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아름 기자]"'욱씨남정기'는 결혼 후 내 첫 인생작이다."

지난 7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극본 주현/연출 이형민)에서 소심하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고구마 캐릭터' 남정기 역을 맡아 열연했던 배우 윤상현을 만났다. 이요원과 함께 제옷을 입은 듯 리얼한 연기로 '또 인생작을 만났다'는 호평을 이끌어낸 그는 '욱씨남정기' 뒷야이기는 물론, 배우로서의 소신과 목표 등 진솔한 이야기들을 모두 털어놨다.

이지숙 기자
이지숙 기자

MBC '내조의 여왕'부터 MBC '겨울새' SBS '시크릿가든'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tvN '갑동이' 등 다수의 히트작을 남긴 '시청률 킹' 윤상현은 겸손하게도 자신을 '운 좋은 배우'라 칭했다.

MBC '겨울새' 포스터
MBC '겨울새' 포스터

"솔직히 내가 연기의 맛을 들인 건 '겨울새'가 처음이었다. 첫 번째 인생작이 '겨울새'였다. '내조의 여왕'은 솔직히 말하면 인생작이라기보단 운이 좋아서였다. 작가님 감독님 잘 만나서 그분들이 날 멋있게 만들어줘서 그렇게 된 거다. 솔직히 김남주 오지호씨가 고생해 차려놓은 상에 내가 밥숟가락 하나 얹은 것뿐이고 '시크릿가든' 같은 경우도 현빈 하지원씨가 고생 정말 많이 했고, 내가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 같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역시 이종석 이보영씨가 한 거다.(웃음) 난 작품운이 좀 좋았다. 이제 운이 아닌, 실력으로 운과 실력이 같이 쫙 오는 드라마를 했으면 좋겠다. '욱씨남정기'가 결혼하고 나서 내 첫 번째 인생작이 된 것 같다." 윤상현은 '오스카'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SBS '시크릿가든'도 사실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윤상현은 "원래 나한테 온 게 아니었다. 돌아다니던 거였는데 너무 재밌어서 감독님 작가님 찾아가서 '저한테 주십시오'라고 해서 내가 하게 된 거다. 그만약 그런 좋은 대본이 돌아다니다가 나한테 걸리면 또 내가 가서 '해보겠습니다'고 하겠다"며 연기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SBS '시크릿가든' 포스터
SBS '시크릿가든' 포스터

또한 윤상현은 자신의 첫 번째 인생작 '겨울새'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이와 함께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특별한 세 사람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겨울새'에서 연기의 맛을 알았다. 그 전에 본부장, 사장 역할 등 내 옷에 안맞은 연기를 한 것도 한 것이지만 연기의 기본도 모르는데 대사 외운 걸 카메라 앞에서 뱉는 것밖에 없었다. 감정을 실어 연기한다는 것 자체를 알 수가 없었다. '겨울새' 때 티저 촬영을 위해 방송국에서 촬영을 하는데 박원숙 선생님이 내 뺨을 때리는 신이 있었다. 선생님이 감정을 잡으실 때 알았다. 막 얘기하다 감정잡으시는 눈을 보는데 딱 캐치했다. 진심으로 연기해야 한다는 걸 그때 딱 보고 알았다. 가짜로 연기하시는 게 아니라 준비하시고 눈빛이 달라지시더니 내 뺨을 때리셨는데 맞는 순간 알았다. 내가 살아오면서 남을 싫어하면 나도 그 사람을 싫어한다는 감정을 잡고 연기해야 하고,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면 사랑하는 감정을 갖고 연기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감정없이 가짜로 연기했던 걸 박원숙 선생님 덕분에 알게 됐다. 또한 SBS 강신효 감독님을 빼놓을 수가 없다. 내가 이쪽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이다. 말도 안되는 애를 데려다가 쓰신건데 강신효 감독님 너무 감사드리고, 박원숙 선생님 아니셨으면 난 아직도 연기란 걸 찾아 헤매고 다녔을 것 같다. 연기가 뭐지? 어떻게 해야할까? 다행히 선생님 만나 너무 많이 배워서 연기에 대해 알게끔 해주셨다. 그리고 세 번째는 아내 메이비다.(웃음)"

tvN '갑동이' 포스터
tvN '갑동이' 포스터

항상 머리 속에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윤상현. 그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대체 뭘까?

"난 연기를 좋아하고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좋아하는데 어떤 친구들은 어느 순간 붕 뜨면 연기는 안하고 광고만 찍는다. 팬들은 너무 연기하는 모습을 원하는데 그 친구들은 그런 거 말고 딴 걸 하고 있다. 그게 제일 안타깝다. 자기의 본업은 연기잔데 카메라 앞에서 연기 안하고 다른 일을 하는 거다. 난 결혼하고 나서 카메라 앞에 되게 서고 싶다. 1년에 3작품이라도 하고 싶다. 그래야 충족이 되는 것 같다. 그런 걸 발산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라 해야 하나? 안절부절 못한다. 그래서 등산을 가고 여행다니고 막 돌아다니는 스타일이다. 다작은 아니더라도 연기자라면 팬분들한테 그만큼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MBC '내조의 여왕' 제공
MBC '내조의 여왕' 제공

윤상현은 이어 "시간이 빨리 지나가더라. 데뷔한지 벌써 11년이 지났는데 앞으로 11년이 지나면 50대가 될텐데 그때되면 나도 아빠 역할을 해야 하고 중요한 역할을 해야되는데 좋은 선생님들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타가 되고 싶다, 한류스타가 되고싶다'는 생각보다는 진짜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후배들한테도 좋은 본보기가 되려면 좋은 배우가 되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앞으로도 좋은 배우가 되고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윤상현은 자신이 출연했던 KBS 2TV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로 본의아니게(?) 한류스타가 된 이야기도 전했다.

