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본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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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 류준열(29)이 전작의 무게를 한결 덜어냈다. 이젠 '어남류'가 아닌 '제복치'다.

류준열은 지난달 25일 첫 방송한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극본 최윤교/연출 김경희)에서 제수호 역으로 출연 중이다. 최고의 게임회사 제제 팩토리의 CEO 겸 PD (Project Director)다. 또한 천재적인 두뇌, 냉철한 성격, 빠른 판단력의 소유자다. 무슨 일이든 합리와 이성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울고 짜는 게 시간 낭비라고 보는 이 냉혈한의 눈앞에 변수가 나타났다. 미신 신봉자 심보늬(황정음)다. 웃음 많고 눈물도 많은 그녀의 등장에 1과 0으로 이뤄진 제수호의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제수호는 로맨틱 코미디의 단골 소재인 '실장님' 혹은 '재벌 2세'의 변형된 버전이다. 돈도 많고 능력도 뛰어나지만 까칠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류준열표 제수호는 뻔하다기보단 흥미롭다.

그가 연기하는 'IT 너드(nerd, 지능이 뛰어나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을)'는 국내 드라마에서는 다소 생소한 설정이다. 오히려 미국 시트콤 '빅뱅이론'이나 영국 시트콤 'IT 크라우드' 속 인물들에 가깝다.

그렇다면 제수호는 왜 '너드'여야 했을까. '운빨로맨스'는 그 과정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사실 제수호가 처음부터 냉혈한인 건 아니었다. 지나친 천재성은 그에게 영광이 아닌 '괴짜'란 딱지를 붙여줬고, 따돌림을 당하는 원인이 됐다. 그의 부모는 영재인 아들을 돈주머니로 취급했고, 첫사랑 역시 그를 이용했다.

결국 제수호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고 공황장애를 얻게 됐다. 천재로 칭송받으며 살 수도 있었지만 상처받기 싫었던 그는 굳건한 벽으로 자신을 둘러쌌다.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으면서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IT 너드' 제수호가 탄생한 배경이다.

사실 '운빨로맨스'는 류준열의 필모그래피에서 꽤 중요한 작품이다. 독립영화계의 유망주였던 그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김정환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운빨로맨스'는 메인스트림에 합류한 류준열의 시험대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이미 대중에게 류준열은 '응답' 속 김정환이자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김정환)'였으니까. 남편 찾기 드라마가 남긴 후광은 아직도 거세다.

사진: MBC 방송화면 캡처
사진: MBC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류준열은 '응답하라 1988'의 그림자를 지우고, 보란 듯이 전진 중이다. 김정환은 친구를 위해 첫사랑을 포기하고 아픈 형을 위해 꿈을 바꾼 우정과 가족애가 있는 캐릭터였다. 반면 제수호는 겉으로는 까칠해 보이지만 상처받기 싫어 사람들로부터 도망치는 겁쟁이다. 까칠함이란 공통점 외에 두 배역은 극과 극을 달린다.

변화를 위한 시동을 걸던 류준열은 '운빨로맨스' 4회를 통해 완벽하게 제수호로 변신했다. 자신을 향해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패닉에 빠지고, 겁에 질려 벌벌 떠는 제수호의 모습에서 '어남류'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이런 그가 스트레스에 약한 물고기 개복치를 닮았다고 하여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심보늬와의 러브라인 역시 불이 붙였다. '응답하라 1988'에선 실패한 첫사랑 역시 '운빨로맨스'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이젠 소년을 벗고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매력을 보여줄 차례다. 류준열, 마침내 '어남류'를 떨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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