지는 작업을 서두르지 않고 차근히 해나가고 있었다. 어떤 걸 이루고자 하지 않고 그저 연기하는 게 즐거워서 한다는 그는 수상이나 유명세보다 꾸준히 작품을 하는 데 목표를 뒀다. 서강준은 스스로 아직 경험과 실력이 부족함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꾸준히 활동하며 이번 작품보다 다음 작품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데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라는 말이 참 어울리는 배우다. 서강준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으니 질문을 곱씹으며 조곤조곤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제가 가진 게 너무 없어요. 얼마 안 되는 경험과 나이를 가지고 표현하는 거고, 그걸 시청자 분들이 봐주시는 거죠. 사실 아직까지는 그게 최선이에요. 앞으로 더 경험하면서 (실력이) 쌓여갈 텐데, 저는 그냥 제 연기가 묵직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캐릭터를 표현할 때, 설령 그 캐릭터가 가벼운 캐릭터라도 묵직한 느낌이었으면 해요. ‘믿고 봤으면’ 좋겠어요. 하정우 선배님이나 유아인 선배님 같은 경우, 제가 그 분들 작품은 의심하지 않고 봐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누군가 나를 믿고 봐줄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경험을 쌓아가고 발전하다 보면 그때는 믿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사진=박푸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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