"대한민국이 대단한 건 이 작은 나라에서 이런 드라마들이 세계로 퍼져나가서 해외 팬들이 되게 좋아하신다. 나도 쿠바에 갔다와서 그걸 안다. 그래서 대한민국 후배나 동료분들이 좋은 걸 갖고 있는데 그걸 썩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쿠바 가서 '이 사람들이 왜 내 드라마를 좋아하지? 왜 날 좋아하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아하더라. 국영방송에서 '아가씨를 부탁해'를 틀어줬으니까 시청률이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그리고 브라질 드라마는 거의 막장이다. 그걸 애들도 다 본다. 그런 드라마만 하다가 '아가씨를 부탁해' 같은 드라마를 보니 얼마나 재밌겠나. 이상한 서집사가 나와 코믹하게 연기하고 있고 말이다. 그런 코믹과 좋은 음악이 섞여나오는데 얼마나 좋아하겠냐. 학생들이 호텔 앞에서 날 보겠다고 계속 기다리고 있더라. 한국도 그렇지만 그 친구들 감성도 거의 비슷한 것 같다. 고등학생들이 내가 묵는 호텔 앞에서 날 보겠다고 계속 수첩들고 사인받겠다고 그러고 있으니 '아니 왜 그러지?'란 생각이 들었다. 난 한국에서도 그러지 않는데 말이다. 우리 한국엔 콘텐츠가 너무 많고 잘생긴 사람도 많다. 쿠바의 첫 한국 드라마가 나여서 그런거지 이민호나 김수현 같은 분들이 했으면 똑같았을 거다.(웃음)"

'찌질연기의 대가'로 불리는 윤상현은 자신의 매력을 코믹함과 진지함의 공존으로 꼽았다. 윤상현은 "코믹과 멜로와 진지함이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이때까지 내가 연기를 쭉 해온 걸 보면 실장, 본부장 역할을 많이 했다. 특히 '갑동이' 할 때 힘들었던 게 뭐냐면 사람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모습이 있을텐데 여러 가지 모습을 화면에 못 녹였다는 게 아쉽다. 20회까지 하다보니 내 나름대로 너무 지치더라. 여러가지 모습을 다 보여주면 너무 연기할 맛도 나고 너무 재밌는 거다. 그래서 본부장 역할을 할 때 힘들었던 게 뭐냐면 1부부터 20부까지 계속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근데 태봉이같은 경우 왔다갔다 했다. 재밌는 모습도, 멋잇는 모습도 보여줬다. 드라마에서 여러가지 모습을 녹여주면 되게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대본을 읽으면 내가 생각한대로 연기를 해야한다. 딱 대본을 읽고 가서 리허설하고 입체적으로 연기를 못하면 내가 허락을 못한다. 그래서 내가 맘에 안들면 '다시 갈게요'라고 한다"고 연기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런 배우의 자세가 있었기에 '욱씨남정기' 속 과하지 않으면서도 재밌는 '찌질남' 남정기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윤상현은 "최대한 시청자들이 볼 때 오글거리지 않고, 봤을 때 웃긴 연기면 최대한 웃기게 찍는다. 입술 같은 경우도 그냥 회의하는 건데 너무 회의만 하기엔 재미없지 않나. 립스틱을 바르면서 해야겠다 싶어 립스틱을 바르면서 했다. 초반에 되게 재밌게 해왔는데 그 재미를 놓치고 가면 안되지 않나. 그래서 감독님이 립스틱부터 시작해서 재미없는 것도 재밌게 만들자고 말씀하셔서 계속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대본에 없는 걸 계속 재밌게 만들어냈다"고 그 뒷이야기를 전했다.

여러 캐릭터를 연기해본 윤상현이지만 아직도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많다고 밝혔다. 특히 연기 스펙트럼 넓은 선배 이병헌을 보면서 윤상현은 "내가 이병헌씨처럼 대배우가 되진 못할망정 비스무리하게라도 여러가지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다"고 연기욕심을 내비치기도.

"배우로서 큼지막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 내가 나이 먹고 무슨 작품 했을까 쫙 봤을 때 한쪽에 치중되지 않고 '이런 역할도 했었지'란 생각이 들게 여러가지 역할을 다양하게 하고 싶다. 너무 즐거운 것 같다. 여러 장르의 드라마를 해보고 싶은 게 큰 꿈"이라는 윤상현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그는 여전히 '좋은 배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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