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호연 기자] 진중권 교수가 조영남 그림 대작 의혹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진 교수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조영남 대작 사건. 재미있는 사건이 터졌네. 검찰에서 ‘사기죄’로 수색에 들어갔다는데, 오버액션입니다”는 생각을 밝히며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입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앤디 워홀은 ‘나는 그림 같은 거 직접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자랑하고 다녔죠. 그림이 완성되면 한번 보기는 했다고 합디다. 미니멀리스트나 개념미술가들도 실행은 철공소나 작업장에 맡겼죠. 제가 아는 이런 관행의 효시는 모호이 나지. 이미 1930년대에 전화 회화를 선보였죠. 전화로 간판집에 그림을 주문하는 겁니다. 미리 서로 좌표와 색상표를 공유한 채…”라고 설명했다.
또 “핵심은 콘셉트입니다. 작품의 콘셉트를 누가 제공했느냐죠. 그것을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 없는 것이고, 그 콘셉트마저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대작이지요”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대중의 과념은 고루하기에, 여론 재판으로 매장하기 딱 좋은 상황. 욕을 하더라도 좀 알고 합시다.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좀 다른 부분인데… 작품 하나에 공임이 10만원. 너무 짜다”고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과 의견을 주고받은 뒤 “조영남이 훌륭한 작가는 아니죠. 그림 값은 그의 작품의 미적 가치보다는 다른 데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봐야죠. 그림값이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닙니다. 웬만한 작가들 다 그 정도는 받아요. 다만, 이 분 작품은 그리는 족족 팔리나 봅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단 원칙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는데…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애매하게 경계선 양쪽에 걸리는 거시기한 부분이 없지는 않죠. 그건 좀 복잡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아무튼 그 부분은 검찰이 나설 일이 아니라 미술계에서 논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봐요”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사기죄’라는 죄목을 제쳐두고, 조영남 씨의 ‘관행’에 대해 두 가지 정도를 지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예술 내적 논의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피곤하고, 내일 쓰면 수요일 밤 늦게나 올라오겠네요”라며 글을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가수 조영남은 지난 8년간 다른 사람이 그려준 그림을 자신의 것처럼 전시하고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지난 16일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조영남은 미술계 관행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